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여금·식대·교통비 끼워넣기..."최저임금 1만 원은 빛좋은 개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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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여금·식대·교통비 끼워넣기..."최저임금 1만 원은 빛좋은 개살구"
  • 취재기자 조윤화
  • 승인 2018.05.26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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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환노위, "기업 부담 완화" 최저임금법 개정안 통과...민주노총 “개악 날치기” 강력 반발 / 조윤화 기자
지난 3월 2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 당시 모습(사진: 더팩트 문병희 기자, 더팩트 제공).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가 내년부터 상여금과 복리후생 수당 일부를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포함하는 것에 합의했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려는 조치다. 개정안대로 최저임금 계산 시 상여금·식대·교통비가 일부 포함되면 기존에 식대, 교통비를 지급받는 저소득 노동자 대부분은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누리지 못하게 된다. 노동계는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을 '도루묵'으로 만들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국회 환노위는 지난 24일 밤 10시부터 25일 오전 2시께까지 고용노동소위를 열고 장시간의 릴레이 협상 끝에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의 주된 내용은 내년부터 정기 상여금과 식대·숙식비·교통비 등 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새롭게 포함되는 것이다.

개정안 시행 시 내년부터 매달 최저임금의 25%를 초과하는 상여금과 최저임금의 7%를 넘어서는 복리후생 수당이 최저임금에 포함된다. 다만, 환노위 측은 저임금 근로자들을 보호하자는 측면에서 연 소득 2500만 원 미만인 노동자는 최저임금 산입 확대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저소득 근로자의 기준을 연 소득 2500만 원으로 설정한 것에 대해서도 의문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노동계는 기본급을 제외한 나머지 식대, 교통비 등 각종 수당을 최저임금 범위에 넣어선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최저임금 산정 범위가 확대될수록 최저임금이 인상되더라도 노동자가 체감하는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실제로 개정안 시행 시 추가적인 임금인상 없이 산입범위 확대만으로 최저임금 미만에서 최저임금 이상을 받게 되는 노동자가 생긴다.

이번 개정안에 따라 올해 월 최저임금으로 책정된 157만 원을 기준으로 보면 이의 25%인 40만 원가량을 넘는 상여금과 7%인 10만 원가량을 초과하는 복리후생비가 모두 최저임금에 산입된다. 예를 들어 기존에 기본급과 직무수당을 합쳐 140만 원을 받고 있던 근로자 A가 상여금 60만 원과 복리후생비 30만 원을 받는 경우, 개정 전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것이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상여금 20만 원과 복리후생비 20만 원이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돼 최저임금을 받는 셈이 된다.

이처럼 기본급 인상 없이 최저임금 미만에서 이상으로 받게 되는 노동자가 생기는 것을 우려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측은 고용노동소위가 열리기 하루 전인 지난 23일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임금삭감 효과 분석’ 보고서를 내고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에 강하게 반발했다. 해당 보고서는 민주노총 조합원 중 최저임금 1.2배 이하를 받는 저임금 조합원 6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했다.

민주노총은 보고서에서 ”현행 산입범위에 정기상여금과 급식·통근비를 포함하면최 저임금 노동자 절반 이상이 추가적인 임금 인상 없이 최저임금 미만을 벗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의 임금 삭감 효과는 매우 큰 것으로 드러난다“고 밝혔다.

또한, 환노위는 고용노동소위에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금지 원칙에 따라 기존에 상여금 지급 시기 등 취업 규칙을 변경하려면 과반수 노조나 노동자 중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만 했던 기존의 룰을 깨고 과반수 동의가 아닌 의견 청취만으로 변경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을 만들었다. 이렇게 되면 사업주가 분기별이나 반기별로 지급하는 상여금을 근로자의 동의 없이 매달 나눠서 지급하더라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 뒤 일부 기업이 실질적 임금 인상 없이 상여금을 매달 지급해 기본급에 포함시켜 인상된 최저임금을 메꾸는 편법을 쓰고 있었는데 이러한 ‘상여금 쪼개기’ 꼼수를 정부가 정당화시켜주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항의하며 25일 게재한 사진(사진: 민주노총 공식 페이스북).

이 밖에도 노동계는 환노위의 개정안 통과 방식에도 문제를 삼고 있다.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날치기 법안이라는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25일 민주노총은 공식 성명서를 내고 ”25일 새벽 2시 5분, 국회 환노위는 기어이 전면 개악된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날치기 처리했다“며 ”1996년 정리해고법, 2006년 비정규악법, 2010년 노조법 개악에 이어 최저임금법까지 날치기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민주노총 측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국회 환노위 소속 의원들이 고용노동소위가 열린 현장에서 찍은 단체 사진을 게재하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최저임금 삭감 기념사진"이라는 코멘트를 달아 비꼬기도 했다.

한편,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끝까지 반대 의사를 고수한 이정미 정의당 의원 역시 25일 SNS를 통해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은 ‘합의 처리 원칙을 깬 일방적 강행처리’라며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이 의원은 ”(환노위가) 새벽 1시에 30분 만에 급조된 법안을 충분한 실증적 검토도 없이, 법안소위의 합의 처리 원칙을 깨며 일방적 강행처리를 하고 말았다“며 ”저와 정의당은 최저임금 1만 원이라는 국민에 대한 약속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 미래당 3당의 기득권 연대에 의해 좌절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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