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안면 기형 소년의 시선으로...너무나 아름다운 영화 '원더' 감상평 / 황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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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안면 기형 소년의 시선으로...너무나 아름다운 영화 '원더' 감상평 / 황혜리
  • 부산시 진구 황혜리
  • 승인 2018.06.0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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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개봉한 영화 <원더>는 미세먼지를 피해 실내에서 따뜻한 차 한 잔 미시며 마음 편하게 관람할 수 있는 아름다운 영화다. R. J. 팔라시오의 동명 소설이 영화의 원작이며 유명 배우 줄리아 로버츠와 오웬 윌슨이 주연을 맡았다. 영화를 관람한 사람들의 후기도 좋았기에 시간이 지났지만 늦게나마 영화를 보게 됐다. 포스터나 예고편을 봤을 때는 뻔한 감동 스토리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실제 영화를 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게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원더>는 소년 어기(제이콥 트렘블레이 분)를 주인공으로 어기에게 처음으로 생긴 친구 잭(노아 주프 분), 어기의 누나 비아(이자벨라 비도빅 분)와 그녀의 친구인 미란다(다니엘 로즈 러셀 분)의 이야기를 각자의 시선으로 다양하게 그려냈다. 독특한 스토리의 전개는 오히려 영화를 더 편안하게 느끼게 해줬다.

2016년 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한 제이콥 트렘블레이(왼쪽) 아역 배우(사진: Creative Commons).

누구보다 위트 있고 호기심이 많은 어기는 남들과 다른 외모로 태어났다. 평범하지 않은 외모 때문에 그는 또래들이 좋아하는 크리스마스보다 자신의 얼굴을 가릴 수 있는 할로윈을 더 좋아한다. 그런 어기는 어느덧 열 살이 됐고, 그에게 더 큰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던 엄마 이자벨(줄리아 로버츠 분)과 아빠 네이트(오웬 윌슨 분)는 어기를 학교에 보내기로 결정한다. 동생에게 모든 것을 양보해왔고 누구보다 그를 사랑하는 누나 비아도 동생을 응원한다.

얼굴을 가리고 살아왔던 어기는 처음으로 헬멧을 벗고 세상을 향해 첫발을 내딛는다. 긍정적으로 행동하기로 마음먹었지만, 처음 겪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어기는 큰 상처를 받게 된다. 그렇게 힘들어하던 어기 앞에 같은 반 친구 잭 윌이 다가온다. 잭을 시작으로 점차 어기의 매력을 알게 된 주변 사람들의 시선도 변하기 시작한다.

‘평범한 사람이 되는 것’이 꿈이라는 소년의 이야기를 그려낸 이 영화는 유전자 문제로 인해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인 안면 기형으로 태어난 소년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자신의 잘못은 조금도 없지만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버린 소년의 상처는 깊어지기만 할 뿐이다. 영화는 진부하게 무작정 주인공 소년이 모든 것을 스스로 극복해나가는 전형적인 이야기를 그려내지 않았다. 어기는 자신의 기형 얼굴이 자신의 잘못인 듯 매사에 최선을 다하지만, 어린 마음에 큰 상처를 입고 본심과는 다르게 자신을 아껴주는 가족에게 화를 내기도 한다.

영화는 일반적인 사람들이 모여 서로를 이해하고 진심으로 사랑하기 시작했을 때 생기는 하나의 놀라운 기적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려낸다. 기적이 일어나는 것은 생각보다 까다롭거나 어렵지 않고, 특별한 조건이 필요하지도 않다. 처음이기 때문에 상처받을지라도 우리 모두는 '처음'을 겪었다는 것을 인지하고 서로를 이해하면서 기적은 자연스레 찾아온다. 영화 <원더>는 주인공의 슬픈 이야기를 주인공과 주변인물 모두의 시선으로 담아냈다는 점에서 사람들에게 공감을 준다.

부모님의 관심이 전부 ‘특별한’ 동생에게 쏠리면서 누나 비아가 겪은 외로움도, 어쩔 수 없는 이유로 어기에게 접근했지만, 어느 새 진정한 친구가 되고 싶어진 소년 잭의 어렵지만 이해되는 마음, 가족과 화목하게 지내는 친구 비아가 조금은 부러워 솔직하게 대하지 못했던 미란다의 이야기까지. 영화는 이들의 이야기를 쉽게, 아름답게 표현했다.

이렇듯 ‘평범하고 싶었던’ 한 소년과 평범해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못한 주변인물들이 겪는 마음과 처한 상황을 영화는 복잡하지 않게 그려냈다. 영화 <원더>는 모두가 처음 겪는 일이기에 서로 다른 행동이나 마음으로 엉켜버린 실과 그 실 뭉치의 끝을 찾아내듯 다수의 고민을 잘 엮었고 잘 풀어냈다.

일반적인 영화에서는 주인공에 초점을 맞추고 주변 인물들이 주인공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주거나, 주인공을 변화시키는 계기를 전달하곤 한다. 하지만 <원더>는 주인공 주변에 있는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까지 넓게 보여줬다는 점에서 타인의 입장을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까지 선물했다. 관객은 이로써 영화에서 보여주는 전반적인 상황에 더욱 깊이 빠져들 수 있었다.

영화를 보기 전, 오웬 윌슨과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을 맡았다고 해 관심이 갔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보다 주인공 역할을 너무나도 멋지게 소화한 제이콥 트렘블레이를 비롯한 그의 주변 친구들, 누나와 누나의 친구 역할을 소화한 어린 소년 소녀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완벽했기에 그들이 더욱 사랑스럽고 그들의 이야기가 내 가슴 깊이 와 닿았다.

영화 <원더>는 정말 사랑스러운 영화다. 그러나 마냥 그런 매력만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한 번쯤 살아가면서 겪어보았을, 앞으로 겪을지도 모르는 고민들을 ‘아이들’의 시선에서 그려냈기에 영화의 매력은 두 배가 됐다. 잔잔한 아름다움이 있는 영화지만, 여운은 짙었다. 추운 날씨에 따뜻한 마음을 전해주고 싶어 이 영화는 작년 겨울에 개봉했던 것이 아닐까. 사랑스럽고, 달콤하고, 잔잔하지만 여운이 짙은 영화 <원더>를 무슨 일이든 인생에서 '처음'을 겪는, 또는 '처음'에 두려움을 가진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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