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7명 “상위 댓글 10개까지만 본다” 여론 조작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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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중 7명 “상위 댓글 10개까지만 본다” 여론 조작도 가능?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8.06.01 0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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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노출 댓글이 전체 여론으로 비칠 가능성…20개 이상 읽는 사람 거의 없어 / 정인혜 기자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는 지난달 31일 "포털사이트 뉴스 댓글을 읽는 10명 중 7명 이상이 상위에 노출된 댓글에 주목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포털사이트 뉴스 댓글을 읽는 10명 중 7명 이상이 상위에 노출된 댓글에 주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파급력이 큰 기사의 경우 수천 개 이상의 댓글이 달리는데, 상위에 노출된 일부 댓글이 전체 의견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는 지난달 31일 ‘포털 뉴스 서비스 및 댓글에 대한 인터넷 이용자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24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된 이번 조사는 전국 20세 이상 성인남녀 1075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이뤄졌다. 응답률은 13.4%이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0% 포인트다.

조사 결과, '지난 일주일 동안 댓글을 읽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 중 '상위 10개 댓글까지만 읽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40.4%로 집계됐다. '최상위에 게시된 2~3개의 댓글만 읽는다'고 답한 비율은 35.4%로 나타났다. 댓글을 읽는 국민의 76%가 기사에 노출된 10개 댓글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상의 댓글을 읽는다고 답한 응답자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상위 20개 정도까지 댓글을 읽는다고 대답한 비율은 12.7%였으며, 20개보다 많이 읽는다고 답한 비율은 7.2%에 그쳤다.

'포털 사이트에서 기사 한 개 당 읽은 댓글 수'에 대한 응답자들의 답변(그림: 한국언론진흥재단 제공).

실제 댓글 공작 작전을 펼치는 많은 네티즌들은 상위 노출 댓글 만들기에 주력한다. 유명인이 연루된 사건·사고 기사에서는 베스트 댓글과 나머지 댓글의 어조가 다른 경우도 적지않다. 연예 기사는 물론 정치 기사도 예외는 아니다.

가수 팬클럽에서 활동 중인 A 씨는 "일반적으로 악플이 많이 달릴만한 논란이 생기면 다들 합심해서 베스트 댓글 자리를 차지한다"며 "새로 업데이트 되는 기사를 찾자마자 선플을 달고, 비판 댓글이 달리기 전에 좌표를 공유해 다 함께 추천수를 올리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에 대해 그는 "사건 진상을 잘 모르는 일반 사람들에게 최대한 나쁜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며 "일단 베스트 댓글을 만들어 놓으면 그 후에는 상황이 좀 괜찮다. 일반적으로 댓글을 읽는 사람들은 그냥 베스트 댓글에 추천을 누르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진실유무와 관계 없이 베스트 댓글에 등극만하면 비판 여론이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상위 노출 댓글에만 집중하는걸까. 한국언론진흥재단 측은 이 같은 이유를 포털사이트의 구조에서 찾았다. 포털 뉴스 한 페이지에 노출되는 댓글 수가 대개 10개에 그치기 때문이라는 것. 포털 뉴스에서는 추천 수 등으로 댓글을 정렬해 10개 정도의 댓글을 강조한다. 상위에 노출된 댓글의 영향력이 다른 댓글보다 강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포털 측이 이를 고려해 상위 노출 댓글 정책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응답자 10명 중 8명 이상에 달하는 84%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알기 위해 댓글을 읽는다고 답했다. 해당 기사에 대해 본인이 생각하는 바가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또는 부합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댓글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기사 내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망설여져서’ 댓글을 읽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55.8%로 조사됐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이를 “댓글을 다른 사람과 자신의 의견을 비교하려는 목적이 더 강함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참고해 기사를 해석한다기보다는 ‘비교’ 자체에 댓글의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단순한 재미’로 읽는다는 응답 비율은 64%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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