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원 결제 완료” 신종 보이스피싱 활개...인증번호 보내는 순간 돈 빠져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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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원 결제 완료” 신종 보이스피싱 활개...인증번호 보내는 순간 돈 빠져나가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8.05.18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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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상거래 소액 결제' 문자 이용 수법…"전자결제 대행사 본사나 통신사에 문의해야" / 정인혜 기자

“뉴스로 볼 때는 당하는 사람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겪어보니 다들 왜 당했는지 알겠더라고요.”

직장인 박모(51) 씨는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할 뻔했던 때를 떠올리면 아직도 황당하기만 하다. 평소 꼼꼼하고 주의 깊은 성격인 박 씨는 자신이 보이스피싱 사기에 속아 넘어갈 것이라곤 생각도 못했다. 때는 지난 12일 토요일. 점심시간이 임박한 시간에 “[Web발신] [KPAY] 464,000원 결제완료 / 익월 합산요금 청구”라는 문자가 들어왔다. KPAY는 전자상에서 모바일 결제를 할 때 쓰인다.

인터넷 쇼핑, 홈쇼핑을 이용하지 않는 박 씨는 황당했다. 곧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고, 이어 한 여성과 연결됐다. 그 여성은 “롯데홈쇼핑에서 일시불로 46만 4000원 결제하신 내역이 있으시네요”라고 말했다. “그런 적이 없다”고 대답하자, “명의가 도용됐을 수도 있겠네요. 잠시 뒤에 담당자로 연결해드리겠습니다”라는 말이 돌아왔다.

이어 ‘010’으로 시작하는 번호에서 연락이 왔다. 그는 자신을 KG이니시스 고객 정보 관리 담당자라고 소개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회사 측에서 개인 전화번호로 연락한다는 게 터무니없지만 그때는 이상한 낌새를 느끼지 못했다.

담당 직원은 우선 KPAY에서 결제된 46만 4000원을 취소해야 한다며 인증번호를 보낼 테니 입력하라고 요구했다. 인증 번호만 입력하면 결제가 취소된다고 박 씨를 안심시키기도 했다.

베란다에서 전화를 붙잡고 전전긍긍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이상하게 여긴 박 씨의 딸이 전화를 넘겨받으면서 이들의 사기는 발각됐다. 딸은 아버지 박 씨의 통신사에 연락해 소액 결제 내역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스팸 전화번호 검색 앱에 해당 번호를 검색했다. ‘KG이니시스 사칭 피싱 사기단’이라는 결과가 떴다. 이후 경찰에 신고하니, 최근 유행하는 보이스피싱 수법이라며 인증번호를 입력하는 순간 해당 금액이 결제된다는 말을 들었다.

박 씨는 “내가 보이스피싱에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정신없는 상황이 되면 나도 모르게 홀리는 것 같더라. 딸이 없었으면 46만 원을 그대로 날릴 뻔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전자 상거래 소액 결제 문자를 이용한 보이스피싱이 활개치고 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보이스피싱 수법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모바일 결제가 완료됐다는 문자를 보내고, 피해자에게서 직접 연락을 받아 돈을 빼돌리는 수법이 유행하고 있다. KPAY, 모빌리언스 등 눈에 익은 실제 모바일 결제 대행사의 이름을 사칭해 문자를 보내는 식이다. 당황한 피해자가 전화를 걸면, 결제를 취소하려면 본인 확인이 필요하다며 인증번호 등을 요구한다. 해당 인증번호를 알려주는 순간 돈이 빠져나간다.

경찰 측은 ‘070’ 번호로 오는 문자를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담당자라고 자칭하는 사람이 ‘010’ 등 개인 번호로 연락해올 경우에도 경계해야 한다고. 경찰 관계자는 “최근 모바일 소액 결제 청구서를 이용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많이 접수되고 있다”며 “의심스러운 문자가 오면 해당 발신 번호로 바로 연락할 게 아니라, 전자결제 대행사 본사나 휴대폰 통신사에 문의하고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자를 보낸 해당 번호를 먼저 검색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전화번호 조회는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 ‘사기 전화번호 조회’를 검색하고 해당 번호를 입력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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