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첫 결제 할인 경쟁에 통신사 '투넘버 서비스' 악용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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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 첫 결제 할인 경쟁에 통신사 '투넘버 서비스' 악용 기승
  • 취재기자 박수창
  • 승인 2018.06.2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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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이용자, 앱 처음 이용하면 음식값 할인해 주자, 통신사서 여분 번호 계속 바꿔 받아 신청 / 박수창 기자
배달앱 ‘요기요’에서 진행하는 첫 구매 프로모션(사진: 요기요 앱 캡처)
배달앱 ‘배달의 민족’에서 진행하는 첫 구매 프로모션(사진: 배달의 민족 앱 캡처)

“첫 주문이면 누구나 총 7000원 할인”, “처음이라면 주목, 누구나 4000원 할인.”

배달앱 이용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문구를 봤을 것이다. ‘요기요’, ‘배달의 민족’, ‘배달통’ 등 주요 배달앱은 늘 이런 이벤트를 진행한다. 첫 결제 프로모션은 배달앱에서 진행하는 할인 행사 중 가장 큰 금액을 할인해준다. 첫 결제자는 앱에 등록된 모든 음식점에서 할인 받을 수 있다.

배달앱 회사에서 이런 파격적인 행사를 진행하는 목적은 신규 이용자를 모으려는 것이다. 배달앱을 이용해 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자사 배달앱 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해 큰 금액을 들여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 실제로 전화를 걸어서만 배달을 시켜온 김지원(24, 경남 창원시) 씨가 처음 배달앱을 이용하게 된 계기는 이런 첫 결제 프로모션이었다. 김 씨는 ”친구에게 치킨이 너무 비싸다고 하소연하니 알려 줬다“며 ”그때 첫 결제 할인을 받으려고 처음 써봤는데 지금까지도 계속 쓰게 됐다“고 말했다.

소비자 커뮤니티 사이트 ‘뽐뿌’에서 볼 수 있는 투넘버 편법 후기 글(사진: ‘뽐뿌 커뮤니티’ 홈페이지 캡쳐)

그러나 일부 기존 이용자들 사이에서 첫 결제 프로모션에 계속해서 참가할 수 있는 방법이 유포돼 문제가 되고 있다. 소비자 커뮤니티 사이트인 ‘뽐뿌’, ‘딜바다’, 그리고 ‘디시인사이드 치킨 갤러리’ 등 인터넷 사이트에서 주로 유포되고 있다. 

휴대폰 구매정보를 알아보기 위해 뽐뿌에 가입한 공부원(24, 경남 김해시) 씨는 ’요기요 할인 투넘버 편법’이라는 말을 게시글에서 알게 됐다. 두 개의 번호를 가질 수 있는 통신사 서비스인 ‘투넘버 서비스‘를 이용해 자기 휴대폰 번호 하나를 더 받아서 첫 결제 할인을 받았다는 내용. 투넘버 서비스는 통신사가 원래 번호에 다른 번호 하나를 더 제공하는 서비스인데, 새 번호를 이용해서 새 가입자처럼 배달앱에 가입하고 첫 결제 할인을 받는다는 것. 문제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통신사에 원래 번호는 놔두고 추가로 받은 번호를 취소하고 다른 번호를 다시 받을 수 있다는 것. 이렇게 새로 계속 받을 수 있는 투넘버 서비스를 이용해 여러 번 배달앱의 첫 결제 할인 혜택을 본다는 것이다. 

공 씨는 “지나가다가 본 글이지만 큰 금액을 할인받았다는 말에 솔깃해서 나도 그렇게 해봤다”고 말했다.

소비자 커뮤니티 사이트 ‘딜바다’에서 ‘첫 주문‘검색 시 나오는 정보들(사진: ’딜바다‘ 홈페이지 캡쳐)

소비자 커뮤니티 사이트 딜바다를 자주 찾는다는 안병국(23, 경남 진주시) 씨는 배달앱의 첫 결제 프로모션을 악용해 할인을 받았다는 사람들의 글을 많이 봤다. 안 씨는 “내야 할 돈을 안내려는 욕심 많은 사람들이 많다”며 “신규회원 모집하려고 돈 쓰고 있는 배달앱 서비스업체가 관리를 제대로 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동통신사 SKT에서 제공하는 투넘버서비스 ‘넘버플러스∥.’ 통신사마다 서비스 이름은 조금씩 상이하다(사진: ’티월드‘ 홈페이지 캡쳐).

배달앱을 이용하며 첫 결제 프로모션을 악용한 경험이 있는 최모(25) 씨의 말에 따르면, 배달앱 중 결제내역이 있는 재가입 회원과 첫 결제 전인 신규회원을 구분할 때 휴대폰의 전화번호를 기준으로 사용하는 배달앱은 ‘투넘버 편법’으로 배달앱을 쉽게 속일 수 있다.

대표적인 ’앱플레이어‘ 프로그램 ’블루스택‘(사진: 블루스택 메인화면 캡쳐)

최 씨는 배달앱 중 회원가입 시 전화번호로 본인인증을 하긴 하지만 신규회원과 재가입하는 회원을 구분할 때 전화번호가 아닌 단말기 자체를 기준으로 삼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투넘버 서비스를 배달앱 첫 가입 할인 혜택을 받는 데 악용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최 씨는 이런 경우에도 간단하게 ’앱플레이어‘라고 불리는 가상스마트폰을 개인 컴퓨터에 설치하고, 이 가상스마트폰을 초기화하는 방식으로 몇 번이고 배달앱의 첫 결제 프로모션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한다. 최 씨는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는 방식“이라며 ”배달앱 측에서 알게 될까봐 인터넷에서도 다들 쉬쉬하지만 찾아보면 찾을 수 있는 내용들“이라고 말했다.

디시인사이드 치킨갤러리에서 활동하는 배모(25) 씨도 첫 결제 프로모션을 편법으로 이용한 적이 있다. 그러난 배 씨는 최근에 프로모션을 악용하는 것을 그만 두었다. 그는 ”치킨갤러리 사람들도 요즘은 투넘버, 블루스택(앱플레이어) 이야기가 나오면 민감해진다“며 ”배달앱 쪽에서 제재가 들어올까 봐 걱정돼서 그러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달앱 ’배달의 민족’ 시작화면(사진: ‘배달의 민족‘ 화면 캡쳐)
배달앱 ’요기요’ 시작화면(사진: ‘요기요‘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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