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8명 “남녀 성별 혐오표현 심각한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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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10명 중 8명 “남녀 성별 혐오표현 심각한 수준”
  • 취재기자 이준학
  • 승인 2018.07.31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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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진흥재단 국민인식 여론조사, "4명 중 3명은 혐오단어 알고 있다"... "언론의 계도 노력 절실" / 이준학 기자

최근 온라인상의 성별 혐오표현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를 ‘심각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80.7%가 “성별을 기반으로 하는 혐오표현 문제가 심각하다”고 답한 것이다.

7월 31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은 매월 발행되는 '미디어 이슈'의 4권 7호 ‘여성혐오, 남성혐오에 대한 인식’ 기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양정애 선임연구위원은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2년이 지났음에도 ‘워마드’, ‘미러링’ 등의 키워드와 함께 최근까지 성별혐오 논란이 지속되는 중”이라며 “미디어와의 관련성, 시의성 등을 충족하는 사회 이슈이기에 이번 조사가 실시됐다”고 조사 배경을 설명했다.

최근, 성별혐오 표현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한 사람들의 응답비율이 80.7%를 기록했다(사진: 한국언론진흥재단 제공).

먼저 ‘성별혐오 표현 문제의 심각성’을 묻는 항목에서 ‘매우 심각하다’, ‘약간 심각하다’고 답한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80.7%를 차지했다. 구체적으로는 남성(75.6%)보다 여성(85.8%)이, 연령대는 낮을수록(20대 92.8%, 50대 68.0%) '심각하다'는 것에 더 높은 응답비율을 보였다. ‘별로 심각하지 않다’, ‘전혀 심각하지 않다’고 답한 비율은 각각 14.3%, 0.7%를 차지했으며, ‘관심 없다’는 답변은 4.3%였다.

특히, 전체적으로 질문에 대한 동의 정도가 낮게 나타난 항목은 그렇지 않은 항목들과 비교해 여성혐오와 남성혐오의 비율이 두드러진 차이를 보였다. 각 성별혐오에 대해 ‘별 실체가 없는 허상을 미디어가 확대·재생산하고 있는 현상이다’란 항목의 여성혐오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58.6%가 동의한다고 답한 데 비해, 남성혐오에 대해서는 그보다 5.8%p 더 많은 64.4%가 그렇다고 반응했다. 반면에 ‘우리 사회에 실제로 존재하는 현상이다’와 ‘문제가 심각한 편이다’는 둘 다 남성혐오(각각 50.7%, 29.7%)에 대해서보다는 여성혐오(각각 62.0%, 46.7%)에 대해서 동의하는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김치녀', '한남충'과 같은 표현이 널리 쓰이지는 않지만 인터넷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만큼, 인터넷 이용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사진: 한국언론진흥재단 제공).

성별혐오 표현과 관련한 실제 접촉·사용 경험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졌다, 이에 설문 참여자들은 ‘김치녀’와 ‘한남충’으로 대표되는 혐오단어를 각각 알고 있는지에 대해 답한 것. 그 결과, 대략 응답자 4명 가운데 3명은 성별에 따른 혐오표현을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해당 단어들이 잘 알려져 있다고 해서 이를 실제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은 아니다. 이는 성별혐오 단어를 안다고 답한 943명 중 88.3%가 해당 단어를 거의 써본 적이 없거나 한 번도 쓰지 않았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해당 단어에 대해 ‘모욕적이거나 불편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77.9%, 이들 표현이 각각 여성·남성을 향한 혐오표현이라는 사실도 응답자의 92.9%가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응답자들이 부정적으로 생각하며 사용하지도 않는 해당 단어들이 사회적인 논란이 되는 이유는 이들 단어가 인터넷 커뮤니티와 뉴스, SNS 등 ‘매스 미디어’를 통해 노출되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령별로 20대는 SNS(45.2%), 30대는 인터넷 커뮤니티(43.4%), 40~50대는 뉴스(각각 43.1%, 40.1%)를 통해 해당 단어들을 가장 많이 접했다고 답했다. 결국 어린 세대일수록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혐오표현 접촉이 확인되면서, 사용자들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성별 간에 존재하는 뚜렷한 인식 차이가 여성혐오, 남성혐오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사진: 한국언론진흥재단 제공).

이번 조사를 통해 ‘탈코르셋 운동’과 ‘혜화역 시위’에 관련한 시민 인식도 알 수 있었다. 대략적으로는 응답자 5명 중 심정적으로 지지하는 사람이 2명, 지지하지 않는 사람이 2명, 1명은 무관심한 편이라고 답했다. 특히 이 같은 집단행동에 대한 지지비율 역시 성별에 따른 차이가 매우 두드러졌다. 여성(50.8%)이 남성(21.8%)에 비해 약 2.5배 더 높은 지지의사를 표명한 것.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우리 사회의 여성 인권 및 여성에 대한 처우가 어떻게든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해서’가 가장 높은 응답 비율(63.9%)을 보였다.

반면, ‘탈코르셋 운동’이나 ‘혜화역 시위’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의 다수(72.5%)는 여성 인권을 개선하고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한 공개적 움직임이 오히려 여성 관련 사회이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우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음을 우려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시민들은 성별혐오 논란을 어떻게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할까. 설문 참여자들에게 성별혐오 문제의 해결 방안 5개를 제시하고 그 가운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선택하게 한 결과, ‘언론의 철저한 사실 확인을 통해 성별 관련 혐오에 대한 허위 정보를 걸러낸다’를 고른 응답자가 34.6%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인식 개선을 위한 대국민 캠페인과 교육(26.2%), 언론이 성별 관련 혐오를 부추길 수 있는 표현이나 보도를 자제하는 것(25.0%)이 뒤를 잇는 등 언론을 통한 성별 갈등의 해소가 해법으로 제시됐다.

성별혐오 단어의 대표격인 '김치녀'와 '한남충'은 각각 '일베', '워마드'에서 주로 쓰인다. 해당 커뮤니티는 특정 성별을 향한 혐오 표현 등으로 악명 높다(사진: 구글 무료이미지).

성인남녀 1000 명이 참여한 이번 조사는 온라인(이메일 발송 7558건, 조사접속 1896명, 응답률 13.2%)으로 진행됐다. 2018년 7월 20~25일에 조사가 진행됐으며, 남성과 여성이 각각 50.0%를 차지했다. 연령대별로는 20대~50대까지 각 25%씩 할당됐으며, 결혼 상태에 따라서도 기혼 55.3%, 미혼 42.1%, 비혼(결혼한 적 없고 앞으로 할 계획 없음) 2.6%로 구분됐다. 응답률은 13.2%,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0%p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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