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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시장의 급팽창 속 한자 학습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경성대 한국한자연구소 하영삼 교수, "한자연구로 동아시아 국가의 도약을 꿈꾼다" / 이준학 기자

한문(漢文)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문명과 결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중국은 물론이거니와 한국과 일본, 베트남에 이르기까지 한문이 사라진 모습을 상상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생활언어 속에 한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 이상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문을 고지식하고 재미없는 것으로 여긴다.

경성대학교 부설 한국한자연구소 소장 하영삼 중국학과 교수는 이러한 세태가 아쉽다. 그는 “한자(漢字)가 가진 힘과 의의를 연구하고 활용한다면 그 가치는 충분한 정도를 넘어 그야말로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한자연구소는 하영삼 교수의 주도로 한문의 가치를 발견하고 발전시켜 세계시장에 맞설 동아시아 한자문명의 역량을 키우고자 나섰다.

중국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졌다는 사실을 증명하듯,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개인 홈화면에 ‘중국’ 카테고리가 추가됐다. 하영삼 교수는 항상 중국 탭의 게시물을 확인한다(사진: 취재기자 이준학).

얼마 전, 하 교수는 중국을 견학하며 아찔함을 느꼈다.

“중국 초등학생들은 2만 원대 드론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다가 3D프린터로 만든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길거리 노점도 QR코드를 활용한다는 사실은 이제 많이들 알고 있다. 중국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그곳의 모든 사람들이 변화를 수용하며 적응하고 있다. 중국이 무서운 이유다. 미래 중국 시장의 경쟁력은 ‘변화’다.”

하영삼 교수가 바라보는 중국은 현재 시장개방과 함께 어마어마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 교수는 이처럼 폭발적인 중국의 성장요인으로 ‘한자문화’를 꼽았다. 중국이 규모의 성장을 넘어서 미래가치를 발굴하고 투자하는 등의 질적 성장은 곧 한자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 겉으로 드러나는 소리 표현의 조합으로 의미를 만드는 표음문자 사회와, 한 글자 한 글자의 의미와 배경이 담긴 표의문자를 사용하는 문화권 사이의 사고방식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게 하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한때 가장 비효율적인 언어로 꼽혔던 한자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연구가 4차 산업혁명을 앞둔 지금 빛을 보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하 교수는 한자의 단점을 지닌 중국인들이 4차산업이란 변화에 놀랍도록 잘 적응하고 있는 점은 주목할 일이라고 말했다. 

한문 빅 데이터에 포함된 중세 한문 자료의 탁본. 고대 그림문자를 포함한 한자의 모든 형태가 담긴 방대한 자료 수집은 불가능하며 의미도 없을 것이라는 시각을 깨고, 한자 빅 데이터 체계가 완성됐다. 현재는 인공지능의 발전과 함께 한문의 어떠한 형태도 의미에 맞게 해석이 가능할 정도의 데이터 활용체계가 완성됐다(사진: 취재기자 이준학).

하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사용자와 컴퓨터가 한자 입·출력을 바르게 인식하기 위해 미세한 획 하나하나를 구별해내는 기술을 바탕으로 중국의 안면 인식 보안체계가 더 견고해졌다. 하 교수는 너무도 복잡한 중국의 한자 입력 키보드를 편히 쓰기 위해 자주 쓰이는 어휘를 한데 모아 사용자의 의도에 적합한 글자를 텍스트 입력시 보여주는 알고리즘 속에도 다름 아닌 한자의 ‘빅 데이터’가 있었다고 지적한다.

하영삼 소장이 경성대학교 소재의 한국한자연구소에서 중국의 한문 탁본자료를 펼쳐보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이준학).

한국한자연구소는 이렇게 중국으로 대표되는 동아시아만의 독특한 성장과정과 사유구조 속에 한자문명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같은 한자문명국인 중국, 한국, 일본, 그리고 베트남의 한자문화까지 포함해서 각 나라에서 드러나는 차이점과 특색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파헤치고 있다. 셰익스피어 문학을 고전으로 연구하는 영문학은 몇 백 년의 역사에 불과하지만, 논어로 대표되는 사서삼경의 한문문학은 수 천 년이라는 풍부한 역사와 심오한 의미를 지녔다는 게 하영삼 교수의 생각. 지금까지 한문이 동아시아에 미쳤던 강대한 영향력의 근원과 서구문명과의 차이를 밝혀 한문문명의 강점을 살리는 것도 연구소의 핵심목표 중 하나다. 하 교수는 "한자연구소는 기존의 한문 연구가 한-중, 한-일 등으로 제한적이었던 것과는 달리 동아시아 4개 국가의 상호 정식적인 자료 교환 및 협력을 통해서 동아시아의 모든 한자문화와 한문문학을 종합적으로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한국한자연구소는 설립된 지 10년이 아직 안됐다. 그럼에도 지난 5월, 한국한자연구소는 교육부의 인문한국플러스(HK+)의 지원사업 대상으로 당당히 선정되어 7년간 약 84억 원을 지원받게 됐다. 경성대의 한국한자연구소는 이제 교육부의 연구 지원금을 기반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것은 물론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인문학 연구소로 성장할 준비를 마쳤다. 하영삼 교수의 그간 한문학적 연구업적과 역량이 연구소 도약의 근간이 됐다.

경성대 한국한자연구소는 HK+사업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서 특별한 의무도 부여받았다. 그 중 하나는 연구 성과를 시민과 함께 하는 것. 그래서 연구소 안에 설립된 지역인문학센터는 한자연구 성과와 아이디어를 시민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센터 주도의 문화체험을 통해 지루하게 느껴졌던 한자 역사와 유래 등을 미디어 콘텐츠로 만들어 시민들이 재미있게 배우고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 센터의 계획 중 하나라고. 하 교수는 "이를 위해서, 한문을 활용한 게임이나 자신의 한문 이름을 활용한 3D프린팅 악세사리 제작 등 다양한 아이디어로 시민들이 한자와 친숙하게 유도하도록 센터를 키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한자연구소는 한자 관련 연구 성과와 능력으로 경성대학교의 경쟁력을 높일 방안도 구상 중이다. 하영삼 교수는 원래 경성대의 강점인 미디어 콘텐츠 제작 능력에 각종 한자 관련 콘텐츠를 접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경성대의 첨단 디지털 미디어 제작 시설을 활용해서 한문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고 배포하자는 것이 계획의 골격이다. 하 교수는 "특히 경성대와 중국과의 교류를 확대해 미래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중국 시장에서 경성대와 한국한자연구소가 함께 육성할 인재들이 진출하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하영삼 교수는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화합에 관심이 많다. 그는 특히 이들 3국이 과거사 문제로 인한 갈등과 불만 등을 해소하고, 각국의 미래세대는 한자문명이라는 공통점, 지역 접근성을 이용해서 서로 가까워지길 바란다. 하 교수는 한문문명 국가의 협력과 연구들이 해당 국가들의 공통점을 밝혀내고 강점으로 활용해서 동아시아가 세계의 주축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하 교수는 "동아시아 3국의 미래를 밝게 하는 일의 시작점이 바로 한국한자연구소이기를 바라며 연구에 임하겠다"고 앞날의 포부를 밝혔다.

취재기자 이준학  reporter1@civic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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