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 위도도 인니 대통령, 경성대에서 ‘자국민과의 대화’ 가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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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코 위도도 인니 대통령, 경성대에서 ‘자국민과의 대화’ 가져
  • 취재기자 하봉우
  • 승인 2014.12.12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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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대 인니 유학생들이 편지로 요청해서 성사...서울, 경기도 노동자들도 참석
▲ 조코 위도도 인니 대통령이 경성대 프레지덴트 홀에 도착해서 이 대학 송수건 총장의 영접을 받고 있다(사진출처: 경성대학교 제공).

2014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부산을 찾은 조코 위도도(54)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지난 11일 밤 9시 경성대학교 27호관 프레지던트 홀에서 인도네시아 유학생 및 노동자, 결혼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대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행사는 식전 행사 일부만을 제외하고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11일부터 12일까지 이틀의 짧은 방한 기간 중 경성대를 방문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지난달 10일 경성대는 존 프레세띠오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를 초청해서 특별 강연을 가졌다. 그 이유는 국내 대학 중 가장 많은 130여 명의 인도네시아 유학생이 경성대를 다니고 있기 때문. 이 특강을 통해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부산 방문 소식을 전해들은 이 대학 인도네시아 유학생들은 즉각 본국 대통령에게 경성대를 방문해서 자신들을 만나 줄 것을 부탁하는 편지를 보냈다. 인도네시아 학생들은 이 편지에 대통령이 경성대에 와서 한국에 있는 인도네시아 유학생, 노동자, 결혼 이주민들을 위로하고 격려해 달라는 내용을 담았다. 정치 명문가 출신들인 이전 대통령들과 달리 서민 집안 출신인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이를 기꺼이 수락했다.

이렇게 위도도 대통령의 경성대 방문을 성사시킨 이면에는 이 대학 대외협력처장 김태운 교수의 노력이 있었다. 그는 이번 인도네시아 대통령 경성대 방문을 성사시킨 숨은 주역이었다. 김 처장은 이미 지난 5월부터 인도네시아 대통령 궁으로 경성대를 찾아달라는 이메일을 보냈다. 김 처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인도네시아 학생들이 경성대에 재학 중이라는 사실과, 이 대학이 인도네시아 춤과 노래 공연으로 인니 문화를 소개하는 ‘노크노크(Knock Knock) 인도네시아’, ‘문화 포럼’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메일에 적었다. 김 처장의 이런 노력이 인도네시아 대통령 궁의 관심을 받게 되면서, 김 처장은 지난 9월 프레세띠오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를 서울 인니 대사관에서 만날 수 있었다. 이후 인도네시아 경성대 유학생들의 편지가 대통령에 전달되면서, 대통령의 경성대 방문이 성사된 것이다.

▲ 조코 위도도 인니 대통령(사진 아래에서 머리 뒤를 보인 왼쪽 사람)이 경성대 프레지덴트 홀 입구에 모습을 드러내자 인도네시아, 유학생, 노동자, 교민들이 서로 대통령과 사진을 같이 찍어려 하고 있다. 대통령은 대부분 이들의 요구를 들어 주는 바람에 행사는 예정된 한 시간을 흘쩍 넘겨 두 시간 가량 지속됐다(사진 출처: 경성대학교 제공)

김 처장은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기간 동안,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우리나라에 있는 시간은 기껏해야 하루 남짓이고, 그 기간 동안 할 일도 많은데, 대통령은 자국민과의 대화 시간과 행사장에 오가는 시간을 포함해서 모두 무려 3시간이나 오늘 특강에 투자했다”며 “이렇게 자국민들을 위해 경성대를 찾아준 것을 보면, 그 분이 존경스럽고 대단한 인물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 조코 위도도 인니 대통령이 경성대 프레지덴트 홀에 입장해서 이 대학에 유학 중인 인니 학생들과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 출처: 경성대학교 제공).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경성대 방문 당일, 인도네시아 유학생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 대학 인도네시아 유학생회 대표 치따(21, 경성대 산업경영공학과 3학년) 씨는 “대통령이 오신다는 것이 정말 꿈만 같고, 오셔서 무슨 얘기를 하실 건지와는 상관없이 오시는 것 자체만으로 우리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는 아주 큰 힘이 된다”며 “원래부터 국민을 잘 배려해주고, 국민의 의견을 잘 들어줘 ‘대세’(원래는 주된 세력이란 뜻으로, 요즘 젊은이들 은어로 ’잘나가는 사람‘이란 뜻으로 쓰임)로 불리던 분이었는데, 실제로 보게 돼 많이 설렌다”고 심정을 전했다. 그녀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인터뷰 도중 눈물을 터뜨리기도 했다.

강연장을 찾은 나낭(50) 목사도 “대통령이 타국의 대학교를 스스럼없이 찾는다는 것에 정말 놀랐고 존경심이 우러났다”며 “한국에서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보다 더 사이좋게 지내고 단합할 수 있도록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드디어 이날 밤 9시. 각국 정상들과 만찬을 마친 조코 위도도 대통령 내외와 송수건 경성대 총장 등 내빈들이 경성대 프레지던트 홀에 입장했다. 조용하던 객석에는 환호성이 터졌고, 자리에서 일어난 인도네시아 인들은 대통령에게 다가가 그를 둘러쌌다. 당황할 만도 했지만,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관객들 사진 촬영 요청이 쇄도하는 데도 이를 일일이 응해주는 등 그는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덕에 이날 행사는 밤 9시부터 한 시간인 예정 시간을 넘겨 밤 11시쯤에 끝났다. 

이날 자국민과의 대화 행사에 앞서, 경성대 송수건 총장은 환영사를 통해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경성대 방문은 인도네시아 유학생은 물론 재한 인도네시아 국민들에게 희망과 꿈을 심어줄 것으로 믿는다”며 “경성대는 인도네시아 유학생들을 더욱 잘 가르쳐 인도네시아 사회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유능한 인재로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 조코 위도도 인니 대통령이 자국민과의 대화를 마친 후, 경성대 프레지덴트 홀 단상에서 이 대학 총장 등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태운 경성대 대외협력처장, 송수건 경성대 총장, 위도도 대통령 내외, 그리고 주한 인니 대사 부부(사진 출처: 경성대학교 제공).

이후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자국민과의 대화 시간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인도네시아 유학생 디아나(22,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3학년) 씨는 “대통령께서 ‘우리도 잘할 수 있다’, ‘지금 인도네시아에 있지 않지만, 우리나라를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힘을 주셨다”며 “우리를 만나러 와 주신 대통령께 정말 감사하고, 대통령이 우리를 보고 뿌듯해 할 수 있도록 앞으로 더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행사 진행요원으로 참여한 인도네시아 유학생 아말리아(22,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3학년) 씨도 “대통령께서 자신감을 북돋아주는 얘기를 해줘 기분이 좋다”며 “우리의 노력과 많은 분들의 도움 속에 행사가 무사히 마무리돼 기쁘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가 열린 경성대 프레지덴트 홀은 글로리아 아로요 전 필리핀 대통령이 2005년에 경성대로부터 명예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장소였으며, 그후 2008년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특강을 실시한 장소이기도 하다. 경성대는 이후 이 홀의 공식 명칭을 프레지턴트 홀로 개칭했으며, 이번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경성대 프레지덴트 홀을 찾은 두번째 외국 대통령, 국내외를 합치면 세 번째 대통령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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