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동정심 이용하는 스토킹 살인...연인 간 애정 싸움으로 왜곡, 제대로 수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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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동정심 이용하는 스토킹 살인...연인 간 애정 싸움으로 왜곡, 제대로 수사해야
  • 취재기자 김민성
  • 승인 2018.05.28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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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폭력 처벌 특별법 '하윤주법' 제정 요구, 피해자 동정심 노리고 접근 / 김민성 기자
친밀한 관계였던 피해자에게 동정심과 죄책감을 유발해 지능적으로 접근하는 스토커는 중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너를 제일 사랑한 나를 놓쳐서 나중에 후회하게 될 거야.” 

이는 지난 2016년 서울에서 발생한 '가락동 스토킹 살인사건'의 범인이 헤어진 여자 친구에게 보낸 편지 중 한 부분이다. 범인은 피해자를 위협하며 집착한 데 이어 피해자에게 동정심과 죄책감을 유발해 지능적으로 접근했다. 

지난해 11월 부산 수영구에서 발생한 ‘스토킹 살인’ 피해자의 아버지는 갑작스러운 딸의 죽음을 맞으며 남성에 의한 여성 폭력을 다루는 특별법 '하윤주법'을 제정해달고 지난 14일 청와대에 청원했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경찰의 사건 재수사와 여성들이 남성의 폭력에 의해 속절없이 목숨을 잃는 스토킹 살인사건에 관심을 갖고 합당한 법을 만들어 줄 것을 당부했다.

이 사건의 스토킹 가해자는 장기간에 걸쳐 피해자와 관계를 이어갔다. 지난 18일 부산대학교 학생 커뮤니티에는 피해자와 친구 관계인 김아정(가명) 씨가 “작년 11월, 나의 친구(피해자)가 스토커 살해를 당했다”는 글을 올렸다.

김 씨는 피해자가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지난 2011년도부터 가해자(스토커)가 ‘중학교 동창’이라며 피해자와 연락을 이어 갔다고 전했다. 김 씨의 글에 따르면, 원하는 대학을 가기 위해 재수, 삼수, 사수를 거듭한 피해자는 대입준비 과정 동안에 가해자와 짧은 교제를 가졌다고 한다.

피해자가 대입준비를 하는 동안, 가해자는 일방적으로 피해자에게 접근해왔다. 피해자의 관심을 원했던 스토커는 자신이 백혈병에 걸렸다며 “곧 죽음을 준비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너(피해자)와 함께 하고 싶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김 씨는 피해자가 오랜 기간 알아왔던 사람이 백혈병에 걸렸다고 하자 동정심을 갖게 됐다. 피해자는 이를 부모님께 알렸고, 부모님 또한 가해자의 투병에 가슴 아파했다고 한다. 가해자는 백혈병을 빌미로 학교며 학원이며 피해자의 행적으로 졸졸 따라다녔다. 이 때문에 피해자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그러나 김 씨의 글에 따르면, 피해자는 투병 중인 사람에 대해 동정심을 갖게 됐고, 스트레스를 받는 자신의 모습에 죄책감까지 가졌다고 한다. 가해자의 계산적인 행동에 이용당한 피해자는 결국 가해자의 자취방에서 살해당했고, 가해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 씨는 경찰이 사건 이후 가해자의 신원조회를 해보니 피해자와 중학교 동창이라는 주장과 달리 가해자의 나이가 피해자보다 15세나 많은 30대 후반의 남성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금융사기로 복역한 범죄 경력자였다고 한다.

스토킹 피해자 아버지의 청원 글에 따르면, 이전 집에 도둑이 두어 번 든 적이 있었는데 경찰에 신고하고 CCTV를 조회하니 스토킹 가해자의 얼굴이 찍혀있었다고 한다. 당시 피해자가 CCTV 속의 가해자를 ‘아는 사람’이라고 진술했으나 경찰은 그 사람을 용의 선상에서 제외했다고 전했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경찰이 도난 신고를 수사하며 가해자를 용의 선상에서 제외해 결국 살인으로까지 이어졌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피해자가 살해당한 이후 사고 현장인 가해자의 자취방에는 피해자가 사용했던 문제집, 옷 등 집에서 도난당한 물건들이 줄줄이 쏟아졌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사건 당사자들이 모두 숨져 이렇다할 수사 진행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청원 글을 통해 "경찰이 지난해 6월 도난사건 당시 CCTV에 찍힌 용의자를 왜 철저히 조사하지 않았는지, 또 살인사건에 대해 무엇을 알아냈는지에 대해 유가족에게 공식 통보해달라"고 요청했다.

스토킹 피해자의 친구 김아정(가명) 씨는 피해자와 가해자를 연인관계로 추정해 애정 싸움에 의한 살인극으로 해석한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김 씨는 “스토킹 살해라는 사실이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고 단지 ‘연인 관계의 두 남녀가 한 원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는 단순 보도만 퍼져나갔다”며 “그런 기사의 댓글에는 차마 옮길 수 없는 글들이 넘친다. ‘연인간 나이 차가 15세면 원조 관계였겠지’, ‘남자 능력 보고 접근한 꽃뱀’ 등 피해자를 조롱하는 댓글이 있다”고 왜곡된 사실에 답답한 마음을 밝혔다.

피해자 아버지의 청원 글에 동의한 김기우(31, 경남 양산시) 씨는 스토킹 범죄의 형량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지난 10일 법무부에서 ‘스토킹범죄 처벌법’ 입법 예고를 했다”며 “이전에는 스토킹이 경범죄로 분류돼 많아야 벌금 10만원이 부과됐는데 앞으로는 징역 5년까지 처벌할 수 있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어 관심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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