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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동안 주민들과 부대끼며 봉사하다보니 문현동의 마스코트가 됐죠"문현 나눔가게 팀장 이시정 씨 "수익금으로 어르신들 반찬 나눔 봉사할때 가장 보람" / 이재원 기자

큰 도로를 끼고 나무가 줄줄이 심어져 있는 부산 남구 수영로 53길을 따라 가면,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는 나눔 가게라고 적힌 노란 간판이 보인다. 이곳은 2004년 6월 1일에 부산시 남구 문현 3동에 생긴 나눔 가게다. 어떤 이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기부하고, 또 어떤 이는 그 물건을 산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가는 물건으로 생긴 수익금을 통해, 나눔 가게는 이웃과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누릴 수 있는 희망을 나누고 있다.

사단법인 나눔 재단의 팀장으로 나눔 가게를 운영 하고 있는 이시정(44) 씨는 나눔 가게를 운영하는 나눔 재단은 100% 비영리 재단이기 때문에 국가에서 돈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나눔 가게에서 물건을 팔아 얻는 수익금은 모두 봉사 활동을 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외부에서 후원금이 들어 오면, 법에 따라서 20%만 재단의 봉사활동에 쓰고, 후원금의 나머지 80%는 생활이 어려운 주민들에게 직접 전달되고 있다고 한다.

나눔 가게를 운영하는 이시정 씨(사진: 취재기자 이재원).

이 씨의 일주일은 매일 매일 다르다. 화요일은 반찬 배달, 토요일은 봉사 활동, 금요일은 나눔 가게에 들어온 기증품을 접수 한다. 하지만 사무실 업무나 회계 등 나눔 가게의 자체 운영에 드는 업무가 가장 일이 많다.

“나눔 가게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기증품들을 제때 교체해줘야 해요. 매주 다양한 물건들이 들어오기 때문에 멀쩡한지 쓸모 있는지 점검하고 가게에 배치해요. 나눔 가게의 물건들은 대부분 일반인들이 기부해주기 때문에 직접 갖다 주기도 하지만, 연락이 오는 경우는 제가 직접 수거하러 간답니다. 그래서 월요일과 금요일은 나눔 가게의 물품을 주로 정리하고 분류하고 있어요.”

왼쪽은 나눔 가게의 내부 모습이고, 오른쪽 사진은 나눔 가게 앞에서 봉사활동하는 봉사자들 모습(사진: 이시정 씨 제공)

문현동에 있는 나눔 가게는 나눔 재단보다 먼저 생겼다. 2004년부터 지금까지 14년 동안 한 자리에서 운영되어 온 나눔 가게는 입소문이 많이 났다. 문현동 주민들에게 나눔 가게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이제는 문현동의 마스코트가 됐다.

“나눔 가게의 주 고객은 단골이에요. 항상 나눔 가게를 잊지 않고 찾아주셔서 지금까지 잘 운영하고 있어요. 또 많은 분들이 가게 앞을 지나가다 보고 기부해주시기도 하구요. 나눔 가게의 제품 정리는 주로 제가 하는데, 옷걸이에 색깔별 테이프를 붙여서 가격을 분류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가 봉사자들과 함께 일을 하고 있어요. 이렇게 많은 일을 나 혼자하기 힘들었는데,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나눔 가게 운영도 봉사활동도 수월하게 하고 있어요. 나눔 가게뿐만 아니라 수익금으로 하는 봉사활동도 봉사자들이 선뜻 참여해 함께 진행해요.”

나눔 가게를 통해 실천한 가장 오래된 봉사활동은 남구에 사는 노인들에게 하고 있는 반찬 배달이다. 처음에는 반찬을 봉사자들이 직접 만들어서 배달했다. 그런데 반찬통이 수거가 안 되고 수거하더라도 관리가 잘 안 돼서 다 버리는 일이 반복됐다. 낭비가 심해져 이제는 배달만 하고 반찬은 반찬가게에서 주문한다. 남구 지역에 모두 배달하고 있다. 주로 보건소 직원들이나 봉사자들의 추천을 받은 가구에 직접 방문 후 지원 승인이 나면, 나눔 가게가 직접 배달을 가며, 어르신들의 안부도 묻고 반찬을 챙겨드리고 있다.

나눔 가게를 통해 생겨난 봉사 활동은 다양하다. 나눔 가게의 수익금으로 인근 지역 분들과 노인들에게 설에는 떡국, 추석에는 명절 음식, 연말의 김장, 복날의 삼계탕 등 다양한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봉사자들과 함께 나눔 가게에서 받았던 사랑과 관심을 나눔 행사를 통해 다시 돌려드린다. 중요한 날이 아니더라도 평소에는 라면과 쌀, 김치를 배달하고 있다. 큰 기념일이 아니더라도 작은 행사들도 자주 추가하고 있다. 특히 이번 6월부터 시작한 활동이 있다. 우암동 양달마을에서 국수 나눔 행사를 하고 있는데, 동사무소에 나눔 가게가 만든 티켓을 주면 동사무소가 이를 주민들에게 배부한다. 이 씨는 “티켓을 가져와야 주민들에게 국수를 무료로 드리지만 너무 매몰차게 티켓이 없다고 안 드리진 않아요. 드시고 싶어 하는 어르신들이 오시면 티켓 없어도 드려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나눔 가게의 수익으로 겨울에 하는 김장 봉사(사진: 이시정 씨 제공).

이 씨가 이러한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은 딸아이가 계기였다. 딸아이를 돌보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 일을 계속하며 봉사를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이 씨는 다른 봉사 활동도 계속 하고 있다. 이 씨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봉사 활동으로 저와 아이들까지 이웃에게 사랑을 베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도 처음부터 봉사에 큰 의미를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아이들이 저를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봉사의 의미를 깨닫는 모습에 힘이 나서 더 열심히 하게 되어 지금까지 하고 있어요”라고 이 일을 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14년이 흐르는 동안 이시정 씨는 매일매일 바쁘게 살았다. 이 씨는 매주 토요일 아이들과 아이들의 친구들, 학부모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한다. 유엔 기념 공원과 구세군 요양 병원, 성 프란치스코의 집, 나눔 가게, 나눔 장터 봉사를 하러 간다. “대부분 아침 7시에 봉사자들과 다 함께 모여 봉사활동에 나서기 때문에 6시 전에는 집에서 나서야 해요. 그래서 딸아이가 이른 새벽에 일어나기 힘들어하는데 내가 ‘내일 쉬잖아’라고 한마디 하면 벌떡 일어나 준비해요. 그런 아이의 모습에 안쓰럽기도 하고 뿌듯해요. 어려서부터 봉사를 함께 해 봉사에 대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딸이 고마워요.”

이 씨는 나눔 가게를 하며 삶에 대한 희망과 사랑을 갖게 되었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았다. 나눔 가게에서는 다른 구제 샵과 달리 옷을 세탁하지 않는 대신에 매우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가장 비싼 새 옷도 5000원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기부한다는 인식이 가끔은 부정적으로 이용되어 힘든 일도 많았다.

“내가 입지 못하는 옷을 이곳에서 버리듯이 기부하시는 분들이 가끔 계세요. 어떤 경우에는 그런 옷을 들고 오면 너무 속상하고 처리하기도 힘들어요. 한 번은 비오는 날 옷을 받으러 갔는데 냄새가 너무 심해서 차 문을 열고 들고 왔어요. 일단 옷을 분류해야하기 때문에 봉사자들과 옷을 정리하는데 몸이 막 간지럽기 시작했던 일도 있었습니다. 입을 수 없는 옷보다 입을 수 있는 옷을 기부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럼에도 나눔 가게를 하며 기뻤던 순간이 많았다는 이시정 씨는 “사실 나보다는 자원 봉사를 하러 와주시는 분들이 더 대단해요. 그래서 그 분들을 보며 힘든 순간에도 마음을 다 잡고 일에 열중하는 것 같아요. 봉사 활동을 가면 만나게 되는 분들도 우리를 너무 반갑게 맞아주시고 고마워해주십니다. 그 모습을 보면 힘들었던 순간이 다 잊혀져요.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시작되어 지금까지 사랑받는 나눔 가게이므로, 받았던 사랑을 다시 베푸는 것에서 의미를 얻는 것 같아요. 앞으로 나눔 가게에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봉사 활동을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취재기자 이재원  reporter1@civic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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