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진 배도, 마음도 채워준 맛과 멋의 도시 전주에서 힐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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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진 배도, 마음도 채워준 맛과 멋의 도시 전주에서 힐링하다
  • 취재기자 김환정
  • 승인 2018.06.03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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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기자의 좌충우돌 전주 여행기...비빔밥과 피순대 먹고 한옥 마을에서 타임슬립한 듯 느긋한 산책까지/김환정 기자

여기를 봐도 전주, 저기를 봐도 전주. 요즘 SNS 페이지에는 ‘전주’가 가득하다. ‘20대가 떠나기 좋은 국내 여행지’, ‘대학생들을 위한 추천 여행지’, ‘국내 여행지 TOP5’ 등 여행지 관련 게시글에는 전주가 빠지지 않고 들어가 있다. 주변 친구들 중에서도 전주를 안 가본 사람들은 드물다. 그러나 기자는 아직 전주를 가본 적이 없었다. ‘나만 빼고 다 갔어’라는 말이 딱 그 상황이었다.

‘국내도 예쁜 곳이 많으니 최대한 다 가보고 해외도 가보자’라는 평소 여행 신조답게 여러 국내 여행지는 많이 가보았지만 전주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집으로 돌아와 페이스북을 켰는데 기자의 눈을 사로잡은 게시글이 있었다. 바로 ‘전주 한옥마을 먹거리 모음.’ 맛있는 음식이 가득한 사진을 보자마자 기자는 이성을 놓아버렸고, 바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전주 여행을 가고 싶다고 강력하게 어필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 기자는 사랑스러운 음식이 가득한 전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오전 8시에 부산 노포동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한 버스는 11시 반이 다 되어서야 전주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꽤 긴 시간이었지만, 여행을 가는 길은 언제나 즐겁기 때문에 힘들지 않았다. 터미널에서 내린 후 바로 택시를 타고 한옥 마을로 이동했다. 버스를 타도 2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짧은 거리지만, 날씨도 추웠고 한시라도 빨리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택시 기사는 지나는 길마다 있는 맛집을 추천해 줬다. 완벽한 여행 코스를 짜고 온 것이 아니기에, 기사의 추천을 새겨듣고 참고하기로 했다.

10분 정도 걸렸을까. 전주 한옥마을에 도착했다. 불과 몇 분 전만해도 시멘트 건물이 가득한 도시에 있었던 기자는 마치 조선시대로 타임 슬립을 한 느낌이 들었다. 관광도 중요했지만, 식도락 여행이 목표였기 때문에 우선 점심을 먹기로 했다. 전주는 어딜 가도 실패가 없다는 주변 지인들의 조언에 따라 그냥 발길이 이끄는 곳으로 무작정 들어갔다.

전주비빔밥과 반찬들(사진: 취;재기자 김환정).

전주에서의 첫 끼는 전주의 대표 명물 ‘전주비빔밥’이었다. 한옥마을 입구 오른편에 위치한 ‘종로회관’이라는 곳에는 다양한 비빔밥 종류가 있었지만, 우리는 가장 기본인 전주비빔밥을 주문했다. 먼저 밑반찬이 나왔는데 하나도 빠짐없이 정말 맛있었다. 특히 잡채는 그 중 최고였다. 곧바로 나온 전주비빔밥은 다양한 나물과 고소한 고기, 매콤한 고추장이 어우러졌고, 특히 비빔밥 위에 올려진 황포묵 두 조각은 식감을 더 돋우어 주었다. 행복한 첫 식사를 마치고 배를 둥둥 두드리며 가게를 나섰다. 첫 식사가 이렇게 완벽하니 이번 전주 여행은 끝까지 성공적일 것 같았다.

점심을 먹은 지 한 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기자는 길거리 음식들을 손에 들고 있었다. 전주 한옥마을에서 꼭 먹어야 하는 음식들이었다. 문꼬치(치즈가 올라간 문어꼬치)는 달콤한 양념을 입힌 오동통한 문어에 짭짤한 치즈가 듬뿍 올라가 있었다. 한입 베어 물면 끝없이 늘어나는 치즈로 줄넘기를 해도 될 듯했다. 바게트 버거(바게트 빵으로 만든 피자빵)는 바삭한 바게트 안에 야채와 햄, 치즈 등을 가득 넣어 평소 먹던 피자보다 더 맛있었다. 음식을 양 손에 가득 들고도 “어머 이건 꼭 먹어야 해”를 외치며 다른 가게로 뛰어다녔다. 폭주 기관차가 된 기자를 친구가 말렸고, 친구 손에 이끌려 본격적으로 한옥 마을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왼쪽부터 문꼬치와 바게트버거(사진: 취재기자 김환정).

전주는 마치 사극 촬영장에 와 있는 것 같이 사방이 기와집으로 가득했다. 음식점, 관광소, 게스트하우스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기와집으로 되어있는 모습이 평온함을 주었다. 주변 사람들 중에는 한 명도 바삐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 모두 한 손에는 카메라를 들고 천천히 걸으며 풍경 사진을 찍었고, 일행과 이야기를 하며 길을 지나고 있었다.  “그래, 이게 여행이지”라는 생각을 하며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 한 전주 한옥 마을 거리를 걸어 다녔다.

어느새 밤이 됐고, 전주에 왔다면 안 가볼 수 없는 남문 야시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시장 한 바퀴를 다 돌아도 야시장 거리는 보이지 않았다. 알고 보니 야시장은 금요일, 토요일에만 여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바로 옆에 있는 ‘조점례 남문 피순대’로 향했다. 이곳도 맛집으로 유명한 곳이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피순대(일반 순대와 다르게 선지를 가득 넣어 야채, 두부와 함께 버무린 붉은 색 순대)를 먹어보기로 했다. 조금 뒤에 주문한 음식이 나왔고, 두려움 반 호기심 반으로 피순대를 집었다. 점원 아주머니의 말대로 피순대를 초장에 찍어 깻잎에 놓고, 새우젓을 올려 먹어보았다. 비릿한 냄새가 강해서 먹기 힘들다는 얘기와 달리 피순대는 정말 부드러웠고, 비린내는 하나도 나지 않았다. 선지가 많이 들어있어서 목이 막히면 뜨끈한 순대국밥 국물과 시원한 막걸리를 마셨다. 추워서 꽁꽁 언 몸이 풀리면서 천국에 온 것 같았다. 배부르고 행복한 ‘아름다운 밤’이었다.

왼쪽부터 피순대와 순대국밥(사진: 취재기자 김환정).

다음 날 아침에는 전주라면 빠질 수 없는 칼국수 맛집 ‘베테랑 칼국수’로 향했다. 우리는 주문 가능한 메뉴를 모두 시켰다. 칼국수, 쫄면, 만두까지 시키니 테이블이 가득 찼다. 칼국수는 들깨가루가 가득 올라간 고소한 국물과 함께 적당히 두꺼운 면발이 정말 맛있었다. 그리고 함께 나온 깍두기는 아삭하니 칼국수와 함께 먹기엔 최고였다. 양도 많아서 반도 채 못 먹었을 때 이미 배가 불렀지만, 우리는 끝까지 젓가락을 놓치 않고 음식을 모두 해치우고 나왔다. 배가 터지기 직전까지 먹고 나오니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비를 피하고 소화도 시킬 겸 우리는 후식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베테랑 칼국수에서 먹은 쫄면, 칼국수, 만두(사진: 취재기자 김환정).

근처 한옥 카페로 향했고, 그곳 2층 다락에서 오미자차와 매실레몬차를 먹으며 숨을 돌렸다. 비가 잠잠해질 무렵, 기념품으로 전주 초코파이와 모주를 양손 가득 들고 평온한 도시 전주를 떠나 부산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지금도 전주 여행을 잊을 수가 없다. 사실 기자가 전주를 간 이유는 ‘배가 고파서’였을지도 모른다. 남들이 들으면 “굶고 다니나?”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는데, 굶지는 않았다. 그러나 ‘잘‘ 먹지도 못했다. 지난 몇 년 간 정말 바쁘게 살았다. 수업에 과제에 대외활동에 아르바이트까지. 특히 아르바이트생이 부족한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점장의 노예(?)로 살다보니 거의 매일 출근을 해야 했고, 식사는 당연히 햄버거에 그마저도 불규칙적인 시간이거나 바빠서 먹지 못할 때도 있었다. 항상 아르바이트가 마치는 늦은 밤이 되어서야 무언가를 먹었고, 다음날은 또다시 반복이었다. 이후로 기자는 뭔가를 먹으면 항상 체하는 소화불량에도 시달려야 했다. 엄마가 해주는 따뜻한 집 밥을 눈앞에 두고도 잔다고, 바쁘다고, 아르바이트한다고 제대로 먹지 못했다. 몇 달 동안 계속되니 마음과 배가 많이 고파있었다. SNS 게시글 하나 때문에 전주로 달려간 자신을 돌아보니 많이 허기져있었던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전주는 기자에게 힐링이 되는 곳이었다. 화려한 야경과 쇼핑몰, 신나는 놀이 공원 같은 것은 없었지만, 따뜻하고 맛있는 음식이 가득했고, ‘빨리 빨리‘가 아닌 느긋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있었기에 전주의 다양한 먹거리를 더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더불어 편안하고 배부르게 놀고, 먹으니 인간관계, 진로 고민 등에 사로잡혀 있던 자신을 느긋하게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었다. 다른 이들에게는 수많은 국내 여행지 중 하나일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지금껏 여행에서는 느낄 수 없던 평온함을 선물해준 곳이다.

기자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고, 사실 요즘도 예전과 상황은 다르지 않다. 다행히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기는 했지만 또 다른 대외활동을 시작했고, 과제에 실습에 동아리에 조카 보모까지 여전히 하루하루가 바쁘다. 하루에 전공 3개가 나란히 줄 서있는 시간표를 보면 한숨만 나온다. 그러나 나만의 신선 놀이터 전주가 있으니 여름 방학을 기다리며 이겨내 보려고 한다. 또 얼마나 새로운 먹거리들이 많이 생겨나있을지 정말 기대가 된다. 이번에는 떡갈비를 시작으로 저번에 못 먹었던 음식들을 다 먹고 돌아올 거다.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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