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교환학생으로 하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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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교환학생으로 하나가 된다
  • 손희훈 시빅뉴스 스페인 특파원
  • 승인 2014.10.20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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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어느 나라 기업이든 글로벌 인재를 선호한다. 전 세계 어느 기업이든 세계를 상대로 기업 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글로벌 인재가 되기 위해 기자처럼 다른 나라 대학에서 언어도 배우고 문화를 체험한다. 그런데 이곳 스페인에 와 보니, 유럽 여러 나라 학생들도 자국 기업이 원하는 글로벌 인재가 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글로벌 인재가 되고 싶은 우리나라 대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국제화 프로그램이 교환학생 프로그램이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은 학비는 본인이 다니는 대학에 내고 실제 수업은 자기가 다니는 대학과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다른 나라 대학에서 받으면서 생활비만 자기가 부담하는 것이다. 어학연수는 영어나 중국어 등 해당 국가의 언어를 배우는 데 목적이 있다면, 교환학생 프로그램은 일정 수준 이상의 어학 실력이 있는 학생들이 아예 다른 나라에 가서 수업을 받고 학점을 딴다는 점에서 타국의 문화를 배워 최고의 글로벌 인재가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곳 스페인을 비롯해서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이 국가연합인 EU를 형성하고 있고 지역적으로 가깝게 몰려 있는 특성을 살려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매우 활성화시키고 있다. 유럽에는 소위 ‘에라스무스(Erasmus)’라고 불리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있다. 이는 “Education and Culture Lifelong Learning Program”의 약자로 네덜란드 출신 철학자 ‘데시데리우스 에라스무스’ 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은 EU 28개국을 포함해 스위스, 터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까지 총 33개국이 참여하는 범유럽권의 대대적인 교환학생 프로그램이다. 유럽 학생들은 유럽의 모든 나라 4000여 개가 넘는 대학에서 자유로이 자신의 전공과 상황에 적합한 학교를 선택할 수 있으며, 3개월에서부터 12개월까지의 기간 내에서 수학할 기회를 얻는다. 자신이 다니고 있는 대학교와 해외 현지 대학교간의 자매 결연이 맺어져 있는 학교에만 지원을 할 수 있는 우리나라에 비해 선택의 폭이 어마어마하게 넓다.

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1987년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이 발효된 이후 300만 명 이상의 유럽 학생들이 에라스무스에 가입된 다른 나라에서 수학했다.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는 한중일 3국은 언어도 다르고 대학에 영어 강좌도 별로 없어서 에라스무스 같은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만들 가능성이 낮다. 3국은 국제화 프로그램은커녕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이니 좀체 답답한 게 아니다.

▲ 시빅 뉴스와 인터뷰하는 코르도바 대학 국제학생 담당자 알레한드라 씨 (사진: 취재기자 손희훈)

기자가 지내고 있는 스페인의 작은 도시 코르도바에서도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으로 다른 나라에서 온 외국 학생들이 많다. 현지 대학교 중 하나인 로욜라 안달루시아 대학교(Universidad Loyola Andalucia)의 국제학생 총괄담당자인 알레한드라(Alejandra De Miguel Jones) 씨는 매학기마다 약 70명의 스페인 본교 학생들이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을 통해 타국으로 파견되며 역시 마찬가지로 70여명의 타국 학생들이 자기 대학으로 한 학기에서 두 학기까지 수학을 하러 온다고 말했다.

▲ 왼쪽은 크로아티아에서 온 즈보니밀 씨, 오른쪽은 독일에서 온 사이먼 씨(사진: 취재기자 손희훈)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의 장점은 대학생들이 작은 경제적 부담으로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에라스무스 프로그램 참가자로 선발된 학생들은 보통 자신의 대학, 정부, 그리고 EU 등 총 3곳으로부터 장학금을 받는다. 우리나라도 등록금을 포함해 제반 비용까지 모두 지원해주는 대학의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있지만, 그 수가 매우 적고 경쟁률이 매우 치열한 편이다. 이에 비해 모든 에라스무스 학생들은 등록금은 물론이거니와 생활비용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생활비용을 어떻게 쓰느냐는 전적으로 학생의 재량이다. 독일의 예나 대학교(Friedrich-Schiller-Universität Jena)에서 온 사이먼(25, Simon bierling) 씨는 매달 약 800유로(약 100만원)의 생활비를 소속 대학교와 독일 정부, 그리고 EU로부터 지원받는다. 그는 “800유로는 코르도바에서 한 달을 지내기에 충분하며, 심지어 이 돈으로 은퇴 후 스페인 까나리아 군도의 테네리페 섬으로 이민을 가신 부모님을 찾아뵐 수 있어서, 나에게는 더없이 좋은 조건이다” 라고 말했다.

에라스무스에 한 번 참여한 유럽 학생들은 유럽의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는 혜택 이상을 얻을 수 있다. 실제로 에라스무스 학생들은 ESN(Erasmus Student Network)이라는 거대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해 현지 생활과 문화 정보를 공유하면서 국적의 장벽을 허물고 있다. 크로아티아의 자그레브 대학교(Sveučilište u Zagrebu)에서 온 즈보니밀(Zvonimir Martinovic, 22) 씨는 코르도바의 유일한 크로아티아인이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는 오히려 자국인이 없는 지금 상황을 즐기는 듯했다. 즈보니밀 씨는 “스페인까지 와서 자국인들과 어울린다면 이 프로그램의 의미가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그는 두 명의 이탈리아인 에라스무스 학생들과 방을 같이 쓰고 있으며, 그들과의 동거에 아주 만족하고 있다. 그는 “이탈리아인의 특유의 손 제스쳐들을 나도 모르게 따라하게 되었다”며 활짝 웃었다.

▲ 에라스무스 학생들이 스페인 현지 학생들과 함께 대학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손희훈)

에라스무스의 또 다른 장점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자신의 고향, 부모, 친구들을 떠나 전혀 다른 상황에 처해지기 때문에 새로운 환경에서 혼자 많은 일들을 해내야 한다. 이들은 그 과정에서 전혀 다른 사람으로 태어난 자신을 발견한다. 독일 대학에서 온 사이먼 씨는 “스스로의 힘으로 여행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배운다”고 말한 니체의 가르침에 크게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니체의 가르침대로 항상 꾸준히 여행을 다녔고, 그 경험들을 바탕으로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그는 “스페인에서의 또 다른 삶 또한 나의 편협한 사고를 넓히는 데 그치지 않고 또 다른 의식 확장의 시간을 갖게 해줄 것이라 의심치 않는다”고 전했다.

▲ 노르웨이에서 온 야를레 씨(왼쪽)는 코르도바의 최고령 에라스무스 학생이지만 누구보다도 적극적인 학생이다(사진: 취재기자 손희훈)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은 큰 결심으로 유학길에 오른 만큼 그들의 열정 또한 대단하다. 노르웨이 출신의 야를레(Jarle Kvile) 씨는 31세로 코르도바 대학 최고령 만학도지만 누구보다도 수업에 열심이다. 그는 직장 생활과 여행을 반복하다 다시 학문의 길로 들어섰다. 그에 따르면, 노르웨이는 인력난이 심각하지 않아서 대학 졸업장이 없어도 좋은 직장을 가지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는 “배움을 통해 시야를 더 넓히고 싶었고, 그래서 에라스무스를 통해 스폐인까지 왔다”고 말했다.

현재 EU는 2014년부터 2020년까지의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에 145억 유로를 배정했다. 이는 기존 예산보다 약 40%가 증가한 액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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