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특집] “잠 잘 시간이 어딨어요? 영화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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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특집] “잠 잘 시간이 어딨어요? 영화 봐야지!”
  • 취재기자 정혜리
  • 승인 2014.10.1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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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투 입고, 담요 들고...영화 광팬들, 밤샘 영화 보기 즐겨

 

▲ 밤 11시, 영화의전당 두레라움 광장은 파장된 시장처럼 사람들이 빠져나가 텅 비어 있다. 그러나 이 빈 공간에 자정이 되면서 다시 사람들이 모이는데, 그것이 곧 철야 영화 상영 행사인 '미드나잇 패션이다(사진: 취재기자 정혜리).

 

10일 밤 11시. 센텀시티에 어둠이 내리자, 갖가지 행사와 북적이는 인파로 시끌벅적하던 영화의 전당이 조용해졌다. 자원봉사자들도 하루 일과를 마치고 대부분 귀가했다. 하지만 자정이 가까워지자, 어디선가 사람들이 나타나 약속이나 한 듯 영화의전당으로 속속 몰려들었다.

남들은 잠을 잘 시간에 이들이 영화의전당을 찾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바로 ‘미드나잇 패션’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미드나잇 패션은 부산국제영화제만의 심야 영화 상영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3편의 영화를 연속 상영하는데, 밤 11시 59분에 시작해 새벽 5시 30분에 마친다. 다른 이들은 잠 잘 시간에 밤을 지새며 영화를 보는 올빼미들만의 열정 프로그램인 것이다.

이번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는 총 4일의 미드나잇 패션이 있었다. 지난 3일과 4일, 그리고 8일과 10일에 미드나잇 패션이 진행되었는데, 이 날들은 다음날이 공휴일이거나 주말이었다. 영화광들이 밤을 새도 다음날 지장이 없도록 배려하기 위함이었다.

 

▲ 밤 12시가 되자, 관객들이 하나둘 영화의 전당 하늘연극장으로 모여들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정혜리).

 

미드나잇 패션 마지막 상영일인 10일 밤에도 700여 명의 사람들이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으로 모였다. 입장 전 대기하고 있는 관객들은 밤을 새기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온 모습들 하고 있었다. 새벽은 제범 쌀쌀한 만큼, 두툼한 외투는 필수였고, 커다란 담요를 들고 온 관객, 수면 바지를 입고 온 관객도 보였다.

여자 친구와 특별한 추억을 만들기 위해 미드나잇 패션을 찾았다는 백민호(29, 부산시 해운대구 중동) 씨는 여자 친구를 위해 챙겨온 짐이 가방 한가득이었다. 그는 “담요는 당연히 가져왔고요. 여섯시간 동안 봐야하는데, 여자 친구 목 아플까봐 걱정돼서 목베개도 가져왔어요”라고 말했다.

미드나잇 패션에서 상영하는 영화는 호러, 액션, 스릴러 등의 장르 영화이다. 때문에 독특한 장르를 좋아하는 영화팬들이 많이 몰린다. 자신을 스릴러광이라고 소개한 김미나(25, 부산시 동래구 안락동) 씨는 올해 미드나잇 패션에 참여했다. 그는 “부국제에선 사실 장르가 비교적 얌전한 영화를 많이 상영해요. 그런데 미드나잇 패션은 잔인하기도 하지만 독특하고 스릴 넘치는 영화들을 상영해줘서 제 맘에 쏙 듭니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고 장르 영화팬에게 만족을 주는 미드나잇 패션이 가진 또 한 가지 기능은 잘 곳을 마련하지 못한 관객들에게 있을 곳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친구들과 해운대에서 술을 먹다 서울 가는 막차를 놓쳤다는 권기철(26,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씨는 영화를 본 후 경부선 첫차를 타고 집에 갈 계획으로 수정했다. 그는 멋쩍게 웃으며 “단돈 1만 원에 영화를 세 편이나 보고 집에 갈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라고 말했다.

한 편 상영 후, 10분 휴식, 그 후 다음 영화가 상영이 된다. 쉬는 시간에 사람들은 화장실에 가기도 하고,  간단한 간식거리를 꺼내 먹기도 하며, 쪽잠을 자기도 했다.

영화를 향한 열정이 남다른 사람들이 모였지만, 그래도 역시 잠을 이기는 것은 어려운 일로 보였다. 영화 상영 후반부에는 여기저기서 코고는 소리가 들렸고, 전화 소리가 계속 울려도 잠에 골아 떨어져 이를 듣지 못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날 새벽까지 미드나잇 패션 진행을 맡은 자원봉사자 이다래(22, 부산시 서구 동대신동) 씨는 “미드나잇 패션 상영은 여러 가지 일들이 일어나서 곤혹스럽기도 하지만, 영화를 보기위해 이렇게 찾아주시는 열정적인 관객들을 보면 굉장히 뿌듯합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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