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미투에 침묵하던 고은, 최영미 시인 등 폭로자 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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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미투에 침묵하던 고은, 최영미 시인 등 폭로자 고소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8.07.26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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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여 원 손배소...최 시인, "힘든 싸움이 시작됐다. 하지만 적극 대응할 것" / 신예진 기자

성추행 의혹을 받은 고은(85) 시인이 반격에 나섰다. 의혹을 폭로한 최영미·박진성 시인 등을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한 것. 최 시인은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6일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고은은 지난 17일 최영미 시인과 박진성 시인, 관련 기사를 게재했던 언론사 등을 상대로 10억 7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민사합의14부(이상윤 부장판사)에 배당됐다. 첫 변론기일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최 시인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고은 시인의 소송에 적극 대응할 것임을 시사하는 글을 남겼다. 최 시인은“오늘 법원으로부터 손해배상 청구 소장을 받았다. 원고는 고은 시인”이라며 “힘든 싸움이 시작되었으니, 밥부터 먹어야지”라고 말했다.

박 시인도 이날 SNS에 “고은 시인으로부터 손해배상하라는 소송을 당했습니다. 오늘 오후 소장을 받았습니다. 일간지에 10억, 최영미 시인과 저에게 각 1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하라는 소송입니다. 성실하게 소송에 임하겠습니다”라고 글을 남겼다.

여론은 고은에게 등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네티즌들은 최 시인과 박 시인을 지지하는 글들을 쏟아냈다. 한 네티즌은 “힘든 싸움이지만 끝까지 싸우기를 바란다”며 “힘은 없지만 진실이 이긴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선례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영미 시인 님의 뒤에는 저를 비롯해 많은 분들이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 달라”고 응원했다.

고은 시인이 최영미 시인과 박진성 시인, 관련 기사를 게재했던 언론사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사진: 고은재단 홈페이지).

고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그의 성추행 의혹에서 비롯됐다. 발단은 지난 2017년 겨울 계간지 ‘황해문화’에 실린 최 시인의 시 <괴물>이었다. <괴물>에는 고은 시인이 후배 작가와 편집자 등을 성추행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 2월 언론을 통해 뒤늦게 알려졌다. 이후 최 시인은 JTBC <뉴스룸>에 출연해 고은 시인의 상습적 성추행을 직접 밝혔다.

시 <괴물>은 "En 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 문단 초년생인 내게 K 시인이 충고했다 /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 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 / Me too /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라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고은은 영국 언론 가디언을 통해 본인의 성추행 의혹을 부인했다. 고은은 "나 자신과 아내에게 부끄러울 일은 하지 않았다“며 “상습적인 의혹은 거부하며 시인으로서 명예를 지키고 집필을 계속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고은은 국내에서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하지 않았다.

그러자 박 시인은 고은의 성추행 목격담을 추가로 폭로하며 최 시인을 지지했다. 박 시인은 본인의 블로그에 지난 2008년 고은의 성추행을 목격했다는 글을 게시했다. 시인 초청 강연회 뒤풀이 자리에서 고은이 옆자리에 앉은 여성의 팔을 만졌다는 것. 여성이 저항하자 본인의 성기를 꺼내 흔들었다는 충격적인 내용도 있었다.

문학계의 폭로가 이어지자, 지자체는 ‘고은 지우기’를 시작했다. 서울시는 지난 3월 서울도서관 3층에 마련됐던 ‘만인의 방’을 철거됐다. 성추행 논란 이후, 서울시는 지난 2월 말 공간 철거 방침을 세우고 공간에 가림막을 쳐 관람객 접근을 막아왔다. 만인의 방은 지난 2017년 11월 21일 공개됐다. 경기도 안성에 있는 고은의 서재를 재현한 공간이다. 공간의 이름은 고은의 대표작 <만인보>에서 땄다.

또, 수원시와 고은재단은 고은문학관 건립 계획을 철회했다. 결국 고은 시인은 국내 대표 문인단체 한국작가회의의 상임고문직도 내려놓고 탈퇴했다. 수원시가 제공한 창작공간에서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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