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사람들은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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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사람들은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살고 있다
  • 이세호 시빅뉴스 스페인 특파원
  • 승인 2014.10.06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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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먼저다”라는 구호는 지난 대선 때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들고 나온 것이다. 문재인 후보는 당선되지 안았지만, 이 구호가 지닌 의미는 이념이나 지지 여부를 떠나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구호의 메시지가 따뜻했기 때문이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은 상호간의 '배려'와 '친절'이 넘치는 사회다. 이 간단한 일이 한국에서는 쉽지 않다. 하지만 기자는 지금 지내고 있는 이곳 스페인이 바로 사람이 먼저인 세상이라고 느끼고 있다. 기자가 스페인의 무엇 때문에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을까?

▲ 신호가 없는 거리에서 대기하고 있는 차 앞으로 길을 건너고 있는 사람들(사진: 이세호 시빅뉴스 스페인 특파원)

그동안 외국에 나가 본 적 없이 한국에서만 지내던 기자는 이곳에 와서 보행자 신호등이 없는데 차들이 끊임없이 지나가는 도로에 서게 됐을 때 한국에서 해오던 대로 자동차가 모두 지나가기를 기다리곤 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기자를 발견한 운전자들이 모두 차를 멈추고 기자에게 먼저 길을 건너라고 손짓했다. 기자는 그런 배려에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을 받았고, 심지어 이게 꿈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요즘 기자는 그런 상황을 만나면 스페인 운전자들에게 엄지를 치켜든다. 이제는 하도 엄지를 치켜세워서 손에 쥐가 날 지경이다. 이런 배려하는 스페인 사람들은 소수가 아니라 다수였다. 아니 스페인 사람들은 도로에서 차보다 보행자에게 길을 양보하는 게 당연한 듯이 생각했다. 한국에서 이런 사람을 기자가 접했다면, 아주 신기하고 희귀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과연 우리나라에 이런 배려하는 운전자가 있을까?

▲ 체육관 사람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기자와 일행들(사진: 이세호 시빅뉴스 스페인 특파원)

어느 날 기자는 친구들과 탁구장을 갔다. 그 탁구장은 회원제로 운영되며, 회원이 아니면 돈을 지불해야 다닐 수 있는 곳이었다. 회원이 되는 절차가 복잡해 보였다. 빠듯한 생활비로 타국 생활하는 처지에 예상치 못한 탁구장 비용을 지출하게되어 머뭇거리는 기자 일행에게 탁구장 관리자는 미소를 띠며 돈을 안 받겠다고 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자기 집처럼 생각하고 자주 오라고 했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우리가 탁구를 하고 있는데, 탁구장 회원들이 점점 우리 탁구대 주위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모두들 우리에게 “amigo(친구)”를 외치며, 먼저 인사를 건네고, 우리가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친절을 베풀었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와 사진을 찍자며 스스럼없이 우리를 대해주었다. 어떻게 보면, 이런 장면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늘 일어날 수 있는 평범한 일이었지만, 외국인 신분인 기자에게 스페인 사람들의 친절은 결코 평범해 보이지 않았다. 그들에게 인종은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우리를 그저 같은 사람으로 대해주었다. 기자가 한국에 있을 때 외국인을 어떻게 대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는 후회가 밀려왔다. 기자는 분명 외국인을 곱게 보지 않았다.

▲ 카페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스페인 현지인들(사진: 이세호 시빅뉴스 스페인 특파원)

여기 스페인에도 한국처럼 카페와 버스가 있다. 스페인 카페와 버스의 겉모습은 한국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러나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뚜렷하게 달랐다. 한국의 카페와 버스 안에서는 사람이 스마트폰을 붙들고 있는 것인지, 스마트폰에 사람이 붙들려있는 것인지 분간이 안 된다. 그런데 스페인 카페와 버스 안의 스페인 사람들은 단 한 사람도 스마트폰의 LED 화면을 보지 않는다. 그들의 시선은 사람을 향하고 있었다. 그들은 사람을 앞에 두고 스마트폰을 보기보다는 그 사람에게 말을 걸고 대화했다. 그들은 정말 행복해 보였다.

인정머리 없고 각박한 한국에서 온 기자만 스페인 사람들이 사람을 먼저 생각한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었다. 크로아티아에서 교환학생으로 스페인에 온 즈보니밀(22) 씨는 스페인에 와서 길을 헤맬 때면 어김없이 나서서 도움을 주는 스페인 사람들로부터 이곳 사람들은 사람을 우선시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스페인 사람들은 너무나 친절하다. 지금까지 여기 사람들의 부정적인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물을 흐린다. 사실 스페인에도 일부 인종차별주의자가 있다. 기자도 그런 사람들을 겪어보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 때문에 기자가 스페인 사람들을 욕하기에는 스페인이란 맑은 물은 너무 깊고 깨끗하다. 그래서 몇몇 미꾸라지로 그 물은 절대 흐려지지 않는다.

스페인에서 지낸 날보다 보낼 날이 더 많이 남은 이 시점에서, 기자는 또 어떤 것을 통해 스페인 사람들이 사람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게 될까 궁금하다. 기자는 그래서 스페인 생활이 여전히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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