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언어가 거칠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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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언어가 거칠어간다
  • 김정은
  • 승인 2013.01.16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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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졸라 일찍 일어 난거야. 근데 XX, 배가 고파서....”

등굣길 버스 안에서 두 여학생이 나누는 대화이다.
요즘 공공장소에서 욕설과 비속어를 거침없이 내뱉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어 듣는 이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학생 김모씨(27)는 “욕으로 시작해서 욕으로 끝난다”며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말까지도 거침없이 하는 걸 보면 깜짝깜짝 놀랜다”고 말했다. 주부 박 모씨(44)는 “욕이나 비속어를 너무 아무렇지 않은 듯 사용하는데 이미 그들의 자연스러운 일상어가 돼있는 것 같다”며 “인터넷의 영향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비속어들은 오프라인에서 청소년들의 입으로 옮겨지고 그들은 무의식적으로 사용한다. ‘조낸'이나 ‘즐'과 같은 비속어는 인터넷에서 생겨난 신조어이다. ‘즐'의 경우 원래 ‘즐겁게'를 줄인 말이었지만, 얼마 전부터 '닥쳐, 너나 놀아'라는 냉소적인 말로 변했다.

TV나 영화 또한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달 KBS2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 ‘상상플러스'에서 개그맨 이휘재가 후배 정형돈에게 손가락 욕을 해 시청자들의 불만이 쏟아진 일이 있었고 드라마 ‘Dr.깽'에서는 ‘조낸'이라는 비속어가 십여 차례 반복 사용됐다. 방송 직후 이 대사는 인터넷 검색어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이미 초등학생들 까지도 비속어를 흔하게 쓰고 있다. 전주의 A초등학교 한 학급에서는 학생들끼리 '즐'이라는 단어를 쓰면 벌금 1,000원을 내기로 약속했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것 같다고 한 학생은 말했다.

2000년대 초 미국에서는 언어폭력과 험담이 일반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고운말 쓰기 운동(Words Can Heal)'을 벌인 적이 있다. 이 운동은 학교는 물론 정계, 직장, 가정에서 위협적이거나 남을 헐뜯는 언어의 사용을 자제하고 서로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해 고운말을 쓰자는 캠페인으로 확대됐다.

청소년 상담원 김정선(30)씨는 “청소년의 욕설 사용은 사회를 통해 교육된 것이 크다”며 “사회 전체가 청소년들의 언어순화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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