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심장 박동 소리, 2만 원입니다” 산부인과 병원 ‘지나친 상술’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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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심장 박동 소리, 2만 원입니다” 산부인과 병원 ‘지나친 상술’ 논란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8.05.1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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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원부터 3만 원까지 가격 천차만별…비판에 ‘앱’ 통해 무료 공유하는 병원도 / 정인혜 기자
태아 초음파 사진(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임신, 입덧, 태동, 성별 확인, 얼굴 확인, 출산 등 부모에게는 임신한 모든 순간이 감동이다. 이 중에서도 ‘잊지 못할 순간’이 바로 아이의 심장박동 소리를 처음 듣을 때다. “건강하게 잘 뛰네요”라는 의사의 말에 눈물을 흘리는 부모도 있다. 하지만 이어지는 의사의 말이 잠깐 동안의 감동을 무너뜨리고 만다. “심장 박동 소리 CD 2만 원인데 추가하시겠어요?”

일부 산부인과에서 태아의 심장 박동소리를 넣은 CD나 USB를 판매해 상술 논란이 일고 있다. 초음파를 통해 태아의 심장 소리를 확인하고, 그 소리 파일을 산모에게 되파는 개념이다. 가격은 병원마다 천차만별이다. 무료로 제공하는 병원도 있는가 하면, 3만 원을 호가하는 곳도 있다.

7개월 차 임산부 김모(34) 씨는 2만 원을 내고 태아의 심장 박동 소리가 담긴 CD를 구매했다. 가격은 2만 원. 첫 임신이라 모르는 것 투성이였던 김 씨는 다른 임산부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이내 불쾌해졌다. CD를 공짜로 받았다는 사람에서부터 5000원, 1만 원 등 김 씨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매한 사람도 다수였다. 병원에 따져 묻자, “병원마다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한다.

김 씨는 “병원마다 가격도 제멋대로인 것도 그렇지만, 애초에 내 아이 심장 소리를 돈 받고 판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아이의 심장 소리를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것 자체가 비윤리적이다”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얼마 전 늦둥이를 낳은 윤모(42) 씨는 무료로 CD를 받은 케이스다. 10년 전 첫째 아이를 출산할 때는 돈을 주고 구입했는데, 이번에는 병원에서 산모수첩과 함께 무료로 제공했다고. 병원마다 천차만별이라는 증언이 맞는 셈이다.

윤 씨는 “2008년에 임신 중이었는데, 초음파 검사를 하고 나서 심장 박동 소리가 담긴 CD를 1만 원에 구입했다”며 “아직도 그걸 돈 받고 파는 병원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 솔직히 내 아기 심장 소리 듣는데 돈을 달라는 것은 무리인 것 아니냐”고 말했다.

병원에서도 할 말은 있다. 파일 복사 비용, CD, USB 등의 기기에 들어가는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산 소재 D산부인과 관계자는 “심장 박동 소리 자체에 값을 매기는 게 아니라, 소리를 따로 파일로 추출해야 하고 포맷에 맞춰서 avi 파일로 변환하는 데 시간이 든다. 기기 가격도 당연히 포함된 것”이라며 “상술이라는 표현보다는 ‘서비스’를 받는데 따른 비용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병원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인 데 대해서 같은 산부인과 관계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을 아꼈다. 해당 병원은 1만 원에 CD, USB를 판매하고 있다.

상술이라는 지적에 아예 앱에서 다운받을 수 있게 하는 산부인과도 다수다. 병원에서 주로 이용하는 앱은 ‘세이베베.’ 세이베베는 태아의 초음파 영상을 인터넷과 스마트폰앱으로 확인할 수 있게 개발된 서비스다. 애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다.

앱 관계자는 “과거에는 산모들이 사진, 파일로만 태아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같은 불편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세이베베를 개발하게 됐다”며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만큼 산모들의 접근성과 편의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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