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불붙은 낙태 합법화 논쟁...여가부 “낙태죄 폐지해야” 헌재에 의견서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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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불붙은 낙태 합법화 논쟁...여가부 “낙태죄 폐지해야” 헌재에 의견서 제출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8.05.24 01:0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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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규약 맞지 않고 여성 자기결정권 지나치게 침해"...일각선 "친부도 법적 책임 지워야" 주장 / 신예진 기자

여성가족부가 “낙태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온라인에서는 ‘낙태죄 폐지’를 지지하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헌재는 오는 24일 낙태를 처벌하는 현행 형법 조항의 위헌 여부를 가리는 첫 공개변론을 갖는다.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여가부는 의견에서 “헌법과 국제규약에 따라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재생산권, 건강권은 기본권으로서 보장돼야 한다”며 “낙태죄가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목적을 달성하기에 적정한 수단인지, 법익의 균형을 넘어 여성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지 않은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여가부는 이어 해외의 사례를 들며 ‘안전한 임신 중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여가부는 "대한민국의 형법과는 달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등 선진국의 입법례를 보면 임신중절을 더 폭넓게 허용하고 임산부의 안전한 임신중절을 위한 절차를 마련하는 등 여성의 자기결정권, 재생산권, 건강권을 최소한으로 제한하는 수단을 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OECD 회원국 가운데 미국ㆍ스웨덴ㆍ호주ㆍ프랑스ㆍ네덜란드ㆍ독일 등 25개국은 본인의 의사에 따라 낙태가 가능하다. 아이슬란드ㆍ영국ㆍ일본ㆍ핀란드는 사회와 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를 인정한다. 한국을 포함한 9개 국은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성폭력 등과 관련됐을 때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1971년 미국 여성들이 낙태 합법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국내 현행법상 낙태는 불법이다. 낙태를 한 여성과 수술을 한 의료진은 처벌 대상이 된다. 형법 269조 1항에는 "부녀가 낙태한 때에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270조 1항은 "의사·한의사·조산사 등이 부녀의 촉탁을 받아 낙태한 때에는 2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고 돼 있다.

낙태가 불법이지만 병원 측은 낙태에 동의한다는 친부 사인을 요구한다. 만약 낙태 시술이 적발됐을 때, 친부의 사인을 받은 경우에는 대개 처벌 강도가 약하기 때문. 실제로 일부 친부는 “내 동의도 없이 낙태를 했다”며 병원을 뒤집어 놓거나 사법당국에 신고하기도 한다. 병원 입장에서는 친부의 사인이 일종의 보험인 셈.

그러나 문제는 이를 악용하는 남성들이 있다는 것. 만약 낙태 사실이 적발되면 처벌을 받는 대상은 친모와 병원이다. 사인해 준 친부는 제외된다. 이 때문에, 이러한 사정을 잘 아는 일부 남성들이 낙태 찬성에 사인한 뒤, 이후 여자친구나 부인이 이별 통보를 하면 앙심을 품고 신고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낙태가 협박이나 보복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 보니 여성의 입장에서는 “임신도, 낙태도 남녀가 함께했는데 억울하다”는 불만이 나온다.

여가부는 이같은 부작용도 의견서를 통해 언급했다. 여가부는 “낙태죄의 처벌 대상이 ‘부녀’와 ‘낙태하게 한’ 자에게 한정되고 임신중절 과정에서 배우자 동의가 필수이기 때문에, 이 조항이 남성에 의한 협박이나 보복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오작동하고 있어 적정한 수단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여성들은 “사람이 먼저다”를 외치며, 여성의 선택과 삶을 존중해 달라고 호소한다. 온라인에서는 “내 몸의 선택권은 나 자신에게 있다”, “태아가 사람이기 이전에, 원치 않은 임신한 여자도 사람”, “국가는 생명존중이라는 말로 여성의 몸을 통제하지 말아야 한다” 등의 의견이 빗발친다.

직장인 박모 씨는 “10개월 동안 아이를 품고 낳았는데 만약 남자친구가 도망가면? 아이를 가지면 정상적인 직장 생활은 가능한가?”라며 “아이를 지울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 때문에 여성들이 낙태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실적으로 낙태죄는 2차 범죄를 증가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네티즌 A 씨는 “낙태죄로 출산을 강제할 수 있는 대상은 낙태할 경제력이 없는 여성뿐”이라며 “이 여성들은 아이를 낳아봤자 기를 능력이 없기 때문에 태아를 유기하거나 죽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낙태를 반대하려면 생물학적 친부도 책임을 지는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네티즌 B 씨는 “합의 하에 관계를 맺고 생겨난 생명에 대한 책임을 남자만 피해간다는 것은 문제”라며 “낙태죄를 폐지하든가, 그게 아니라면 낙태가 적발됐을 시 친부, 친모 똑같이 처벌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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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임 2018-05-24 08:07:36
여가부는...왜 존재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네요.
언제가 되어야 이해가 가는 합당한 정책을 내 놓을지 궁금합니다.
생각이라는걸 하고 사는 사람들인지 이해가 안갑니다. 예전에 포경이 좋다고 무조건 해야 한다고 했던 우매한 시절도 아니고 나라의 상황이나 전통따위는 생각도 안하고 저들이 하니까 우리도 해야한다...라는 무식한 생각만 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물론 스스로는 선구자인줄 알겠지만...하..정말 골수라는 말이 왜 존재하는지 이해가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