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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자가 죄인인가?” 담뱃갑 경고 그림 수위 강화에 흡연자들 반발보건복지부, 담뱃갑 경고 그림·문구 교체...행정 예고 기간 거쳐 12월 시행 / 조윤화 기자
보건복지부가 14일 공개한 새롭게 바뀐 담뱃갑 경고 그림 시안 12개 중 3종(사진: 보건복지부 제공).

담뱃갑 경고 그림의 수위가 한층 강화된다. 경고그림 부착 의무화 정책이 시행된 지 2년 차를 맞아 보건당국이 경고그림에 대한 내성이 생길 것을 우려한 것이다. 하지만 흡연자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묻지도 않은 채 강행하는 일방적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흡연 폐해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불러일으키기 위해 ‘담뱃갑 포장지 경고 그림 등 표기 내용’ 개정안을 지난 14일 발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담뱃갑에 부착하는 경고 그림과 문구를 전면 교체하고, 경고 그림 주제를 기존보다 1개 더 늘어난 12개로 확정했다.

경고 문구도 질병 발생 원인과 사망 위험 증가율을 수치로 제시하는 방식으로 수위가 높아졌다. 예를 들어, 폐암은 "폐암의 원인 흡연! 그래도 피우시겠습니까?"에서 "폐암 위험, 최대 26배! 피우시겠습니까?"로 바뀐다. 현재는 흡연이 질병의 원인이라는 사실만 경고했지만, 교체 안은 질병 발생 또는 사망위험이 어느 정도로 증가하는지를 국내외 과학적 연구결과를 근거로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한다.

궐련형 전자담배 경고 그림이 '흑백 주사기 그림'(왼쪽)에서 ‘암 유발을 상징할 수 있는 경고 그림’으로 변경될 예정이다(사진: 보건복지부 제공).

특히 이번 개정안에는 기존에 '흑백 주사기 그림'으로 통일된 전자담배 경고 그림을 액상형과 궐련형으로 차별화하기로 해 눈길을 끈다. 기존의 전자담배에서 사용되던 흑백 주사기 그림은 폐암, 후두암 그림 등 일반 담배 경고 그림보다 혐오 수위가 낮고 경고 효과도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궐련형 전자담배는 암 유발을 상징할 수 있는 경고 그림으로, 액상형 전자담배는 니코틴 중독 유발 가능성을 경고하는 그림으로 바꾸기로 했다. 

하지만 흡연자들의 반발은 거세다. 개정안이 본격 시행되면, 최근 흡연자들의 도피처로 주목받던 전자담배마저 혐오성 경고 그림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논란이 진행 중인데 여기에다 암 유발 경고 그림까지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보건복지부 권죽욱 건강정책국장의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권 국장은 “발암물질이 1이 들어있느냐, 100이 들어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궐련형 전자담배에) 발암물질이 들어있다는 것 자체가 벌써 발암성을 얘기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네이버 카페 ‘전자담배로 금연하자’에서 활동하는 네티즌 A 씨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발암물질이 어느만큼 들어있고, 얼마나 해로운가는 상관없이 그냥 넣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건강정책국장의 말 대로라면 우리가 평소에 섭취하는 사과, 상추, 파슬리, 커피에도 발암물질이 검출되니 모두 경고 그림을 넣어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보건복지부가 ‘담뱃갑 포장지 경고 그림 등 표기내용’ 개정안을 발표한 당일(14일) 한국담배협회와 국내 최대 흡연가 커뮤니티 ‘아이러브 스모킹’은 일제히 보도자료를 내고 반격에 나섰다.

한국담배협회는 "정부가 발표한 담뱃갑 경고 그림 시안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재고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협회 측은 ”(정부가 발표한) 담뱃갑 경고 문구가 과학적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일부 연구결과를 마치 과학적으로 입증된 연구결과인 것처럼 확대해 혐오도를 과장하는 데 사용했다“며 "이는 ‘경고 그림은 사실적 근거를 바탕으로 하고 지나치게 혐오감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국민건강 증진법 제9조의 2 제3항 위반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궐련형 전자담배 경고 그림에 대해서는 유해성 논란이 진행 중인 만큼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협회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분 조사는 아직 진행 중인 상황에서 보건복지부가 과학적 근거없이 궐련형 전자담배 경고 그림 시안을 암세포 사진으로 성급하게 선정했다"고 주장했다.

국내 최대 흡연가 커뮤니티 아이러브스모킹 역시 “소비자의 의견을 외면한 담배경고 그림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아이러브스모킹의 이연익 대표는 “전 국민을 시각폭력에 시달리게 하는 이번 담뱃갑 경고 그림 결정에 흡연자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담뱃갑 경고 그림 결정의 재논의를 주장했다. 이어 “최근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는 음주폭행 등과 관련해 술에 대한 규제는 미미하고 심지어 유명 여자 연예인이 술 광고까지 하고 있다”며 “유독 담배제품에만 심하게 차별적인 규제를 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담뱃갑 경고 그림 의무 부착 정책 자체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며 ‘정부가 무작정 금연정책을 펼칠 것이 아닌, 흡연가들을 위한 시설 마련에도 힘써줄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성인이 되고부터 지금까지 흡연을 해왔다는 조모(49, 부산시 연제구) 씨는 “(담뱃갑 경고 그림이) 처음에는 징그럽고 혐오스러웠지 계속 보다 보니 별 효과 없는 것 같다”며 "경고 그림을 주기적으로 바꿔도 내성이 생길 수 있고, 아니면 담배 케이스를 사서 경고 그림을 덮어버리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가격도 올라서 비싼 돈 주고 합법적으로 담배를 사서 피는 건데 정부는 담배를 피울 공간을 마련하는 데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며 “담배에서 많은 세금을 떼 가는 만큼 세금의 일부분이라도 흡연 부스를 설치하는데 써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한편, 이번에 마련된 ‘담뱃갑 포장지 경고 그림 등 표기내용’ 개정안은 행정예고를 거쳐 최종 확정되며, 6개월의 유예기간 경과 후 12월 23일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 측은 담뱃갑 경고 그림의 전면 교체뿐만 아니라 향후 “경고 그림의 효과를 더욱 높이기 위해 현재 담뱃갑 면적의 30% 이상인 표기면적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향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취재기자 조윤화  reporter1@civic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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