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항의 어제, 오늘, 내일을 조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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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북항의 어제, 오늘, 내일을 조망하다
  • 취재기자 하봉우
  • 승인 2014.09.24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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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항 실타래를 풀다' 전시회.. 130년 역사와 변천상 한눈에

▲ 전시회 담당자가 관람객들에게 전시품을 설명해주는 모습(사진: 취재기자 하봉우)

무역선이 오가는 부산항구라 하면 바로 부산 북항을 가리킨다. 그 북항이 재개발 중이다. 국제해양관광 허브로 변모하기 위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새로 조성될 북항은 약 31조 5000억 원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12만 명의 고용창출을 이끌어내는 최신형 허브 항구로 새 모습을 드러낸다고 한다.

하지만 옛 역사와 추억이 간직된 부산 북항의 외형이 완전 다른 형태로 바뀐다. 북항의 옛 기억들까지 사라지는 건 아닐까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재개발 전 북항은 일제강점기의 아픈 기억과 6.25전쟁의 역사를 품은 수많은 선조들의 피와 땀이 얽힌 곳이자, 광복 후 70여 년 동안 초고속 경제 성장의 주역이기도 했고, 이름 모를 노동자들의 삶터이기도 했다. 나중에 조성된 부산 남항이 생기기 전까지, 북항은 우리나라 제1의 항구인 부산항으로 불렸다. 부산에서 북항이 가지는 가치와 의미를 아는 사람들이 북항 옛 모습 지키기에 나섰다. 그들은 북항 축소판을 만들었다. 부산시민공원 백산홀에서 북항 전시회가 '북항, 실타래를 풀다'란 이름으로 이 달 4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됐고, 이후에는 부산 동구로 장소가 옮겨 계속된다.

이 전시회는 부산창조재단과 부산항만공사가 주관했고, 북항 아카이브전 추진위원회가 주최했다. 북항의 역사, 특정 사건, 시설물, 지도 등 북항에 관련된 모든 것을 시민들에게 보여준다. 전시회는 14구역으로 구분돼 있으며, 각 구역에는 각자 다른 이야기와 정보가 있다. 각 구역별 전시 내용은 인사말, 부산도시 변천사, 북항 부두별 기능과 특징, 북항 변천사, 북항을 둘러싼 10가지 이야기, 북항의 건축물, 북항의 잠재 자원 이야기, 영화 속 북항, 북항 사람들, 북항의 역사적 인물, 북항의 풍경, 해외항만사례, 자성대부두 이야기, 북항 상상지도 등이다. 각 전시회 구역은 텍스트, 이미지, 영상 정보로 구성됐다. 각 구역 사이에는 실제 크기보다 작게 만들어진 조명탑과 문주, 개발 전 북항의 모습을 자세히 보여주는 지도 등 북항에서 사용된 시설물과 물품들이 전시돼 있다.

백산홀에 들어서면,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실제 부두 노동자들의 대화와 선박 경적 소리가 가장 먼저 관람객들을 반긴다. 바닥에 표시된 화살표를 따라 이동하면, 부산 도시 변천사, 북항 부두별 기능과 특징을 자세히 설명한 텍스트가 벽면에 자리 잡고 있다. 북항은 연안여객부두, 국제여객부두, 1부두, 2부두, 3부두, 4부두, 자성대부두로 나눠져 있다. 1부두에서 4부두는 일반 잡화 부두고, 자성대부두는 컨테이너 부두다. 현재 1~4부두는 북항 재개발 1단계 사업의 일환으로 매축돼 공사가 진행 중이다. 나머지 부두들도 얼마 있지 않아 재개발 공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다음 전시룸에는 북항 변천사가 개항기1, 개항기2, 매축기, 발전기, 활성기, 재개발기로 나뉘어 전시돼 있다. 북항은 매축지의 양과 비례해 발전했기 때문에 매축기는 특별히 7단계로 상세히 설명돼 있다. 일제강점기부터 오늘날까지 우리나라 경제 번영의 기반이 된 북항의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게 소개돼 있다.

▲ 북항과 관련된 특별한 사건들이 나열된 '북항을 둘러싼 10가지 이야기'(사진: 취재기자 하봉우)

가장 흥미로운 전시품은 북항을 둘러싼 10가지 이야기. 긴 세월 동안 수많은 굴곡진 역사를 담고 간직해온 북항이기에 이야깃거리도 많다. 우리나라 제1의 항구인 만큼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 사건이 다수다. 우리나라 최초의 해관과 초대 해관장, 우리나라 정기여객선의 시초, 최초의 화물선 고려호, 첫 월남 파병 항구, 노래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만들어진 계기 등이 대표적 예다. 특히 월남 파병 때 어쩔 수 없이 북항에서 이별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와 사진은 몇몇 관람객들의 눈시울을 젖게 만들기도 했다.

이외에도 현존 유산, 사라질 유산, 미래 유산으로 구성된 북항의 잠재 자원 이야기’, 영상으로 볼 수 있는 영화 속 북항’, 컨테이너 박스 안에서 부두노동자들이 사용했던 의복과 물품을 볼 수 있는 북항 사람들등이 차례로 전시돼 있다.

▲ 전시장 내 모습. 조명탑, 철조망, 나무상자 등이 배치돼 항구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사진: 취재기자 하봉우).

구역 사이사이에는 북항에서 사용된 시설물들이 축소된 모형으로 전시돼 마치 항구에 들어온 기분이 든다. 3개의 조명탑이 전시장 내 군데군데 배치돼 빛을 발하고 있으며, 북항의 입구에 위치해 항구의 관문 역할을 했던 문주도 전시장 입구에 자리 잡고 있다.

▲ 재개발 전 북항의 형태를 나타낸 전시품(사진: 취재기자 하봉우).

전시장 가장 안쪽에는 재개발 전 북항의 형태를 바닥에 그려놓았다. 재개발 후에도 옛 북항의 모습을 잊지 말라는 의미에서다. 바다와 선착장을 나타내는 부분에는 종이배를 배치해 북항과 바다의 경계를 명확히 했다. 컨테이너 박스와 철조망, 작은 나무상자들도 설치돼 항구 느낌이 물씬 난다. 

▲ 시민들의 의견을 받는 북항 상상지도. 많은 의견이 달렸다(사진: 취재기자 하봉우).

전시장 맨 마지막 구역에는 관람객들의 참여가 가능한 북항 상상지도가 준비돼 있다. 테이블에 놓인 종이에 관람객이 원하는 북항의 이름과 새로운 북항에 있기를 원하는 활동, 시설물, 이벤트를 적어서 벽에 그려진 북항 상상지도에 붙이는 것이다. 이미 수십 명의 관람객들이 자신들의 바람을 적어두고 갔다. 앞마당(Front Yard)과 관문(Station)을 영어로 합쳐 표현한 프론테이션(Frontation), 우리나라를 밝히는 빛이 되라는 의미인 부산빛항 등 창의적인 제안들도 많았고, 지금 그대로 북항 혹은 부산항으로 유지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미래에 대한 기대와 과거에 대한 그리움이 공존하는 모습의 북항 상상지도였다.

부산토박이인 관람객 박성희(56, 진구 양정동) 씨는 부산을 대표했던 북항이 재개발된다는 소식에 마음이 많이 안 좋았는데 이번에 이 전시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뻤다북항의 탄생부터 새로운 변화까지 일목요연하게 잘 나타내주는 전시품들이 많아 이해가 쉬웠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이번 전시회 기획을 총괄한 부산창조재단 역사문화 트러스트 운동 추진팀 팀장을 맞고 있는  경성대 도시공학과 강동진 교수는 북항의 역사를 시민들에게 전달하는 것과 동시에 북항의 흔적과 기억들이 사라지지 않도록 최대한 한 공간에 남기고 싶어서 전시회를 열게 됐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북항이 일제강점기에 크게 커졌지만 그것을 부정하기보다는 아픈 역사로서 쿨하게 인정하고, 대신 그곳에서 벌어진 많은 일들이 왜곡되지 않고 우리나라의 소중한 역사로서 제대로 전해질 수 있어야 한다며 "많은 분들이 전시회를 방문해 제대로 된 북항의 역사를 알고 북항이 가지고 있는 기억에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 전시품들은 11월부터 부산 동구에서 다시 만나볼 수 있다. 북항 재개발 후에는 새 북항에 건립되는 박물관이나 아카이브 전시장에 보관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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