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바쁘게 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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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바쁘게 살라고?"
  • 경성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 박기철
  • 승인 2013.01.16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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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절약을 위한 수술

얼마 전 남성 잡지를 보니까 어떤 성공한 남자를 소개하는 글이 있었습니다. 이 사람은 무슨 보험회사 영업사원인데 우리나라에서 영업실적이 가장 많은 사람이라고 합니다. 한 달 벌어들이는 수입이 1억 원이 넘는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고객들을 관리하기 위해 3명의 별도직원을 두며 일한다고 하더군요. 가지고 다니는 휴대전화도 3개씩이나 된다고 합니다. 그 글에서 이 사람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사람이라고 소개하였습니다. 얼마나 바쁘냐 하면 아침에 면도할 시간조차 아까운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정말 그런지 이 사람은 아침에 면도할 시간을 없애느라 얼굴에 수염이 나지 않게 하는 제모 수술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다른 사람은 이 부분에 대해 감명을 받았을지 모릅니다. 와! 시간절약을 위하여 제모 수술까지 받는 투철한 정신을 본받아야 하겠구나! 하지만 전 반대로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니 아침에 면도할 시간을 줄이느라 제모 수술까지? 제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죽는 날에 아쉬운 점

이 사람이 이렇게 제모 수술까지 하면서 열심히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은 자신의 성공을 위하여 열심히 일하는 모습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 있어서 이런 사람은 본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람이 죽는 날까지 이렇게 열심히 돈 벌려고 하다가 죽는다면 이 사람은 어떤 유언을 남길까요? 들리는 말에 의하면 보통 죽는 사람들의 유언은 대개 한결같다고 합니다. 내가 더 열심히 일을 못했다든지, 돈을 더 못 벌었다든지, 내 인생에서 더 이룩한 업적이 없어 서운하다고 하는 사람은 절대 없다고 합니다. 그런 점이 아니라 내 인생에서 가족에게 더 많은 사랑을 주지 못하고, 더 많은 정을 쌓지 못하고, 친구들을 더 많이 만나지 못한 점을 서운해 하며 눈을 감는다고 합니다. 즉 업무적인 아쉬움이 아니라 인간적인 아쉬움을 남기며 저 세상으로 간다고 합니다.

행복 측정의 방정식

현대인은 성공 신드롬에 진하게 물들어 있습니다. 대중매체에서 보이는 이 시대에 성공한 사람들의 모습은 대개 바쁘게 사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그들의 모습을 부러워하기도 하고 나도 바쁘게 살아야겠다며 다짐합니다. 허나 그런 부러움과 다짐 속에서 우리 인생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점을 간과할 수 있습니다. 바쁘게 사는 사람들은 과연 행복한 사람들인가요? 바쁘게 사는 인생보다 행복하게 사는 인생이 중요합니다. 진정 성공한 인생이란 앞으로 출세하기 위해 바쁘게 일하는 인생이 아닙니다. 지금 행복하다고 사는 인생이 성공한 인생이지요. 출세와 성공은 그 본질이 다릅니다. 출세하는 인생이 성공하는 인생은 아닙니다. 출세가 남에게 보이는 것이라면 성공은 나에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어떤 영국의 학자가 행복 지수 측정법을 내놓았는데 그 내용이 재미있습니다. 행복=P+(5×E)+(3×H) 여기서 P는 인생관·적응력·탄력성 등 개인적 특성이고, E는 건강·돈·인간관계 등 생존 조건이고, H는 자존감·기대·유머감각 등 더 높은 수준의 개인적 특성이라고 합니다. 이 행복 방정식에 보면 권력이나 지위 같은 것은 전혀 있지도 않으며 돈은 하나의 부분적 요소에 불과합니다. 그보다는 인간적인 요인이 사람의 행복을 크게 좌우하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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