“노동자를 지켜주세요” 폭염에 노출된 실외 노동자들 잇따라 사망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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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를 지켜주세요” 폭염에 노출된 실외 노동자들 잇따라 사망사고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8.08.01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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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총리 "공공기관 발주 공사 한낮 작업 중지" 지시...고용노동부-안전보건공단 '열사병 예방 기본수칙 가이드' 배포 / 신예진 기자

기록적 폭염이 지속되면서 실외에서 일하는 현장 노동자의 사고·사망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현장 노동자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홍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일 기상청에 따르면, 오후 1시 30분 기준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발표됐다. 기상청은 기온이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기상청은 “무더위가 장시간 지속되겠다”며 “온열질환자 발생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 노동자들은 폭염을 뚫고 여전히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해까지 최근 4년간 산업현장에서는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가 35명 발생했으며, 이 중 4명이 사망했다. 특히 옥외 작업이 주로 이뤄지는 건설업과 청소·경비 등 실외작업 빈도가 높은 직종에서 주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30일 오후 1시 30분께, 광주 서구 농성동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노동자 A(66) 씨가 의식을 잃었다. 그는 콘크리스 타설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동료들에 의해 발견된 A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7월 31일 오전 사망했다. 경찰은 A 씨가 열사병이나 탈진 증세로 쓰러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평소 지병을 앓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23일에는 오후 12시 50분경 충북 괴산군에서 일하던 베트남 외국인 노동자가 쓰러졌다. 그는 담배 밭에서 담뱃잎을 수확하던 중이었다. 119가 출동해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으나 병원에서 사망했다. 당시 충북 괴산군의 날씨는 33.4도였다.

폭염에도 불구하고 현장 노동자들의 작업이 이어지고 있어 이들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이에 발맞춰 ‘열사병 예방 3개 기본수칙 이행 가이드’를 제작해 산업 현장에 보급했다고 1일 밝혔다. 가이드 책자에는 열탈진, 열경련 등 온열질환 정보와 예방법 등이 담겼다.

노동부와 공단은 이같은 온열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3대 기본 수칙이 ‘물, 그늘, 휴식’이라고 조언한다. 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폭염의 강도가 높아지고 지속시간이 길어지고 있다”며 “야외에서 작업하는 노동자들의 건강 보호를 위해 사업장에서 물, 그늘, 휴식을 보장해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부와 공단이 제시하는 3대 기본 수칙에 따르면, 우선 관리자는 노동자들에게 작업 중 시원하고 깨끗한 물을 제공해야 한다. 노동자들은 규칙적으로 물과 이온음료를 섭취해 탈진을 방지해야 한다. 또, 관리자는 근로자가 일하는 장소 가까운 곳에 그늘진 장소를 마련해야 한다. 쉬고자 하는 근로자들이 충분히 쉴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2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을 개정했다. 개정안에는 노동자가 충분히 수분을 섭취하고, 시간당 10~15분 이상 그늘 밑에서 쉴 수 있는 휴식시간을 보장하는 내용이 명시됐다. 이는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 제556조(휴식 등), 제 567조(휴게시설의 설치) 등에 해당한다. 위반 시 사업주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이낙연 총리 역시 관계부처에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건축·토목 공사 현장에서 폭염이 심한 낮 시간대에는 작업을 중지할 것을 1일 지시했다. 이 총리는 이날 “민간 부문 작업장에도 이 같은 내용을 권고하고, 특히 근로자들이 열사병 예방 안전 수칙 등을 준수하도록 철저히 관리 감독하라”고 알렸다.

한편, 일각에서는 현장의 ‘적절한 휴식’ 등은 먼나라 이야기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에서 발표한 폭염대책이 현장에선 전혀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 노동부는 휴식 및 작업 시간을 강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관리자는 근로자의 휴식으로 공사가 지연될 시 지체 배상금 등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근로자의 자유로운 휴식을 선뜻 결정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부 근로자들은 휴식시간을 줄이고 빨리 퇴근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기도 한다고.

전국건설노동조합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이같은 현실이 드러난다. 노조가 지난 3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건설노동자 230명 중 73.7%가 ‘아무 데서나 쉰다’고 답했다. 그늘지거나 햇볕이 차단된 곳에서 쉰다는 응답은 26.3%에 불과했다.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는 응답은 고작 9.7%였다. 있어도 턱없이 부족하거나 아예 없다는 답도 각각 56.9%, 33.3%로 나타났다.

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노동부는 현장 노동자에 대한 작업 중지권 보장, 충분한 휴게시간 보장, 휴게시설 확충, 생수 및 제빙기 추가설치 등의 실질적인 조치를 즉각 실시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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