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조금 오래된 할배들, 월드컵 결승 진출국 크로아티아를 가다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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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조금 오래된 할배들, 월드컵 결승 진출국 크로아티아를 가다①
  • 논설주간 강성보
  • 승인 2018.07.13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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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설주간 강성보

지도를 펼쳐보면 크로아티아란 나라는 참 요상하게도 생겼다는 느낌이 든다. 아드리아 해를 사이에 두고 이탈리아 반도를 마주보고 있는데, 그 모양새가 낫 놓고 ‘ㄱ’자 모른다 할 때의 낫 같기도 하고, 닌자가 어둠속에서 표적을 향해 날리는 암기(暗器) 같기도 하고, 때로는 리듬체조 선수가 몸을 완전히 뒤로 젖혀 도약하는 모습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자료를 찾아보니 옛 유고슬라비아의 영웅 티토가 연방 내 각 민족의 관할 지역을 조정하면서 크로아티아에게 그런 모양의 영토를 그려줬다고 한다. 일종의 개리맨더링이다.

크로아티아 위치(사진: 네이버 지도 캡처)

6월 30일부터 약 열흘간 크로아티아에 다녀왔다. 달포 전 고등학교 동기 동창 두 명과 노닥거리다가 여름 방학이 시작되는 즈음에 부부동반 해외여행이나 한 번 가자는데 죽이 맞아떨어져 실행한 것이다. 당초 서 몽고 초원 드라이브 여행으로 계획했으나 한 친구가 TV 예능프로 <꽃보다 할배> 보고나더니 크로아티아가 죽여주는 것 같다며 강력 추천해 그렇게 방향을 바꿨다. 서몽고보다는 비용이 엄청 더 드는, 나로서는 사치스런 자유여행이었으나 “한 번 뿐인 인생, 별거 있나. 에잇, 쓰고 죽자” 싶어 좀 무리를 해서 지난 6월 30일 두브로브니크 행 터키 항공에 몸을 실었다.

두브로브니크

제대로 발음하기조차 어려운 낯선 지명이다. 국제부 기자를 오래 한 탓에 세계 구석구석 웬만한 지명은 한두 번쯤 들어봤다는 느낌이 드는데 이곳은 생전 처음이었다. 크로아티아어로 ‘떡갈나무’를 뜻한다는 이 이름을 입에 익숙하게 올리기까지는 사나흘이 걸렸다. 크로아티아의 최남단 지역, 낫이라면 그 자루의 맨 밑, 도약하는 리듬체조 선수라면 꼿꼿이 세운 발 끝에 해당하는 곳의 항구도시다. 직항이 없는 탓에 터키항공은 이스탄불을 거쳐 이 도시의 공항에 우리 일행을 내려놓았다.

스르지 산에서 내려다 본 두브로브니크 올드타운 전경. 지붕들이 대부분 붉은 색으로 아드리아 해의 한없이 푸른 바다와 대조를 이루며 한폭의 그림과 같은 장관을 만든다(사진: 강성보 논설주간 제공).

영국 극작가 버나드 쇼는 “지상에서 천국을 보고 싶은 사람은 두브로니크로 가라”고 말했다고 한다. ‘아드리아해의 진주’로 불리울 정도로 아름다운 곳으로, 유럽인들에게는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 1순위라는 명성을 얻고 있다. 실제 가서보니 관광객이 그야말로 버글버글했다. 특히 옛날 베네치아 공화국이 오스만 터키의 침공을 막기 위해 건설했다는 성채(지금은 올드타운으로 불리고 있다)엔 밀려드는 인파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대부분 유럽 각국에서 몰려온 듯 백인들이었고 여자들은 어깨를 훤히 드러낸, 푹 패인 가슴골을 여과없이 과시하는 민소매 티셔츠 차림이었다.

동양인도 적지 않게 눈에 띄었는데, 일본인, 중국인도 있었지만 웬지 시끌벅적한 한국인 단체관광객들이 주류를 이뤘다. 가수 싸이를 닮은 펑크 헤어스타일의 가이드 박종억 군은 <꽃보다 누나> 방영 이후 한국인 관광객이 폭증해 매달 수만 명이 이곳을 찾는다고 귀뜸했다. 그들은 TV 속 고 김자옥과 김희애 등이 커피를 마시던 성벽 밖 절벽 위 부자카페에서 왁자지껄하며 정신없이 스마트폰 셔터를 누르는 등 유난히 티를 내는 모습을 보였다.

올드타운 성벽 투어 도중 우리 일행은 크로아티아 국기가 걸린 게양대 밑에서 단체 사진을 찍었다. 늘 국기가 펄럭인다고 하는데 마침 우리들이 포즈를 잡는 시간에는 바람이 잔잔해 활짝 펴진 국기를 볼 수 없었다(사진: 강성보 논설주간 제공).

두브로브니크에서 사흘을 지냈다. 자유여행이지만 스케줄은 여행사에 의뢰했는데, 여행 일정의 3분의 1을 인구 10만도 채 안되는 이 작은 도시에서 머물도록 돼 있었다. 도시 외곽 뉴타운에 있는 3성급 호텔에서 숙박하며 올드타운을 세 차례 왕래했다. 시내 버스를 타고 다녔는데, 처음엔 우왕좌왕 헤맸으나 나중엔 마치 통학, 통근하듯이 편하고 자유스럽게 오고갔다. 우르르 몰려다니는 깃발부대 단체여행에서 맛볼 수 없는 자유여행의 묘미가 아닌가 싶어 우리들끼리 희희낙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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