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끊으려 전자담배 물지만, 금연 효과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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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끊으려 전자담배 물지만, 금연 효과는 글쎄?
  • 취재기자 이창호
  • 승인 2014.10.17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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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레 담배 많이 피게됐다"는 이용자 늘고, "건강에 해롭다"는 지적도
▲ 전자담배를 피는 흡연자의 모습 (사진: 취재기자 이창호)

담배를 끊는 것은 수족을 자르는 것만큼 어렵다고 했다던가.

최근 의지 만으로 금연을 시도하다 몇 차례나 실패한 끝에 금연 보조 기구로 전자담배를 찾는 애연가들이 적지 않다. 대학생 등 젊은이나  나이 지긋한 어르신 할 것 없이 여기저기서 전자담배를 물고 있는 사람을 흔하다. 하지만 이 전자담배의 금연효과가 별로이며, 오히려 흡연 욕구를 더 증가시키고, 심지어 건강에도 좋지 않다는 지적들이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다.

대학생 이모(23, 경남 양산시) 씨는 담배값 인상 소식에 자극 받아 즐겨 피우던 담배를 끊기로 결심하고 얼마 전부터 금연의 중간 단계로  전자담배를 사서 입에 물었다. 광고에 따르면, 전자담배는 니코틴 금단 증세를 완화하며, 점차적으로 담배를 잊게 만든다고 했다. 하지만 이 씨는 아직까지 금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전자담배를  피우고 나서 돌아서면 다시 보통 담배 생각이 난다는 것이다. 결국 그는 전자담배도 피우고 하루 반 갑 이상의 일반 담배도 예전처럼 그대로 피우고 있다. 이 씨는 “여자 친구로 부터 담배 피면 해롭다고 매번 핀잔을 들어온데다 정부가 담배값 인상을 발표하는 바람에 이참에 끊어보자는 심정으로 전자담배를 샀는데 괜히 돈만 버렸다"고 푸념했다. 

공경욱(27, 부산시 동래구) 씨 역시 전자담배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한 애연가이다. 1년이 넘도록 전자담배를 입에 물고 다니며 금연을 시도했는데 흡연 욕구가 도저히 줄지 않아 다시 보통 담배를 피게 됐다. 공  씨는 “전자담배를 피기 전보다, 지금 담배를 더 많이 피우는 것 같다”며 "왠지 그 이유가 전자담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찝찝한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자 담배가 금연은커녕, 흡연율을 더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부산시 한 보건소의 금연클리닉 관계자는 "전자담배 이용자들을 모니터해 본 결과 셋 중 두 명이 이전보다 보통 담배를 더 많이 피게 됐다고 응답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전자담배는 태우는 방법만 다를 뿐 엄연한 담배"라고 경고하고 "담배 개피수가 한 갑에 20개로 한정되어 있는 일반 담배에 비해, 전자담배는 언제든 피우고 또 충전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심적으로 담배를 많이 피운다는 부담감이 줄어들어, 액상에 니코틴을 많이 투여시키면 니코틴 중독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전자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지적도 있다. 2012년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모든 전자담배에서 숙취의 근본 요소이자 발암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가 다량 검출됐고, 살균제와 시체 방부제에 쓰이는 성분인 포름알데히드가 103개 전자담배 제품에서 발견됐다. 이 두 가지 물질은 모두 우리 몸에 유해한 물질들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8월 "전자담배의 안전성이 확실하지 않으니 이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 정부도 전자담배를 일반 담배로 취급하고 있다. 2012년 9월부터 시행된 금연구역 확대 조치에서 전자담배도 담배로 규정, 금연구역에서 흡연할 시 일반 담배처럼 범칙금을 내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흡연자들은 전자담배를 담배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에 이 법규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다. 

이태현(23, 경남 양산시) 씨는 식당 안에서 아무렇지 않게 전자담배를 피는 사람들을 보면 매우 불편함을 느낀다. 이 씨는 “가서 말리면, 일반 담배도 아닌데 왜 그러느냐는 식으로 나온다. 오히려 내가 미안해야 하는 입장이 되어버린다”고 말했다. 반면, 흡연자인 유모(33, 경북 경산시) 씨는 “일반 담배처럼 냄새가 나는 것도 아닌데, 왜 전자담배를 규제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보건지소의 건강관리담당 관계자는 “전자담배에 대한 금연구역 준수에 대해 계도를 강화하고, 집중 단속을 가하는 방법으로 금연구역 내 전자담배 흡연 금지에 대한 혼란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금연클리닉의 한 관계자는 일반 담배에서 전자담배로 옮겨가는 것은 흡연 방법만 바꾸는 것이지 절대 금연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전자담배는 담배를 피는 한 방법 중 하나일 뿐이지 금연의 도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관계자는 "금연을 목적으로 전자담배를 찾는 건 좋지 않다, 혼자서 금연을 시도하면 성공률이 매우 낮으며, 확실한 금연을 위해서는 전문 상담가와 함께 금연치료를 확실히 해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자담배의 금연 효과에 대한 의문이 여기저기서 대두되고 있지만 전자담배의 판매량은 급증 추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집계된 올해의 전자담배 액상(전자담배 안에 넣는 액체 니코틴) 판매량은 7220리터. 2012년과 2013년 평균 3000~4000리터이던 판매량이  9개월 만에 두 배 가까이 뛴 것이다. 이같은 전자담배 판매량의 급증 추세는 정부의 담뱃값 인상 조치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담배를 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애연가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전자담배에 매달리고 있는 현상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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