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위장 '깔세 마케팅' 전국 곳곳서 성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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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 위장 '깔세 마케팅' 전국 곳곳서 성업
  • 취재기자 한승완
  • 승인 2014.10.20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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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고 빠지는 한탕 장사...상품 믿을 수 없고, 환불도 불가능

부산 지하철 수영역 근처의 한 의류 매장 앞에는 간판 대신 “점포 정리, 초특가 세일”이라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 매장은 폐업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영업은 수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이렇게 폐업으로 재고를 정리한다는 등의 현수막을 내걸고 영업하는 일종의 위장 폐업 점포가 전국에 널려 있고, 소비자들은 싼 값에 구매하지만, 품질이나 환불 등은 보장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점포들은 폐업을 위한 점포정리인양 파격적인 광고 문구를 내걸고 영업하고 있다. 아웃도어, 속옷, 화장품, 신발 등을 파는 이런 점포 대부분이 폐업을 빙자해서 박리다매 식으로 영업하고 있다. 이들은 보증금 없이 통상 1~3개월이나 1년 미만으로 건물주와 계약을 맺는 '깔세' 매장이라 불리며, 속전속결로 상품을 바짝 팔고 문을 닫는 방식으로 점포를 운영한다. 부산시 진구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조모(48, 부산시 진구 범천동) 씨는 깔세 매장은 보증금, 권리금 등 목돈이 안 들어가기 때문에 “치고 빠지는 '한탕 장사'로 도매업을 하는 장사꾼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폐업을 위장한 매장들은 단기간 동안 최대의 이윤을 남기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자의 소비심리를 자극한다. 지난 26일 부산 서면 지하상가에 위치한 의류매장에는 폐업한다는 현수막과 함께 현금 3000원, 현금 5000원이라는 두 종류의 가격표만이 모든 의류에 붙어 있었다. 하지만 진열된 옷에는 치수나 가격, 원단 등을 명시한 태그가 없었다. 매장 직원에게 옷의 원가를 묻자 “도매로 때오는 거라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답했다. 폐업을 위해 재고정리하는 매장들은 많은 양의 옷을 무게로 재서 도매로 때온다는 말이 사실이었다.

부산 수영역 근처 아웃도어 폐업 매장도 겉과 속이 달랐다. 현수막에는 유명 브랜드를 내걸었지만 내부에는 해당 브랜드 옷이 없었다. 매장 직원은 “브랜드 원단으로 만든 제품이라 브랜드 제품과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직장인 이현아(24,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씨도 폐업 매장에서 90% 할인된 가격에 유명 의류를 구매했지만 옷에 태그가 없었다. 이 씨는 곧장 매장을 찾았지만 의류매장 직원으로부터 “유명 브랜드의 원단을 사용한 제품이라 태그가 없다”는 이상한 대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주부 주명숙(48, 경남 김해시 장유동) 씨도 브랜드 화장품을 할인한다는 현수막을 보고 폐업 매장을 찾았지만 상품 대부분이 듣도 보도 못한 물건들이었다.

이처럼 폐업을 내세운 매장들은 출처가 불확실한 상품과 유명 브랜드를 도용하고 있자만, 저렴한 가격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끈이지 않고 있고, 덩달아서 이런 매장에서 물건을 구매하고 후회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최근 점포정리하는 의류매장에서 셔츠를 구매한 대학생 김동오(24, 부산시 진구 부전동) 씨는 셔츠에 문제가 있어 다음날 교환을 하러 갔지만 거부당했다. 그는 “매장에서 영수증을 준 적도 없으면서, 영수증이 없다고 교환을 잡아떼니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현지(24,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씨도 대구 번화가 동성로의 한 화장품 폐업 매장에서 향수를 구입했다. 김 씨도 물건에 하자가 있어 교환을 원했지만, 영수증이 없으니 교환해 줄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

이처럼 '폐업 처분'을 내건 가게 대부분은 소비자가 요구하기 전까지 영수증을 챙겨주지 않는다. 신용카드도 받지 않는다. 그리고 환불이나 교환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영수증이 없다며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것이다. 부산 서면 지하상가에서 보세의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32, 부산시 수영구 망미동) 씨는 최근 폐업 세일을 시작했다. 이 씨는 “창고에 있는 옷들은 하자가 있는 게 대부분이다. 그런 것들을 다 교환해주면 언제 폐업하겠나?”며 “불과 몇 천 원에 파는데 카드결제까지 하면 남는 게 없다”고 덧붙였다.

이런 ‘땡처리’ 매장 행태에 대해 한국 소비자원 관계자는 진짜 폐업을 준비하는 매장이 아니면서 판매를 위한 ‘땡처리’ 혹은 폐업 재고정리 등의 현수막을 내걸고 영업하는 행위는 일종의 과장광고 행위로 볼 수 있다"며 “신고하면 단속 대상이 된다. 고가제품의 가격이 터무니없이 저렴하다면, 품질이나 진품 여부를 의심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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