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의 아픔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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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의 아픔을 말하다
  • 부산광역시 북구 신혜화, 남구 임동균
  • 승인 2014.11.25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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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의 독재자>를 보고

(1)영화 <나의 독재자>를 보고 1

1972년 7월 4일 남북 공동성명이 발표되자, 남북은 종전엔 찾아볼 수 없던 화해 분위기에 휩싸이고 통일의 기대감은 한층 고조된다. 곧 북한 땅을 밟을 수도 있겠다는 국민들의 기대도 잠시, 유신체제가 선포되면서 사회는 다시 급속히 냉각된다. 영화 <나의 독재자>는 7·4 남북공동선언 이후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리허설을 준비하던 과정에서 중앙정보부로부터 김일성의 대역으로 선택된 성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무명배우 성근은 단역조차 잡지 못한 채 극단의 청소와 포스터 붙이는 일에 전전한다. 어느 날, 연극 주연을 맡은 배우가 극단을 나가면서 성근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하지만 관객의 주목에 얼어버린 성근은 자신의 데뷔 무대를 망쳐버린다. 좌절감에 빠져 있던 성근에게 한 남자가 오디션을 제안하지만, 그것은 중앙정보부의 꼬임이었다. 오디션에 참여한 배우들과 성근은 지하실로 끌려가 혹독한 고문을 당한다. 온갖 고문과 고된 훈련을 견뎌낸 성근은 마침내 김일성의 대역으로 선택된다. 성근은 김일성의 억양과 김일성의 목을 긁는 습관까지 가지게 됐을 정도로 자신의 정체성을 버리고 김일성이 되었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이 결렬되자 국가는 쓸모가 없어진 성근을 길거리로 내쫓는다.

영화는 유신 정권에 희생당한 개인을 상징하는 성근을 통해 대한민국의 아픈 현대사를 보여주고 있다. 유신체제 당시 국가는 남성의 머리 길이와 여성의 치마 길이를 단속할 정도로 국민들을 생활 깊숙한 곳까지 감시하고 통제했다. 통제를 넘어 폭력까지 행사했다. 유신은 지식인과 학생들을 정권에 반한다는 이유로 무차별적으로 폭행하고 감금했다. 민청학련 사건과 같은 민주 시위를 폭력으로 진압하며 공포정치를 펼쳤다. 결국, 민주투사의 희생으로 유신정권은 무너졌지만, 우리 역사에 큰 상처를 남겼다.

유신으로부터 한 세대쯤 지난 지금, 유신 당시의 폭압 통치는 잊히고 당시 이뤄낸 경제 성장만 강조되고 있다. 우리가 인권을 짓밟은 유신을 기억해야 하는 것은 그런 폭압 통치가 다시는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과거를 잊는다면, 비극적 역사는 더 큰 아픔으로 우리에게 반복될지 모른다.

                                                                                                      부산광역시 남구 임동균

(2)영화 <나의 독재자>를 보고 2

처음 이 영화의 포스터나에 나와 있는, 김일성으로 분장한 설경구의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자칫 수령 동지와 북한을 그린 영화로 오해하기 쉽지만, 영화 내용은 그게 아니다. 이 영화는 아버지와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가족 드라마다. 대한민국 최초의 남북 정상 회담을 앞둔 1970년대에 국가에서는 회담 리허설을 하기 위해 독재자 김일성을 연기할 수 있는 대역을 찾는다. 이 역할이 무명 배우였던 성근(설경구 분)에게 주어지게 되면서, 그의 인생이 새로운 전환을 맞게 된다. 성근은 배우의 꿈을 꾸며 홀어머니와 외아들을 부양했지만, 만년 무명인 탓에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되지 못했다. 그 설움을 극복하기 위해 그는 손짓, 표정, 말투 하나하나 김일성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성근의 목표는 단 하나였다. 완벽한 주인공이 되어 아들에게 멋진 연기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남북 정상 회담이 무산되고, 성근의 꿈은 허망하게 끝나버린다. 그 충격으로 그는 20년 동안 김일성이라는 배역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인민과 혁명만 찾는 독재자가 된다. 그런 모습을 보게 된 아들 태식과는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고, 태식은 반항이라도 하듯 자본주의에 물들어 어마어마한 빚까지 지게 된다. 그러다가 1990년대 수도권 재개발 바람으로 예전의 집이 빚을 청산할 수 있는 복권이 되자, 두 부자는 20년 만에 다시 상봉한다. 그것을 계기로 아들 태식은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오해를 풀게 된다.

성근이 20년 동안 김일성에게서 벗어나지 못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주인공이 되어 아들에게 멋있는 배우가 되길 진심으로 원하고 소망했지만 국가에 의해 그 꿈이 무너져버린 울분과 미련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아들 앞에서 완벽하게 김일성을 연기하고 나서야 그는 다시 예전의 아버지로 돌아갈 수 있었다. 마지막에 성근은 <리어왕>의 대사로 자신의 마음을 전한다. 그것은 “나를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은 누구냐?”라는 유명한 대사다. 이것은 사랑하는 두 딸에게 모든 걸 내주었으나 끝내 버림받고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어버린 리어왕이 남긴 말이었다. 과연 우리 아버지가 누구인지, 그 마음을 제대로 헤아릴 수 있는 자식은 몇이나 될까?

어린 시절, 나에게 아버지란 존재는 독재자와도 같았다. 아버지의 말은 곧 우리 집안의 법이 되었고 늘 엄하셨던 탓에, 사실 내 기억 속을 되짚어 보면 아버지에 대한 좋은 기억은 손에 꼽을 정도다. 어릴 땐 아버지의 뒷모습만 봐도 무서워서 벌벌 떨곤 했다. 금방이라도 뒤돌아서서 나에게 불호령을 내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내가 성인이 되고 난 후 바라본 아버지의 뒷모습은 무척 작았고 쓸쓸해보였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나의 독재자>는 권위적이고 엄격했던 나의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영화였다.

사실 아버지와 아들의 사랑을 그려내는데 왜 꼭 김일성이라는 소재가 필요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1970년대 남북 정상 회담을 위한 리허설이 있었다"라는 글귀에서 영화가 탄생되었다고는 하지만 아버지와 아들에 대한 소재는 다른 것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성근이 배역 오디션을 보는 과정에서 군사정권의 폭력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지만, 그 시대 아버지의 고단한 삶을 그려내기에는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그런 아쉬움은 배우들의 연기로 채울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아버지와 함께 보기에 좋은 영화임은 분명하다. 

                                                                                                        부산광역시 북구 신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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