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시간에 무엇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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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시간에 무엇하나요?"
  • 경성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 박기철
  • 승인 2013.01.1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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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해한 악기인 기타

저는 취미가 기타 치는 것이면서 기타라는 악기에 대해 콤플렉스가 많습니다. 아주 잘 치는 사람이 연주하는 것을 보면 그야말로 ‘감동적 열등감’을 느낍니다. 전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기타를 쳤는데 그 실력이 어느 때부터 늘지를 않더군요. 기타는 보기에 날라리 악기 같지만 대단한 악기입니다. 피아노나 바이올린을 잘 치는 사람은 세련돼 보이지만 기타 잘 치는 사람은 그렇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기타라는 악기는 피아노나 바이올린보다 난해한 악기입니다. 바이올린은 한음 한음의 멜로디 악기라 독주가 어렵지만 기타는 동시에 여러 음의 화성이 중요한 하모니 악기라 기타 한 대로 모든 연주가 가능합니다. 그래서 모차르트는 기타를 작은 오케스트라라고 했지요. 기본 코드 잡고 노래 반주하는 것은 쉽지만 클래식 기타라든지 재즈 기타 잘 치는 사람을 보면 도대체 어떻게 치는 것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악기가 바로 기타입니다.

음악을 공부한 경험

저는 아직도 기타를 더 잘 치고 싶은 욕심을 버리지 못합니다. 그만한 노력은 못하지만 서도요. 저는 인터넷에서 주로 기타 관련 사이트를 가며, 길거리를 가다가도 기타 학원이 있으면 괜히 들어가서 멋쩍지만 혹시 뭐 지푸라기라도 얻을 게 없을까 물어 보기다 하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기타 실력을 늘릴 수 있는지? 그런데 어느 날 어느 기타 학원장이 제게 해준 얘기는 제 심리타점을 강렬하게 때렸습니다. 기타 치는 걸 배우려 하지 말고 음악을 먼저 알아야 실력이 늘 수 있다고…. 이 한마디에 저는 그 당시 회사 다니랴, 강의하랴, 박사 논문 쓰랴 하는 멀티태스킹의 지극히 바쁜 삶 속에서도 재즈 학원에 다니며 코드, 스케일, 리듬 등 음악 이론을 배웠습니다. 이 때 저는 제가 음악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도 많았다는 걸 깨달았죠. 음악을 좀 알다보니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연습해야 기타 실력이 늘 수 있는지 그 길이 훤하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기본이 중요한 공부

제가 음악 교육을 제대로 받았다면 제 기타 실력이 처음부터 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음악 시간 때 주로 반주에 맞추어 서양 가곡이나 우리 동요를 합창한 것 같습니다. 악기를 가르치더라도 마찬가지지요. 가령 피아노를 체르니 30번까지 연습했다면 열심히 한 친구인데 이 친구에게 CM7 코드는 도미솔시라는 네게 음의 화음입니다. 들어보면 C 코드는 밝고 안정된 느낌이지만 CM7 코드는 좀 무거우며 재즈 스타일의 느낌입니다. 그래서 음악을 가슴으로 표현하는데 있어서 코드(not code, but chord) 등의 기본적 음악 지식은 필수입니다. 하지만 피아노를 배울 때 이런 기본을 전혀 모르고 넘어갑니다. 피아노를 배우더니 ‘소녀의 기도’와 같은 곡을 잘 친다는 사실이 부모 입장에서 기특할 뿐입니다. 피아노를 가르치는 사람도 주로 손가락 연습의 피아노 교육을 시킵니다. 그리되다 보면 아무리 연습해도 음악에 대한 머리는 텅 빈 채 손가락 음직이만 빨라지게 됩니다. 음악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도 없이 손가락 기능만 발달하는 것이죠. 음악시간은 노래 부르는 시간이 아니라 음악을 이해하는 시간이어야 합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공부도 결국은 다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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