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표 고무신' 신발산업 발생지 부산에 '신발박물관'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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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표 고무신' 신발산업 발생지 부산에 '신발박물관' 개관
  • 취재기자 박지현
  • 승인 2018.04.3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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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의 모든 것, 체험관 인기...첨단 기술로 부산 신발산업 재도약 / 박지현 기자

1910년, 고무신으로부터 시작된 한국의 신발산업은 100여 년의 발전 과정 속에서 세계 정상 정복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 자랑스런 신발 역사의 중심에는 부산이 있었다. 6.25전쟁 직후 몰려오는 피란민들로 풍부해진 노동력을 토대로, 태화고무, 삼화고무, 동양고무, 보생고무 등 이른바 1세대 회사들이 부산에 공장을 차렸다. 이 회사들은 ‘왕자표’, ‘범표’, ‘기차표’, ‘말표’와 같은 상표의 신발들을 생산하면서 성장에 성장을 거듭한 끝에, 부산은 70~80년대 세계 신발산업계의 거목으로 전성기를 누렸다.

국내 신발산업의 태동지인 부산에 한국 신발산업의 역사와 현재를 살펴볼 수 있는 신발 박물관, ‘한국신발관’(K-Shoes Center)이 지난 2월 26일 개관했다. 부산 도시철도 2호선 개금역 2번 출구로 나와 7분 정도 걷다보면, 여기가 한국신발관 정류장이란 걸 알려주는 듯 색다른 모습을 가진 정류장이 보인다. 그 정류장 바로 뒤편에 한국신발관이 자리 잡고 있다.

부산 시내버스 160, 167, 169, 169-1, 129-1, 138-1을 타고 만날 수 있는 한국신발관 정류장은 특이하게 신발 모양의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지현).
부산시 개금동 백양대로227에 위치한 한국신발관 건물 앞 입구(사진: 취재기자 박지현)

멀티홍보관은 한국 신발산업의 동향을 살펴볼 수 있는 공간과 부산 신발산업의 인프라, 국내 신발 전시, 그리고 관람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코너와 국내 신발 판매샵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곳에서 관람객들은 신발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고, 신발 소재들을 직접 만져보고 배울 수도 있으며, 신발 제조 신기술인 3D프린터와 자동화 로봇이 신발을 만드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한국신발관은 지하1층과 지상 7층의 규모로 크게 멀티홍보관, 역사전시관, 비즈니스관, 체험교육관, 인력양성관, 그리고 입주기업 사무실이 있다. 관람객들은 주로 멀티홍보관과 역사전시관이 있는 1~2층을 둘러볼 수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코너는 자신의 발 유형과 걸음걸이를 직접 검사해 볼 수 있는 체험공간이다. 체중계처럼 생긴 기계에 신발을 벗고 올라서면 올라 선 사람의 발 모양을 스캔해서 평발인지 요족인지 정상발인지를 알려준다. 또 러닝머신처럼 생긴 기계에 올라가 30초 정도 가볍게 걸으면, 그 사람의 무게중심은 어디에 두는지, 족압은 어디에 많이 가해지는지, 걸음걸이는 어떤지 등을 분석해준다.

한국신발관 1층 멀티홍보관 내부(사진: 취재기자 박지현)
1층 멀티홍보관 내에 신발 제조 신기술인 3D프린터로 신발을 만드는 모습 전시(사진: 취재기자 박지현)

이것저것 기계를 체험해 본 이혜지(23, 부산시 진구) 씨는 “어디에서도 해보지 못했던 체험이라 신기했다”며 “단순히 신발만 전시해놓을 줄 알았는데, 직접 만지고 해볼 수 있는 코너가 있어서 더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1층 멀티홍보관 내에 자신의 걸음걸이를 측정해 볼 수 있는 체험코너(사진: 취재기자 박지현)
1층 멀티홍보관 내에 자신의 발 유형을 알아볼 수 있는 체험코너(사진: 취재기자 박지현)

2층 역사전시관은 한국의 전통 신발, 세계 전통 신발, 유명인 신발이 전시돼 있고, 한국의 신발연대기, 추억의 신발광고를 보여주는 코너가 마련되어 있다. 한국의 전통 신발들은 부산광역시 무형문화재 제17호 안해표 '화혜장'의 자료를 활용했다. 화혜장이란 신목이 긴 신발인 ‘화’와 신목이 없는 신발인 ‘혜’를 모두 일컫는 화혜를 만드는 장인을 뜻한다. 전시된 전통신발은 백제시대부터, 고려시대, 조선시대 신발까지 다양한 신분의 사람들이 신었던 신발들이 전시되어있다. 또 우리나라 전통신발하면 많이 떠올리는 고무신은 단독 공간에서 전시되어 있으며 관람객이 직접 신어볼 수도 있게 했다.

2층 역사전시관에 전시되어있는 우리나라 전통신발 코너(사진: 취재기자 박지현)
2층 역사전시관에 마련된 고무신 체험 코너(사진: 취재기자 박지현)

카메라 셔터를 여러 번 누르며 구석구석 사진을 찍던 김모(57) 씨는 “생각했던 것보다 볼 게 많아서 즐거웠다”며 “옛날에 신었던 말표 운동화나 타이거, 르까프 신발들을 보면서 옛 생각도 나서 감회가 새로웠다”고 말했다.

2층 역사전시관 내 한국 신발산업 1차 성장기 코너(사진: 취재기자 박지현)
2층 역사전시관 내 한국 신발산업 2차 성장기 코너(사진: 취재기자 박지현)

한국신발관은 부산경제진흥원 신발산업진흥센터가 위탁 관리하고 있다. 전시 이외에 한국 신발산업을 위해 신발 전문 인력양성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며, 스타트업 신발기업을 위한 공간도 준비 중이다. 70~80년대 신발산업 호황기를 그리며, 부산은 한국신발관을 통해 신발산업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경성대 국제무역통상학과 서영순 교수는 앞으로의 부산 신발산업 전망에 대해 “과거에는 노동집약이 중심이 된 신발산업이었다면, 이제는 기술집약이 중심이 되는 신발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부산에서 생산하는 신발 산업의 규모는 줄어들었지만, 최근 신발 산업에도 자동화 물결이 일어나면서 사물 인터넷, 로봇 등 기술력이 향상돼 여전히 부산의 신발 산업이 발전될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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