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주의자가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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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주의자가 희망이다
  • 편집위원 신병률
  • 승인 2014.12.08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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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라 (뉴시스, 9/25)
●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반대한다 (SBS, 9/29)
●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세월호 천막을 철거하라 (머니투데이, 11/11)
● 서울시의 ‘시민인권헌장’ 제정 시도 중단하라 (미디어오늘, 11/20)
● 통합진보당을 해산하라 (연합뉴스, 11/25)

 지난 수개월 동안 보수단체들이 집회와 시위 현장에서 주장한 것들을 몇 가지 옮겨 보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들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집회와 시위를 통해 자신들의 주장을 펼칠 그들의 권리는 존중한다. 헌법도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제21조 1항)”고 명시하고 있고, 그래야 마땅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앞서 나는 그들의 권리를 존중하고 그들의 행위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수단체와 관련하여 내가 정말로 이해할 수 없고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내가 보기에 보수단체라면 마땅히 분노해야 할 것으로 보이는 사건들에 대해서 그들이 이상하리만치 침묵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학을 전공하지 않은 까닭에 나는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기준을 정밀하게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보수주의는 개인의 자유와 도덕성을 중시하고, 가족이나 애국 등의 전통적 가치를 존중하고, 법과 시장 질서를 옹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알고 있는 보수주의의 정의가 틀리지 않았다면, 국가의 안보는 보수주의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가치임이 틀림없을 것이다.

보수단체들이 지금껏 주장하고 활동해 온 바를 통해 유추해 본다면, 실재로도 그들은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의 안전을 지키는 문제를 최우선 가치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안보를 위해서라면 헌법에 명시된 개인의 자유와 권리조차 희생되거나 제한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 여기서 나를 분노케 했던 최근 기사 몇 가지를 또 옮겨보기로 하자.

● 1,590억이 투입돼 2년 전 완성된 최첨단 구조함 ‘통영함’의 ‘음파탐지기’ 성능이 40년 전 수준이고 군은 2억 원대의 이 성능 미달 음파탐지기를 구매하는데 41억 원을 썼다 (JTBC, 9.19)
● 군에 중국산 짝퉁 베레모를 납품해 물의를 일으켰던 업체가 또다시 군용모 납품 업체로 선정되었다 (경향신문, 10/19)
● 군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명품무기’라고 홍보했던 K-11 복합소총이 센서에 자석만 갖다 대도 격발이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일보, 10/20)
● 군은 북한군의 소총에 뚫리는 것을 알면서도 불량 방탄복을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동아일보, 10/23)

방위사업 관련 비리에 대한 최근의 보도를 접하면서 나는 국민의 한사람으로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 국방을 책임진 군인이 그것도 고급 장교들이 무기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그런 비리를 저지를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떤 조직에든 일탈하는 개인은 있기 마련이기에 개인의 비리를 국군 전체의 비리로 확대해석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진짜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이러한 방위사업 관련 비리에 대해 보수단체들이 집회나 시위를 통해 항의했다는 보도를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제대로 된 보수주의자들이 모인 단체라면 마땅히 분노하고 항의해야 할 최고로 중요한 사안으로 생각되는데 내가 뭘 잘못 생각하는 건가? 안보를 그렇게 강조해왔던 보수단체들이 어떻게 이럴 수 있는 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혹시 아래의 기사들이 그들이 침묵하는 이유를 암시해주는 것일까?

● 보수단체들이 4대강으로 '돈'도 벌고 '상'도 받았다 (뉴스타파, 1/24),
● 보수단체 간부들이 국고보조금을 횡령하거나 대출사업을 하다 약 4,000억 원을 날렸다 (동아일보, 2013.4.10.),
● 70여 개 보수단체가 정부로부터 해마다 40여 억을 지원받고 있다 (시사저널, 5/19)

만약 그렇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흔히들 ‘양쪽 날개가 있어서 새가 창공을 날 수 있는 것처럼, 국가도 좌우가 건강한 균형을 유지할 때 융성한다’고 한다. ‘보수가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고들 말하지만, 이 말을 진보주의자들이 백날 떠들어봐야 보수주의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들릴 리 만무할 것이다. 진짜 보수주의자들이 나서서 사이비 보수주의자들과 그들의 단체에 따끔한 일침을 가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자유의 가치를 존중한다면서 시장경쟁의 자유만 인정하고 양심이나 사상과 표현의 자유는 무시하거나, 평등의 문제만 나오면 자동으로 공산주의와 연결부터 하고 보는 사이비 보수주의자들의 그릇된 태도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주체는 진짜 보수주의자들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보다 살기 좋은 나라가 되는 길은 진짜 보수주의자들이 제대로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부터 출발하지 않을까? 사이비 보수주의자들이 아니라 따뜻하고 합리적이고 말이 통하는 진짜 보수주의자들이 우리나라의 한쪽 날개를 담당해 주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나도 살아생전에 보수단체에 자발적 후원금을 꼭 한번 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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