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의 천년 고도 경주가 요즘 젊은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는 카페, 음식점, 문화센터 등이 속속 자리잡으면서 트렌디 관광지로 자리잡았다. 그 중 한 곳이 ‘황리단길’이다.
경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내려 대릉원 방향으로 10분 정도 걸어가면 황리단길이 나온다. 황리단길은 대릉원 후문에 위치한 내남사거리의 1차선 편도 도로와 대릉원 돌담길로 이어지는 황남동 골목길의 새로운 이름이다.
다소 이국적인 냄새를 풍기는 ‘~리단길’이란 말은 젊은이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상점들이 모여서 형성된 거리를, 원래 이름인 서울의 경리단길을 패러디해서 붙여졌다. 황리단길 역시 황남동의 ‘황’자를 따서 명명됐다. 몇 년 전만해도 문화재 보존으로 인해 재개발이 안 되는 낙후지역이었던 이곳에 특색있는 가게들이 하나둘 생겼고,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더니, 관광객이 많이 찾는 이른바 ‘핫 플레이스’가 됐다고 한다.
대릉원 입구에 도착하자, 사람들이 많이 붐비고 있었다. 사람들을 따라가자, 황리단길이 나왔다. 처음 본 황리단길의 오래된 건물들은 주택을 개조해서 만든 부산의 망미단길과는 다른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주변 경관이 특히 흥미로운 느낌을 주었다. 앤티크한 건물에 아이스크림을 파는 떡집, 3층 한옥 루프 탑 카페, 흑백사진관, 한복대여점 등 특색 있는 가게들이 많았다. 처음에 들렸던 ‘황남떡집’은 인절미 아이스크림을 주 메뉴로 판매하는 떡집이었다. 떡집에서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게 신기했던지 줄을 서서 기다리던 한 커플은 “떡집인 줄 알았는데 아이스크림이 주 메뉴라서 신기했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몇 분쯤 길을 걷다 보니, 카페 ‘東京’(동경)이란 가게가 나타났다. 한옥을 개조한 카페였다. ‘동경’이란 카페 이름이 일본의 수도인 도쿄에서 따왔다 싶어 카페 주인에게 물어보니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동경’은 고려 초기에 동쪽의 서울이란 뜻으로 사용했던 경주의 옛 이름이란 것이다. “역사 한 토막 새로 공부했구나” 하는 생각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동경의 인테리어는 다른 카페들과는 다르게 독특했다. 내부는 전통 한옥의 느낌을 살려서 대청마루 같았고, 외부의 루프 탑 테이블도 눈에 띄었다. 그래서인지 가게는 손님들로 넘쳐났다. 이곳들뿐만 아니라 황리단길 가게의 외관과 콘텐츠들은 개성이 넘쳐났다. 현재의 트렌드와 복고풍이 절묘하게 섞여있는 것 같았다.
카페에서 나오자, 한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옛날 느낌의 건물들에 한복을 입고 다니는 관광객들은 거리의 느낌을 잘 살려주는 것 같았다. 이는 작년에 가봤던 전주 한옥마을을 떠올리게 했다. 친구와 한복을 대여해서 황리단길을 체험하고 있던 김아랑(24) 씨는 “황리단길은 다른 카페거리와는 다른 것 같다. 여기서 한복을 입고 다니니 건물들의 이미지와 어울려서 더 재미있다”고 말했다.
대릉원 돌담길에 위치한 뽑기 기계인 ‘도깨비 명당’은 1000원짜리 코인을 구매해서 기계에 넣으니 운세가 담긴 캡슐이 나왔다. 띠별 운세뿐만 아니라, 연애운, 로또운 등 다양한 운세도 볼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황리단길은 가게뿐만 아니라 거리에서도 특색있는 콘텐츠를 접할 수 있었다.
황리단길은 아직 시작단계다. 기존 낙후지역을 그대로 쓰다 보니 차들과 관광객들이 뒤섞여 위험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주차시설이 부족해 거리마다 불법주차 차량도 넘쳐났다. 본격적인 인기 핫 플레이스가 되려면 아직 개선해야 될 점도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주시 관계자는 "황리단길을 경주의 문화와 역사 등이 어우러진 명소로 가꿔나가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이와 함께 주민들의 안정적인 삶도 보장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