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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공원일몰제와 위기의 부산 도시공원/ 소설가 정인
소설가 정인

녹음이 우거진 도시는 아름답다. 싱가포르가 그랬다. 고층빌딩이 무척 많은데도 불구하고 도시 전체가 숲에 휩싸여 있으니 삭막한 느낌보다는 세련된 도시국가의 이미지가 강했다. 무더운 날씨가 이어졌지만 공기는 맑고 쾌적했다. 도시를 뒤덮은 숲이 태양의 열기를 가려 적도의 뜨거움을 식혀 주는 것 같았다.

도시의 공원은 시민의 삶을 건강하고 여유롭게 만든다.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도시공원이다. 150여 년 전, 뉴욕이 한창 개발 중일 때 도시가 팽창하면서 시민의 주거와 환경, 휴식 등 여러 문제점들이 대두되었다. 그때, 그 문제점들을 아우를 수 있는 방안으로 구상된 것이 센트럴파크다.

그 거대한 공원은 도심 중앙에 직사각형의 형태로 자리하고 있다. 당시 공원을 설계한 건축가와 조경가가 만든 설계안의 컨셉은 ‘자연의 환상‘이었다. 그 바탕에는 자연이 사람의 심성을 정화한다는 철학이 담겨 있었다. 그 후, 센트럴파크는 지금까지 원형 그대로 보존되면서 시민들에게 건강한 휴식과 여유로운 삶을 제공하고 있다. 연간 4000만 명의 관광객까지 끌어들이면서 뉴욕의 허파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부산에는 시민공원이 있다. 수십 년 동안 서면의 중심부를 차지했던 하얄리야 부대가 나간 후 조성되었다. 부산의 중심 서면 가까이에 위치하고 있어서 센트럴파크에 버금가게 가꾸어질 수도 있을 텐데 어떻게 유지 관리될 것인가가 관건인 듯하다. 어쨌든 그 자리가 개발의 위험을 벗어나 시민공원으로 탄생한 것은 퍽 다행스러운 일이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도시 숲 주변의 미세먼지 농도가 도심보다 평균 25.6%낮고 초미세먼지도 평균 40.9% 낮다고 한다. 그처럼 도시공원은 우리에게 정서적으로만 아니라 환경과 시민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부산은 그동안 공포(公抛)도시로 불렸다. 공원을 포기한 도시! 아직 그 딱지를 완전히 떼지는 못했지만 수 년 전보다는 녹지대가 많이 생겼고, 그 필요성에 대한 인식도 높아졌다. 그런데 공중에서 내려다보면 산과 산 사이에 아파트 단지들이 전보다 더 촘촘히 박혀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나는 때때로 상상 속에서 부산을 재구성해본다. 밀집한 아파트 군락을 좀 걷어내고, 바다와 산과 강을 배경으로 집들을 나지막하게 앉힌 후에 도심 곳곳에 시민들이 쉴 수 있는 공원을 널따랗게 조성해보는 것이다. 그러면 부산은 세계 어느 이름난 해안도시보다 훨씬 아름다운 도시가 된다. 그런 만큼 안타까움이 크다. 전쟁을 겪지 않았다면 부산이 지금보다는 근사한 모습으로 발전되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보지만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지금도 여전히 도시의 아름다움과 자연 환경에 대한 생각보다 개발이익을 더 우선시하여 자꾸 파헤치고, 지어올리고 있는 걸 보면.

그래서 2020년 7월이면 시행될 ‘도시공원일몰제’가 더욱 염려스럽다. 2년 후부터 시행되는 ‘도시공원일몰제’는 도시근린공원으로 지정된 후 20년 내에 지정 용도로 개발하지 않으면 도시계획 시설 지정을 취소하는 제도인데, 2년 후부터 시행된다. 전국적으로 그렇게 풀리는 땅이 어마어마한 크기인데 부산의 경우에는 시민공원 100개 정도의 크기가 사라진다고 한다.

그 중 우리가 당연시하고 다녔던 이기대, 청사포, 동백공원, 금강공원 등도 도시공원일몰제의 영향을 받는다. 적게는 10~20%, 많게는 100%의 면적이 대상이다. 자칫 2년 후에는 그동안 우리가 그 해안로와 숲길을 걸으면서 누리던 즐거움과 행복감을 고스란히 반납해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뿐일까. 이젠 어느 산길이 ‘출입제한구역’이란 표지를 달고 앞을 가로막을지 알 수가 없다. 토지소유주들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재산권 행사를 못하다가 2년만 기다리면 가능해질 테니 그날만 기다리고 있겠지만 실로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2009년에 요코하마 시도 같은 고민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요코하마 시에서는 시민합의에 의해 토지매입비와 공원조성비용으로 1인당 매년 9000원씩의 녹지세를 걷기로 했다. 녹지나 농지의 대부분이 사유지여서 소유자에게 녹지보유를 지원하거나 매입하는 데 쓰기 위해서였다. 자연은 한번 망가지면 원래대로 되돌리기가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하다. 그때 요코하마 시민은 그것을 인식하고 녹지의 보전 확충에 노력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우리도 그 같은 획기적인 발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어떻게든 도시공원을 지금의 모습으로 지킬 수 있어야 하는데, 시간이 얼마 없다.

생태학자 유진 오덤(Eugene P. Odum)은 "숲은 생명 유지의 체계"라 했다. 숲이 갖는 물질적 의미도 중요하지만 긴 세월 동안 인간의 심성에 영향을 끼쳐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집 근처에 공원이 있는가 없는가는 행복의 큰 기준이라 했다. 센트럴파크 근처에 사는 시민들이 ‘센트럴파크관리위원회’를 만들어 자발적으로 기부하고, 그 기부금으로 공원을 유지관리하고 있는 것도 그 특혜에 대한 보답인 셈이다.

이런 사정 속에서 부산시는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을까? 언론과 환경단체에서 그 문제를 줄기차게 거론하지만 새 시장은 아직 그에 대해 아무런 응답이 없는 모양이다. 2년 후면 닥쳐올 위기를 이대로 방치한다면 극심한 환경 파괴가 불 보듯 뻔하다. 시민들의 건강과 삶의 질도 더 떨어질 것이다. 정말 염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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