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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도서관은 마을의 중심이자 이웃간 소통 공간이죠"부산 화명2동 맨발동무도서관장 김부련 씨, "도서관활동가 사명으로 14년 활동, 마을이야기 모으는 아카이브 주력" / 이아명 기자

대천(大川)이라는 커다란 개천이 마을 한복판을 흐르고, 뒤쪽으로는 금정산 줄기의 화산이 감싸 안고 있는 대천마을은 2003년 7월 1일부터 부산시 북구 화명 2동으로 바뀌면서 사라진 옛 마을이름이다. 이렇게 사라져 버린 옛 마을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이웃과 더불어 소통하는 곳이 있다. 화명2동의 대천천환경문화센터 2층에 위치한 민간도서관인 ‘맨발동무도서관’이 바로 그 곳.

맨발동무도서관 관장 김부련 씨(사진: 취재기자 이아명).

맨발동무도서관의 관장인 김부련(48) 씨는 2005년 이 도서관이 설립될 때부터 이곳에서 일해왔다. 설립 후 3년 정도까지는 원래 가진 직업과 도서관 자원 활동가 일을 병행하다 직장을 그만두고 아예 도서관에서 일하게 됐다. 관장이 된 것은 작년. 결혼 후 다대포에서 살았던 김 씨는 아이가 다섯 살이 되자 ‘공동 육아’를 위해 대천마을로 이사했다. 대천마을은 ‘대천마을공동체’라는 사회적 협동조합을 운영하고 있는데, 도서관 사업도 그 중 하나였다.

“그 당시 육아를 하고 있어 아이를 데려갈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어요. 지금은 화명동에 문화공간이나 지자체가 운영하는 도서관이 있지만 당시만 해도 구포나 만덕에만 도서관이 있었죠. 그래서 마을 내에서 도서관을 만들자는 얘기가 나왔고 기꺼이 동참하게 됐어요.”

맨발동무도서관은 교육청이나 지자체의 지원을 전혀 받지 않는다. 공공적 성격을 가지긴 했지만 운영 주체가 지역 주민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역주민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공간이기에 처음에는 어린이도서관으로 출발했다. 김 관장은 “2010년 도서관을 지금의 위치로 옮기면서 공공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대상을 어린이뿐만 아니라 모든 지역 주민으로 확대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도서관은 사서뿐만 아니라 후원자, 자원 활동가의 힘으로 운영되고 있다. '도서관의 친구'라고 불리는 후원자들에는 개인은 물론 회사, 가게, 시민사회단체 등이 포함돼 있다. 자원 활동가는 청소년 자원 활동가와 비청소년 자원 활동가로 나뉘어 고정적으로 봉사한다. 청소년 자원 활동가는 연간 100여 명, 비청소년 자원 활동가는 연간 50~60명 정도다.

부산 북구 화명2동 대천천환경문화센터 2층에 위치한 맨발동무도서관(사진: 취재기자 이아명).

김 관장을 포함해 도서관에 상근하는 사람들은 총 네 명. 김 관장은 “직원이라는 개념보다는 도서관 활동가라는 정체성을 갖고 일하고 있다”며 “도서관의 장서 구입 등 재정운용부터 도서관을 운영하는 모든 영역에 있어서 공동으로 권한을 가지고 활동한다”고 했다. 맨발동무도서관에서 그의 이름은 ‘부엉이’다. 다른 사서 선생님들도 생태명으로 이름을 지었다.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수평성을 보여주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생태명 때문에) 실제로도 아이들이 거리감을 적게 가지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맨발동무도서관이 펼치는 활동은 다양하다. 청소년 독서 동아리부터 마을공동체사업으로 북구 전역에 있는 초·중·고에 찾아가 책을 읽어주는 활동 등이 있다. 근처 여러 학교의 독서프로그램을 도서관과 연계해 함께 진행하기도 한다.

또한 올해 특히 중심을 두고 있는 활동이 있다. 바로 ‘대천마을 아카이브’다. 김 관장의 말이다.  “현재 도서관을 둘러싼 마을에서 재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어요. 올해에는 이런 재개발과 관련된 아카이브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야기를 모으는 것이 도서관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 마을에서 태어날 때부터 사신 분들을 어르신이라고 부르는데, 이 어르신들이 구술사로서 마을의 역사를 알려주고 우리는 과거, 현재, 나아가 미래까지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 정리해 책으로 만드는 작업을 할 계획이에요."

사서 일을 하고 있는 김부련 씨(사진: 취재기자 이아명).

여러 활동을 하고 있는 만큼 김 관장은 많이 바쁘다. “공공도서관으로서의 해야 할 역할, 마을에서의 도서관 정체성, 세상을 담는 풍경에 주의를 기울이고, 일상을 지켜서 나아가야 하는 일을 생각하면서 사람을 계속 보고 소통하다보니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도 있어요. 하지만 역으로 이런 일들이 잘 풀려나가 무엇이 만들어져 나갈 때의 보람 때문에 도서관에서 계속 활동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앞으로의 맨발동무도서관은 어떨까. 그는 “우리 도서관의 활동 중 날마다 오후 4시가 되면 책 읽어주기가 있어요. 대표적인 우리 도서관의 프로그램입니다. 사서 선생님들이 돌아가면서 다양한 책을 읽어주죠. 사람들이 있든 없든 책을 읽고, 아이들이 있으면 곁에 가서 책을 읽어줍니다. 우리 도서관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는 활동이어서 14년 째 지켜오고 있지요. 책과 이야기로 사람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함께하겠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마 내년에도, 그 후에도 도서관은 날마다 4시에 책을 읽고 일상을 충실하게 잘 살고 있을 것이라고 믿어요”라고 말했다.

취재기자 이아명  reporter1@civic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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