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누드 크로키 사건에서 언론이 놓지고 있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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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누드 크로키 사건에서 언론이 놓지고 있는 것들
  • 부산시 남구 김재현
  • 승인 2018.06.26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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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1일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 워마드에 한 남성의 누드사진이 올라왔다. 홍대 회화과 누드크로키 수업의 남성모델 사진이었다. 이 게시물은 인터넷상에서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갔고 크게 이슈가 됐다. 이것이 유명한 홍대 누드크로키 사건의 전말이다.

스케치북(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홍대 누드크로키 사건은 커다란 논란을 불러왔다. 많은 사람들이 경찰의 빠른 수사를 놓고 여성이 피의자라는 이유로 경찰이 편파수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여성도 국민이며 국가의 보호가 필요하다’는 청원이 올라왔고 3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의했다. 그리고 약1만 명이 모인 혜화역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편파수사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사건이 수업이라는 특성상 용의자를 특정하기 쉬워 수사가 빨랐다는 반박을 내놓았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은 경찰의 수사를 놓고 다투고 있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다르다. 편파수사가 맞고 아니고를 따지는 행동은 의미없는 행동이다. 언론의 행태를 질타해야 한다.

언론을 공부한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되지 않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가 된다.” 풀이 하자면 일반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은 뉴스가 되지 않지만, 특이한 일은 뉴스가 된다는 말이다. 이번 사건이 딱 이에 들어맞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남성은 몰래카메라의 가해자, 여성은 피해자였다. 하지만 홍대 누드크로키 사건은 여성이 가해자, 남성이 피해자다. 흥미롭고 대중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사건이다. 홍대 누드크로키 사건이라는 새로운 뉴스거리의 등장에 들뜬 언론은 신나게 떠들었고, 대중들은 신나게 읽고 들었다.

언론이 흥미로운 사건을 보도하는 것이 왜 문제가 될까? 흥미로운 사건은 우리가 알아야 할 문제를 보지 못하게 만든다. 이 사건의 진짜 문제는 몰래카메라다. 하지만 언론의 시선은 달랐다. 언론은 피의자와 피해자의 성별에 집중했다. 기사 제목도 ‘남성 누드모델 몰카사건’, ‘홍대 누드모델 몰카 유출', '女모델, 18일 첫 재판’ 등 성별에 집중한 것이 많다. 지난 5년간 몰래카메라 사건이 이렇게 이슈가 된 일이 있었나? 혹은 남성의 몰래카메라 사건으로 나라가 떠들썩해진 일이 있었나? 없었다. 또 다른 몰래카메라 사건 하나가 기억 난다. 워터파크 몰래카메라 사건이다. 이 사건의 피의자도 여성이다. 언론은 피의자 혹은 피해자의 성별의 특이성에 집중한다.

흥미로운 사건에 집중하는 언론보도의 원인은 언론의 기업화(상업화)다. 언론이 기업화되면서 기업의 목적인 최대 이윤 획득이 언론 깊숙이 자리 잡았다. 언론이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으로 변하면서 언론의 가장 두꺼운 돈줄인 광고가 중요해졌다. 언론의 광고는 신문 지면의 일부를 비워서, 방송 프로그램 앞뒤에, 인터넷 홈페이지 양옆이나 하단에 실린다. 이때 그 가격을 정하는 것은 발행부수, 시청률, 클릭수다. 이 세 가지가 높거나 많으면 광고료가 올라가고 돈을 많이 벌 수 있다. 세 가지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보느냐에 따라 수치가 달라진다. 기업화된 언론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야 한다. 그것이 돈이 되니까. 돈만 바라보는 언론이 이 모든 문제를 야기했다. 우리들에게서 진짜 문제를 떼어놓았다.

홍대 누드 크로키 사건에서 우리가 진짜 집중해야 할 문제는 무엇일까? 그것은 피의자의 성별에 따른 편파수사냐 아니냐는 주장이 아니다. 피의자 혹은 피해자의 성별이 아니다. 몰래카메라라는 범죄 그 자체다. 아직도 언론은 홍대 누드크로키 사건과 관련해서, 집회에 테러를 시도한 20대가 검거됐다는 내용과 같은 흥미 위주의 보도를 하고 있다. 언론은 언제 진짜 문제에 집중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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