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소프라노가 노래에 올인했던 이유는?... ‘마가렛트 여사의 숨길 수 없는 비밀’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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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소프라노가 노래에 올인했던 이유는?... ‘마가렛트 여사의 숨길 수 없는 비밀’을 보고
  • 부산시 진구 황혜리
  • 승인 2018.05.28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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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자신의 목소리가 몹시 아름답다고 믿는 한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바로 프랑스 남작 부인 마가렛트. 2015년 개봉한 영화 <마가렛트 여사의 숨길 수 없는 비밀>은 ‘역사상 최악의 소프라노 성악가’라고 불렸던 실존 미국인 ‘플로렌스 젠킨스’의 실화를 프랑스화해서 제작된 작품이다. 영화의 설명과 예고편을 보고는 단순한 코미디 영화인줄 알았다. 그러나 극 초반의 코믹함은 잠시 뿐, 마가렛트 여사의 애타는 노력이 마음을 잔잔하게 울렸다.

이 프랑스 영화는 ‘세자르 영화제’에서 총 11개 부분에 노미네이트되었으며 프랑스에서 개봉 당시 관객 수 200만 명을 기록했다. 영화비평가들은 이 영화가 클래식이 지나치게 소수 음악 전문가들만의 전유물인 풍토에 대항하는 반란 같은 이야기를 다뤘다고 표현했다. 영화 <마가렛트 여사의 숨길 수 없는 비밀>에는 마가렛트 여사의 대담함과 아이 같은 순수함, 노래에 대한 무한한 열정이 담긴 아름다운 영화였다.

마가렛트 부인(카트린 프로 분)에게는 ‘억 소리가 나는’ 재력이 있다. 하지만 “돈은 중요하지 않아. 돈을 갖고 있다는 것만 중요하지”라는 그녀의 말처럼 본인의 재력에는 별 흥미가 없다. 이에 비해 음악에 대한 열정은 전 세계의 어떤 성악가보다도 뜨겁다. 그러나 문제는 안타까울 정도로 그녀는 노래의 열정에 비해 노래 실력이 형편없다는 역설적인 현실이었다. 

카트린 프로(사진: Georges Biard)

마가렛트 여사는 자신의 재력으로 소수의 지인들만 불러서 자선 음악회를 열고 자신이 직접 출연해서 노래를 부른다. 음악회 참석자들은 그녀의 재산을 노리고 접근한 사람들이어서 그녀의 노래에 매번 거짓 칭찬을 늘어 놓는다. 지인들의 거짓 칭찬은 그녀에게 자꾸 허상의 만족감을 주고, 그녀는 거창한 무대에서 공연한 것처럼 화려한 의상을 입고 노래부르는 사진만 찍어서 집에 전시해 두곤 한다. 그녀에게는 그녀의 돈을 보고 결혼한 남편이 있다. 남편으로부터 사랑을 못받아서 그녀가 엉터리 노래로 자신의 외로운 감정을 달래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사실 남편 조르쥬 뒤몽 남작(앙드레 마르콩 분)은 돈 때문에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주변 사람들이 마가렛트 여사의 노래를 뒤에서 조롱하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영화의 마지막 쯤, 마가렛트 여사는 개인 콘서트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서 노래한다.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그녀는 콘서트에서 노래한 뒤 성대에 무리가 가서 쓰러진다. 그리고 그녀는 남편에게 묻는다. “내 노래 괜찮았어요?” 진정 그녀가 그토록 노래에 집착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영화는 코미디 장르처럼 흘러가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마가렛트 여사라는 한 사람의 외로움과 슬픔을 느끼게 된다. 그녀가 믿고 의지하던 집사마저 마지막엔 자신의 목적을 위해 마가렛트 여사를 배신한다. 오히려 애절한 그녀의 마음과 사랑이 전달된 것인지 남편은 그녀를 구하고자 노력한다. 이미 늦었지만 말이다. 한 평생을 바쳐 사랑을 노래했던 그녀는 결국 죽음을 통해 자신만의 세상으로 떠난다.

처음 영화를 보면서 ‘왜 마가렛트 여사는 자신이 음치라는 사실을 모를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심리학에 의하면, 인간의 뇌는 자신이 인정하고 싶지 않은 진실은 스스로 부정하고 사실이 아니라고 외면해버린다. 마가렛트 여사는 노래를 부를 때 남편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 따라서 그녀는 혹여나 남편에게 외면받을까 본인이 음치라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아 부정했고, 결국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버린 것은 아니었을까.

결과가 어찌됐든 그녀의 열정과 노력은 대단했다. 그녀가 끊임없이 노력한 모습을 사람들이 눈 앞에서 보았다면 그 누구도 쉽게 그녀를 비웃거나 비난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도 마찬가지다. 단지 결과만을 보고 타인을 평가하기 전에, 보이지 않는 타인의 노력과 열정을 높이 사야 한다.

이 작품의 모티브가 된 미국 성악가 플로렌스 젠킨스의 이야기는 지난 2016년 영국 영화 <플로렌스>로 다시 한 번 관객을 찾아왔다. 메릴 스트립이 플로렌스 역을 맡았다. 이 영화에는 이외에도 휴 그랜트, <위대한 쇼맨>에서 오페라 가수 ‘제니 린드’ 역을 맡은 레베카 퍼거슨 등 유명한 배우들이 다수 등장한다. 프랑스에서 제작한 <마가렛트 여사의 숨길 수 없는 비밀>과 영국에서 제작한 <플로렌스> 두 영화를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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