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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와 연금 사회주의 논쟁

‘스튜어드(steward)’는 원래 비행기나 크루즈 등의 남자 승무원을 뜻한다. 여자승무원은 스튜어드의 여성형으로 우리가 잘 아는 ‘스튜어디스(stewardess)’다. 스튜어드는 이 밖에도 모임의 실무를 담당하는 ‘간사’를 의미하기도 하고, 대저택이나 귀족의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를 가리키기도 한다.

요새 연일 뉴스에 오르는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에 들어 있는 스튜어드는 바로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의 의미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현재 의미는 ‘기관투자자의 주주권 행사 지침’이다. 국민이나 기타 고객의 돈을 위탁받아 각 기업에 투자하고 관리해서 그 이익금으로 고객들에게 연금을 지급하거나 배당하는 기관투자자들(국민연금,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이 투자한 기업에 주주로서 주주권을 행사하도록 규정한 것이 바로 스튜어드십 코드다. 투자한 고객 자산을 잘 운영하기 위해서는 투자한 기업의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해야 이익 산출에 유리할 것이라는 논리가 스튜어드십 코드의 도입 배경이다.

특히 금융위기가 잦은 최근 세계적 경제 동향에서 기관투자자가 고객의 돈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투자 대상 기업에 주주로서 경영에 개입하는 게 당연하다는 논리가 힘을 얻으면서, 2010년 영국에서 처음 도입됐고, 2011년 네덜란드, 2013년 스위스, 2014년 일본, 2016년 대만과 홍콩 등의 순으로 도입됐다.

한국은 이번에 국민연금만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다. 나머지 기관투자자들은 아직 이 제도를 도입하지 않았다. 국민연금의 경영 참여는 아직은 제한적이다. 국민연금은 투자 기업 임원의 선임과 해임, 합병, 분할, 분할합병 등에 의사 표현이 가능하게 됐다. 국민연금이 주식 지분의 5% 이상 보유한 상장기업은 300개, 10% 이상 보유한 상장기업은 106곳이라고 한다. 이들이 당장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의 영향을 받게 됐다.

보수진영은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가 국민의 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민간 기업의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간섭하는 ‘연금 사회주의(조선일보 표현)’의 우려가 있다고 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은 비만을 조장하는 '먹방' 방송 프로 규제를 두고 ‘국가주의’란 말을 썼다. 이 국가주의란 표현도 분야는 다르지만 국가 개입의 정도가 강하다는 의미가 있다.

정치경제학에서는 ‘계획경제’와 ‘경제계획’을 구분한다. 경제계획은 국가가 민간 경제를 활성화할 경제 정책을 수립하는 것을 의미한다. 세금, 금리, 최저임금, 예산 책정 등 국가가 수립할 기본 경제계획은 많다. 다만 국가가 민간 경제에 어느 정도 개입할 것인가를 두고 ‘작은 정부’냐 ‘큰 정부’냐의 논쟁이 가능하다. 아마 과거 보수 정부는 규제완화나 공기업 민영화 등 작은 정부를 지향했을 것이고, 지금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론에 근거한 증세와 최저임금 인상 등 큰 정부를 향해 가고 있을 것이다.

계획경제는 아예 국가가 생산과 분배라는 모든 경제활동을 하나부터 열까지 계획하고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소위 과거 소련, 중공 등 사회주의 국가의 경제 정책이 바로 계획경제다.

연금 사회주의나 국가주의란 표현은 경제계획의 테두리 안에서 작은 정부냐 큰 정부냐의 개입 정도 차이 논쟁이 아니라 경제계획을 넘어 계획경제로 가려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제기로 보인다. 자칫 국민연금의 스튜어드 코드 도입이 ‘자유민주주의’냐 ‘민주주의’냐의 교과서 논쟁처럼 국가의 틀을 놓고 보수진보가 맞부딪칠 새로운 전선이 될 수도 있다. 

취재기자 신예진  reporter1@civic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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