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치료제를 복용하기 전에는 제품 성분을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암물질 성분을 함유한 제품에 대해 판매 중단조치를 내리자, 문제 제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 7일 고혈압 치료제로 사용되는 원료 의약품 중 중국산 ‘발사르탄(Valsartan)’에서 발암 물질 불순물이 확인됨에 따라, 해당 원료가 포함된 제품에 대해 잠정적인 판매 중지 및 제조 수입 중지 조치를 한다고 밝혔다. 발사르탄은 혈관을 수축하는 호르몬을 억제해 혈압을 낮추는 성분이다.

식약처의 이같은 결정은 최근 유럽의약품안전청이 중국산 발사르탄에서 불순물로 N-니트로소디메틸아민을 확인하고 제품 회수에 나선 것에 따랐다. N-니트로소디메틸아민은 WHO 국제 암연구소에서 인간에게 발암 물질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물질(2A)로 분류된다.

식약처는 발표와 동시에 발사르탄 유통 차단에 나섰다. 환자들이 자칫 발사르탄 함유 의약품을 처방받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현재 발사르탄이 함유된 모든 의약품은 의사 처방에 따라 약국에서 조제 후 복용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다. 따라서 식약처는 의약품 안전사용 서비스(DUR) 시스템에 ‘처방 금지’ 경고 문구를 등록했다.

이와 더불어, 문제가 된 발사르탄을 제조한 중국 ‘제지앙 화아이’ 사의 원료를 잠정 수입 중지 및 판매 중지 조치했다. 최근 3년간 국내 전체 발사르탄의 총 제조·수입량은 48만 4682kg이다. 이 가운데 화아이 사로부터 수입된 발사르탄은 같은 기간 전체 제조·수입량의 2.8%, 1만 3770kg에 해당한다.

식약처의 발표에 여론은 크게 술렁이고 있다. 혈압약은 장기간 복용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 온라인에는 “1년 넘게 문제의 약을 복용한 사람은 어떻게 되는거지?”, “저희 부모님 5년째 혈압약 드십니다” 등의 글들이 쏟아졌다. 여파는 ‘발암 혈압약’이라는 이름으로 8일까지 계속됐다. 식약처 홈페이지는 8일 오전 문제의 약을 확인하려는 네티즌들로 접속이 지연되기도 했다.

약사 유모 씨는 “문제가 되는 약들은 오리지널 약이 아닌 성분만 똑같이 만든 유사 효능 약(제네릭)”이라면서도 “모든 제네릭이 회수 품목은 아니니 식약처가 공개한 목록을 확인하고 담당의와 상의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식약처는 대체 의약품을 처방받지 않은 환자는 당분한 혈압약을 계속 복용할 것을 당부했다. 무조건적인 복용 중단은 고혈압 합병증을 야기하는 등 환자에게 더 위험할 수 있기 때문. 식약처는 “약 복용과 관련해 의사의 조치에 따를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이어 “해당 제품과 관련성이 의심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거나 이상 징후가 있으면, 즉시 한국 의약품 안전 관리원으로 신고하면 된다”고 말했다. 한국 의약품 안전 관리원의 연락처는 전화 1644-6223, 팩스 02-2172-6701, 온라인 www.drugsafe.or.kr이다.

한편, 식약처가 공개한 ‘잠정 판매 중지 및 제조 의약품 목록’은 다음과 같다. 해당 의약 제품은 총 82개사 219개 품목이다.

취재기자 신예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