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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로 진출한 캘리그라피, 지친 일상을 위로해주는 '소소한 기쁨'손 글씨로 감성을 일깨우는 우혜진 씨, 방문자 주문 받아 SNS에 게시 / 안소희 기자

“바쁜 일상을 잠시 접어두고 작은 기쁨을 찾으라는 뜻에서 ‘소소한 기쁨’ 페이지를 열었어요. 방문하시는 분들이 고마울 따름이죠.”

우혜진(24) 씨는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손 글씨로 짧은 휴식을 제공하는 대학생 캘리그라퍼다. 잠시라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현대인들에게 ‘느림’이란 어리석음에 불과할 따름이다. 현대인의 소셜미디어 메시지는 순식간에 작성돼 온라인으로 전파되지만, 우혜진 씨의 손 글씨는 사람들의 감성을 깨우며 느리게 전달된다. 페이스북 ‘소소한 기쁨’이라는 캘리그라피 페이지는 그가 소셜미디어에 지은 쉼터다.

우혜진 씨가 플리마켓에서 캘리그라피를 하고 있다(사진: 페이스북 ‘소소한 기쁨’).

그가 ‘소소한 기쁨’에서 하는 일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방문자들이 신청하거나 공유하고 싶은 글귀를 손으로 그린 뒤 사진을 찍어 보정 작업을 거쳐 올린다. 외부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만 운영한다. 그런데도 벌써 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페이지를 팔로우하고 있다.

지난 30일 오후, 부산 남구 대연동의 한 카페에서 우혜진 씨를 만났다. 우 씨에게 ‘소소한 기쁨’은 좋은 글귀를 담아 공유하는 공간이다. 그는 “여러 사람들이 따뜻한 글을 읽고 작은 기쁨을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페이스북을 열었다”고 말했다.

그가 캘리그라프를 소재로 삼은 것은 어린 시절의 '핸디캡' 기억에서 비롯됐다. 그는 어릴 때 ‘악필’로 유명했다. 워낙 글씨를 못 쓰다 보니 예쁜 글씨체에 관심을 갖게 됐고, 그때부터 붓글씨, 펜글씨를 가리지 않고 맹렬하게 연습했단다. 혼자 글씨 쓰기를 하면서 자신만의 서체를 만들었다. 그는 “캘리그라피를 조금 더 가다듬어 전문성을 가미한 ‘소소한 기쁨체’ 글꼴을 등록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페이스북에서 캘리그라피 페이지를 운영하게 된 것은 ‘이별의 아픔’ 때문이었다.

“예전에 남자 친구와 헤어진 뒤 많이 힘들었다. 헤어진 연인들이 슬픈 음악에 기대듯 저는 자신을 위로해줄 글귀를 찾았다. 그러다가 손으로 글을 쓰면서 마음을 달랬다. 이런 일을 되풀이하다보니 손 글씨가 큰 위로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주변 사람에게도 이런 느낌을 전하고 싶었고,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페이스북을 선택했다.”

‘소소한 기쁨’이란 페이지 이름은 평소 사소한 것 까지 살피는 그의 성격에서 나왔다고 한다. 그는 “사소하다는 표현보다는 소소하다는 말이 더 긍정적으로 느껴져 바로 ‘소소한 기쁨’이라는 문구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또, “마침 친구가 메신저로 하트 모양의 딸기 사진을 보내고 기뻐했다”며 “친구가 작은 일에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곤 ‘바로 이거야’라는 생각이 들었고 초창기 페이지의 메인사진으로 결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작은 것에서 기쁨을 얻는다는 그는 ‘소소한 기쁨’을 방문하는 사람의 댓글에서도 큰 힘을 얻는다. 우 씨는 “게시물을 올리면 ‘마음에 확 와 닿네요. 앞으로도 좋을 글귀 올려주세요’라며 댓글을 달아주는 분이 있다. 짧은 말 한 마디가 하루 종일 나를 기쁘게 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소소한 기쁨’에 게시된 글귀 가운데 ‘내가 나로 사는 것이 왜 누군가에겐 상처일까’라는 글귀를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이 문구는 김연정 작가의 웹툰 단행본 <혼자를 기르는 법>에 등장한 주인공 ‘이시다’의 대사다. 그는 “누구든 타인과 연결되지 않은 사람은 없다”며 “이 글귀를 보면서 내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신경을 별로 쓰지 않거나 거리를 두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누군가는 반드시 상처를 받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우혜진씨의 페이스북 페이지(취재기자 안소희).

‘일상의 소중함은 잃어버려야 비로소 깨닫게 된다’는 글귀는 기시 마사히코 작가의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을 읽으면서 떠오른 문구다. 이 책에서, 여행 가기 전 도둑을 방지하려고 일상의 소리를 녹음해 집안에 틀어놓고 간 부부가 차를 몰고 가던 중 절벽 아래로 추락한다. 그리고 경찰이 찾아간 집에서는 그 부부가 틀어 놓고 간 일상의 소리가 흘러나온다. 우 씨는 이 대목을 언급하면서 “남편과 아내가 무사히 돌아왔더라면 테이프를 끈 뒤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을 보냈을 것”이라며 “우리는 일상을 잃어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그 소중함을 인식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2년간 교내 플리마켓에서 즉석 캘리그라피를 진행했다. 우 씨는 “즉석 캘리그라프는 그 자리에서만 나올 수 있는 세상에 하나뿐인 작품이어서 매력적인 작업”이라고 말했다.

우 씨의 향후 계획은 콘텐츠 확장이다. 사진뿐 아니라 영상과 캘리그라피를 콜라보해서 페이스북에 올릴 예정이다. 즉석 캘리그라피 이벤트도 꾸준히 할 계획이다. 

우혜진 씨의 ‘소소한 기쁨’은 다른 사람들과 공감을 통해 ‘큰 기쁨’이 된다.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겐 더 없이 큰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 그는 오늘도 ‘멋글’을 그린다.

취재기자 안소희  reporter1@civic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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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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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혜진 2018-06-07 12:36:48

    기사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닷 ♥♡♥
    -페이스북 페이지 <소소한 기쁨> 운영자-   삭제

    • 소소러1 2018-06-05 17:17:59

      소소한 기쁨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페이지인데 이렇게 기사도 올라올 줄이야 ㅋ 잘 보고 갑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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