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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나와 손잡고 올 수 있었던 도쿄여행 / 박지현
  • 부산시 북구 박지현
  • 승인 2018.05.17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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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다. 이틀 전 무작정 떠나버리고 싶어 예매해 둔 도쿄행 티켓 한 장과 여권을 들고, 집을 나섰다. 항상 누군가와 함께 했던 여행이었기에, 처음으로 혼자 걷는 발걸음에는 어색함이 늘 그림자처럼 날 따라왔다. 어색함을 떨치려 주위를 둘러보니 도리어 평소보다 주위에 혼자가 아닌 함께인 사람들이 더 많이 보였고, 즐거워보였고, 익숙한 풍경도 나에겐 왠지 모를 낯섦으로 다가왔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 날은 하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비행기 지연도 있었다. 게이트 앞에서 혼자 우두커니 기다렸던 시간은 앞으로의 여행을 말해주듯 외로웠다.

그렇게 도쿄에 도착했다. 오사카나 후쿠오카엔 가봤지만, 도쿄는 처음이었다. 왜 혼자 가는 여행을 낯선 도시로 갔느냐고? 그건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고 싶어서였다. 오사카나 후쿠오카처럼 익숙한 도시에 가지 않았던 이유는 과거의 경험에 얽매여 추억을 회상하기에만 바쁠 것 같았다. 또한 나에게 집중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건 누구나 한 번쯤 온다는 뭘 해도 재미없는 시기가 한창 날 괴롭혔을 때였다. 인간관계가 지치고, 미래에 대한 부담감에도 괴롭고, 뭘 해도 재미없던 그런 일상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난 그 첫 시작을 '혼자 도쿄 여행해보기'로 택했다.

첫 시작은 순탄했다. 가이드북에서 봤던 그대로 하니 술술 잘 풀렸다. 일본에 오기 전 일본어학원을 다녔던 것도 많은 도움이 됐다. 공항에서 나리타 익스프레스를 타고 여유롭게 신주쿠에 도착했다. 하지만 신주쿠에 내리자마자 나의 여유는 무너졌다. 항상 해외여행을 갈 때마다 같이 가는 사람이 늘 지도를 봐줬고, 나는 여행 계획을 짜는 것을 담당했기에 난 해외에서 지도를 처음 보기 시작한 것이었다. 한 번도 내가 길치라는 걸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낯선 땅에 오니 길치도 그런 길치가 없었다. 같은 길을 수 없이 다시 걷고 또 걸었다. 숙소를 가는 길이었기에 포기할 수 없었고, 마침내 지도에선 7분 거리를 20분 만에 도착했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숙소에 도착하니 솔직히 나 자신에게 화가 너무 많이 나면서 의욕도 잃어버리게 됐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숙소에만 온종일 있게 되면, 어렵게 계획했던 일정이 무너져버려 보통 일상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항상 일본에 오면 우동을 먹었기에 근처 우동가게에서 우동을 먹고 나와 도쿄도청 전망대에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해와 달이 배턴터치를 했을 오후 7시쯤이었다. 꾸역꾸역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 지도를 켜고 걸어갔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분명히 15분 거리였는데, 아무리 가도 도쿄도청의 ‘ㄷ’도 안 보이는 것이었다. 가는 방향의 거리엔 사람도 별로 없었고, 어두워져 어디가 어딘지 보이지 않아서 더욱 내 마음은 초조했다. '이러다 숙소로 돌아갈 수 없는 거 아닐까', '그냥 가지 말고 지금 숙소로 돌아가는 게 안전하지 않을까'란 생각에 생각을 꼬리 물며, '그래도 가보자' 란 생각으로 한참을 걸었다. 그러다 가이드북에서 보던 도쿄도청의 건물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그 순간 그게 너무 반가워서 울고 싶었다. 가이드북에서 봤던 모습보다 실제로 직접 내려다보는 모습은 더 아름다웠다. 그때 깨달았다. 정해준 길로 가지 않아도 충분히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어디로 가도 길은 나온다는 것이다. 길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다 그렇지 않을까. 그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쿄도청에 찾아가 야경을 바라보며 느꼈던 성취감은 아직도 내 마음속에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도쿄 다이몬 역에 내려 10분 정도 걸으면 사철「조조지」에 다다른다. 이 사진은 절과 도쿄타워의 모습을 함께 볼 수 있는 이색적인 장면이다(사진: 박지현)

그렇게 겪고 나서부터 나는 지도를 보지 않고 다니게 됐다. 다음날 일정의 목표는 도쿄타워 보기. 남들이 에펠탑을 보고 싶다고 했을 때 나는 항상 도쿄타워를 보고 싶다고 말했었다. 도쿄타워는 나에게 슬픈 조형물이었다. 보통 아름다운 그림이나 아름다운 피사체를 보면 감동해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있다. 그런 이유로 나는 도쿄타워는 나에게 슬픈 존재였다. 실제로 보게 된다면 가까이서 다가가 한참을 바라보고 위로하고 싶었다. 지금 다녀와 생각해보면 외로이 서 있는 도쿄타워가 꼭 나 같아서 나를 위로하고 싶었던 것 같다. 다이몬역에 내리니 도쿄타워가 저 멀리 있었다. 무작정 가까이서 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도쿄 타워가 보이는 방향으로 걸었다. 걷다 보니 한 사찰이 나왔고 안에 들어가니 도쿄타워가 곧바로 보이는 위치였다. 그 앞 벤치에 앉아 한참을 바라봤던 것 같다. 평소 빨간색을 좋아하지 않는 나였는데, 도쿄타워의 빨간색은 내가 본 빨간색 중에 제일 예뻤다. 보고 있어도 그리운 게 뭔지 몰랐는데, 그 앞에선 한참 무언가를 그리워했던 것 같다. 도쿄타워가 그리운 건지, 지금 순간이 그리운 건지. 한참을 무언가 생각하고 싶은 사람에게 나는 도쿄타워 앞 공원 벤치를 추천한다.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 앞 스타벅스 유리창으로 바라 본 모습이다(사진: 박지현).

마지막 날은 시부야에 갔다. 옷을 사러 편집숍에 갔는데 진짜 마음에 드는 노래가 나왔다. 노래를 알아보려 스마트폰 음악 앱으로 검색했더니, 조나스 블루의 <by your side>였다. 그 노래를 찾고부터 한국에 오기까지 내내 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그 노래만 들으면 혼자 있던 도쿄가 생각난다. 츠타야 서점 앞 스크램블 교차로로 발걸음을 향했다. 그 많은 사람이 부딪히지 않고 자기가 갈 방향을 향해 건너는 게 신기해서 몇 번이고 그 교차로를 건넜던 것 같다. 누군가 이 사실을 알았다면 이상하게 봤겠지…. 혼자라서 해볼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교차로를 건너는 사람들을 또 멀리서 보고 싶어서 가까이에 있는 스타벅스에 갔다. 카페에 들어서니 나처럼 유명한 광경을 보고 싶어 자리를 차지한 사람들이 여럿 보였다. 나도 어설픈 일본어로 커피를 주문해 자리 중 하나에 앉아, 카메라 셔터를 여러 차례 눌렀던 것 같다. 아래에서 교차로를 직접 건널 땐 사람들의 무심한 표정이 보였지만, 멀리서 바라본 사람들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그 때문인지 기계처럼 건너는 로봇들 같아 더 경이롭게 느껴졌다. 내가 바라본 시부야는 빠르게 돌아가는 공장 같았다.

혼자 하는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은 어떤 행동이든 간에 나를 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항상 늘 남의 기분을 먼저 생각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했지만, 이번 여행에선 나의 기분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대부분 나의 기분에 대해선 스스로 묻지 않는다. '이렇게 했을 때 난 어떤 기분이야?'라고 나에게 물어본 적이 있는가. 이번 여행을 빌미로 난 나에게 질문이 늘었다. 박노해 시인이 말하길 혼자 하는 여행은 낯선 길에서 기다린 또 다른 나를 만나, 나와 함께 손잡고 오는 여행이라 한다. 난 도쿄에서 또 다른 나를 만나 손을 잡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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