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지사 후손들 장학사업에 70 평생을 바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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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지사 후손들 장학사업에 70 평생을 바쳤지요"
  • 취재기자 이도현
  • 승인 2018.06.24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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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광복장학회 조범래 회장 이야기..."기금 부족으로 운영 어려움, 독지가 지원 절실" / 이도현 기자

“조상이 애국지사였으니 의지를 가지고 공부해 나라에 헌신해 달라”며 평생을 애국지사의 후손들을 지원하면서 살아온 사람이 있다. 바로 부산광복장학회 조범래(78) 회장.

부산광복장학회 조범래 회장(사진: 취재기자 이도현).

1988년 이 장학회를 맡은 후 30년째 운영하고 있다. 조 회장은 이달 2일에도 중학생 3명, 고등학생 1명에게 애국지사의 후손을 위한 장학금을 수여했다.

"학생들을 만날 때면 '너의 할아버지 덕분에 이 나라가 있다. 조상이 애국지사였으니 의지를 갖고 공부해 나라에 헌신하라'이라는 이야기를 꼭 한다“고 조회장은 말한다. 그는 또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이 사회에서 착실하게 제 몫을 해내는 것을 보면 뿌듯하다"며 조 회장은 환하게 웃었다.

6월 2일 열린 장학금 수여식의 기념촬영(사진: 취재기자 이도현).

부산광복장학회는 부산 서구 중앙공원에 위치한 광복 기념관이 운영하는 장학회다. 독립운동가이자 부산대 음대 교수였던 먼구름 고 한형석 선생이 1979년 설립해 현재까지 수백 명의 애국지사 후손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장학회는 30여만 원 남짓한 돈으로 시작했지만, 그 뜻은 특별했다. 애국지사의 손자까지만 학비 지원이 미치지 않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 한 선생이 외부 강연과 기고로 받은 돈을 내놓고, 광복회 회원들이 함께 기금마련에 동참했다. 현재 부산광복장학회는 전국에서 유일한 기업형 광복장학회다.

현재 회장인 조 회장에게도 애국지사의 후손이란 말은 각별하다. “1945년 3월 20일 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리고 그해 8월에 광복이 됐다. 아버지는 감옥에서 나오셔서 해방될 것을 아셨지만 그토록 바라셨던 광복은 못 보셨다. 그래도 결국은 얼마 안 돼 해방될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계셨다.” 조 회장이 독립운동가였던 아버지를 회상하며 말했다.

조 회장은 독립운동가 고 조학제 선생의 장남이다. 조 회장에 따르면, 경남 하동군에서 태어난 조학제 선생은 서울의 중등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와세다 대학에 다니며 신간회 동경지부장, 조선총학생연맹 집행위원장으로 6년 가까이 일제에 저항했다. 그후 아버지는 항일운동을 계속하다 고향인 하동군 옥종면의 산에 은신 중 체포되어 4년 4개월 동안 투옥 생활을 했다.

조 회장은 사촌 형인 고 조정래 선생도 항일 운동을 하다 감옥에서 순국했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1988년 자금이 부족한 부산광복장학회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도 애국지사 후손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하고 기꺼이 받아들였다. “한 1억이라도 내가 만들어서 운영을 해보겠다고 하는 취지로 계속했다”고 조 회장은 말했다. 현재도 조 회장은 얼마 안되는 아버지의 애국연금 중 50%를 장학회에 기부하고 있다.

또 그는 장학회를 운영하면서 생긴 일들을 이야기 하던 중 장학회가 겪고 있는 고충에 대해 토로했다. “원금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 우리 장학회의 원칙이다. 장학금은 원금을 은행에 넣어 나오는 이자로만 지급한다. 현재 7000만 원 정도의 원금이 모였지만 이자로만 장학금을 지급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외부의 지원 없이 유가족의 힘으로만 장학회를 운영하려 했지만 시대의 흐름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며 뜻에 동참할 사람을 구하고 있다. 현재 고등학생까지만 주는 장학금을 대학생한테까지 늘려서 주는 것이 바로 조 회장의 최종 목표다. 조 회장은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며 그 나라의 애국지사에 대해 많이 알아봤다. 그는 선진국들에 비해 우리나라의 애국지사에 대한 대우가 부족하다면서 “내년은 임시정부 100주년이다. 임시정부를 해외에서 출범시킬 때까지의 고충도 보통이 아니었다. 그 100년의 역사가 지나는 동안 우리나라는 애국지사에 대해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선진국보다 지원이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애국지사 아들은 거지고 친일파 자손은 호의호식한다"는 말을 통해 애국지사의 후손들에게 지원이 필요한 이유도 설명했다. “애국지사의 자손들은 돈이 없어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먹고 사는 것인데 애국지사들은 먹고사는 것에만 치중하기 바빠서 다른 것을 눈여겨볼 수도 없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내년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지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 임시정부 100주년을 바라보는 그의 생각은 어떨까? “봄이 오면 꽃피고 여름이면 온 해수욕장에 관광객들이 넘쳐나고, 가을이면 만산에 단풍이 들어 단풍놀이를 많이 가는데, 그 단풍놀이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이유는 우리 애국지사들이 빼앗긴 나라를 되찾아서 유지되게 한 원동력이다. 애국지사에게 큰 대우를 해달라는 것이 아니고 ‘그들을 생각하는 정신은 항상 유지해야 되지 않겠나’라는 소박한 생각을 한다”고 그는 열변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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