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여성전용칸 역차별 논란 속 "남성칸도 만들어달라” 국민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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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여성전용칸 역차별 논란 속 "남성칸도 만들어달라” 국민청원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8.05.25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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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도시철도 여성 전용칸에 남성 승객 인산인해…여성들 "이럴 거면 차라리 남녀별로 격리하자” / 정인혜 기자
부산 도시철도 1호선 5호차에 마련된 여성 전용칸 내부(사진: 부산 교통공사 제공).

배려와 역차별 경계에 서 있는 지하철 여성 전용칸. 이를 둘러싼 논란이 아직 가시지 않은 가운데, 일각에서 역으로 ‘남성 전용칸’을 만들어달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지하철 여성 전용칸은 지난 2016년 9월 20일 부산 도시철도 1호선에 5호차에 마련됐다. 말 그대로 여성만 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운영 시간대는 오전 7시부터 9시, 오후 6시부터 8시까지다. 부산에 이어 도입을 검토한 서울 등 타 시도에서는 거센 반발에 부딪혀 관철되지 못했다.

부산시는 여성 전용칸을 마련한 이유로 “임산부와 영유아를 동반한 여성을 배려하고, 여성 대상 범죄를 예방하자는 취지”라고 밝힌 바 있다. 지하철에서 발생하는 각종 범죄로부터 여성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지하철 내 범죄 피해자를 여성에 한정하면서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게 아니냐는 역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 가운데 지하철 내 ‘남성 전용칸’을 만들어달라는 요구가 나와 관심이 쏠린다.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 같은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남성 인권’을 언급하며 남성 전용칸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물리적 조건만을 따질 때 여성은 약자이지만, 우리나라 성범죄에 남성의 인권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며 “(추행 여부를 떠나) 성추행 신고를 받은 남성은 확실한 증거와 증인이 없이 혐의를 벗기가 굉장히 어렵다. (억울하게) 가정이 붕괴되고 직장이 날아가며 인생이 박살나는 사례는 더 이상 듣기 힘든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남성의 무고한 피해를 막기 위해 남성 전용칸을 설치해달라는 주장이다. 내달 16일 마감을 앞둔 해당 청원은 24일 현재 약 1만 8000여 명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비단 남성들만의 주장은 아니다. 여성들 사이에서도 남성 전용칸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같이 주장하는 여성들은 여성 전용칸이 유명무실하다는데서 이유를 찾는다. 역차별을 주장하며 ‘여성만 탈 수 있다’는 규정을 지키지 않는 남성이 많은 만큼 아예 남성 전용칸을 만들어 서로 격리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부산 지하철의 여성 전용칸은 취지가 무색할 만큼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24일 오전 8시 30분. 북적대는 출근길 시간에 지하철은 승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여성 전용칸도 마찬가지였다. 이 시간 동안엔 여성만 탑승하는 게 원칙이지만, 승객들은 남녀 구분 없이 올라타 있었다. 분홍색으로 표시된 ‘여성 전용칸’이라는 표시가 무색해진 것. 눈대중으로 짐작하면 남녀 승객의 비율은 거의 비슷해 보였다.

한 노년층 남성 승객(74)은 “여자들만 타는 칸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솔직히 누가 신경 쓰냐”며 “아침 시간에 다들 자리 찾기 바쁜데 그런거 모른다”고 말했다.

여성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상관없다는 의견도 있는 반면, 제대로 된 관리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에선 남성 전용칸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하기도 했다.

지하철로 통학한다는 여대생 신모(24) 씨는 “여성 전용칸이라고 해서 기대가 많았는데, (관리가 되지 않아) 왜 만들었나하는 생각이 든다”며 “주변 남자들에게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여자에 대한 특혜라고 생각해서 부정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신 씨는 이어 “지하철에서 발생하는 많은 범죄가 성과 관련된 것이고, 여성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 무고죄를 걱정하는 남성들에게도 여성 전용칸은 오해를 없앨 수 있으니 이득인 것 아니냐”며 “그런데도 특혜라는 생각이 들어 지키기 싫다면 차라리 남성 전용칸을 만들어서 따로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이 같은 주장이 나온다. 지난 23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올라온 ‘지하철 남성 전용칸 꼭 실현돼야 합니다’는 글에는 458명이 찬성표를, 31명이 반대를 던졌다.

한 네티즌은 “남자들 여성 전용칸에 불만 많던데, 제발 남성 전용칸이 생겼으면 좋겠다. 각각 분리돼서 절대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길 바란다”며 “남자들도 성추행범으로 괜한 오해 살 일 없어지고 여자도 성추행으로부터 안전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소수지만 회의적인 반응도 나왔다. 한 네티즌은 “대한민국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모르겠다”며 “남녀 간 생긴 대결 구도를 근본적으로 없앨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씁쓸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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