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생도 얼굴 보고 뽑는다니...씁쓸한 ‘페이스펙’ 세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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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생도 얼굴 보고 뽑는다니...씁쓸한 ‘페이스펙’ 세태
  • 취재기자 조윤화
  • 승인 2018.04.26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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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시장서 아직도 통용되는 외모지상주의...인사 담당자 10명 중 6명 “지원자 외모 평가해” / 조윤화 기자
‘이왕이면 예쁘고 잘생긴 아르바이트생’을 선호하는 일부 점주들로 인해 일명 '페이스펙'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아르바이트생이 적지 않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페이스펙’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이 말은 얼굴을 뜻하는 영어 'face'와 취준생 사이에서 학력, 학점, 어학 점수를 통칭하는 단어 '스펙(spec)'을 합성한 단어로 소위 '얼굴도 곧 실력이다'를 뜻하는 말이다. 한국 사회의 외모지상주의와 취업 대란이 맞물려 탄생한 신조어 ‘페이스펙’은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보여준다. ‘이왕이면 예쁘고 잘생긴 아르바이트생’을 선호하는 일부 점주들로 인해 페이스펙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아르바이트생이 적지 않다.

대학교 3학년 생 김슬기(22, 부산시 금정구) 씨는 프랜차이즈 커피숍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러 갔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김 씨는 고학번이 되면서 등록금에다 생활비까지 부모에게 손 벌릴 수 없다는 생각에 집 근처 커피 전문점의 구인공고를 보고 면접을 보러 갔다.

해당 매장 점주는 면접을 보러온 김 씨에게 대개 아르바이트 면접이 그러하듯 “집이 매장과 가까우냐”, “이전에 다른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느냐” 등을 물어보는 것 대신 사업 확장 계획에 대해 일장 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김 씨는 “점주가 우리 매장의 원두는 다른 매장과는 차원이 다른 고급 원두를 쓰고 있으며, 앞으로 매장을 더 확장할 계획이라는 식으로 계속 말해서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한창 말을 이어가던 점주는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저는 알바생 얼굴 봅니다”라고 김 씨에게 말했다. 점주는 ”손님이 카페에 와서 커피만 사 들고 딱 나가는 게 아니라 매장이 어떻게 생겼는지 둘러보고, 그 시선 끝에는 분명 알바생 얼굴도 볼 거다“라며 ”외모지상주의인 건 나도 알지만, 이왕이면 예쁘고 잘생긴 알바생이면 더 좋지 않겠냐“고 말했다. 다소 황당한 점주의 말에 김 씨는 ”그 상황에서 뭐라고 대꾸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웃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점주가 아르바이트생 외모에 대한 얘기를 꺼낼 때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예감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합격 연락이 없었다“며 ”처음엔 내 외모가 별로라고 돌려 말한 건가 하는 생각에 화가 치밀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그런 마인드를 가진 점주 밑에서는 일 안 하는 게 나을 것 같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일부 점주가 아르바이트생의 외모에 신경 쓰고 심지어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을 시 지적을 한다는 사실은 통계로도 증명된다. 비정규직 불안정 노동 철폐를 목표로 내건 노동조합 ‘알바노조’가 지난해 여성 아르바이트 근로자 49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98%의 응답자가 ‘일하면서 외모 품평을 받은 적 있다’고 답했다.이어 ‘단정한 용모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을 받거나 벌점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들은 60%에 달했다. '화장이 상사 눈에 미흡하면 지적 받아 다시 수정 화장을 한다'거나 '렌즈를 끼는 대신 안경을 쓰면 지적을 받는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하루에 한 잔 이상의 커피를 꼭 마신다는 대학생 김소윤(22, 부산시 남구) 씨는 아르바이트생 채용 시 일부 점주가 외모를 고려한다는 사실에 대해 그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김 씨는 ”커피숍이나 다른 매장에 가도 알바생이랑 대면하고 있는 시간은 채 1분도 안 된다“며 ”얼굴이 문제가 아니라 그 매장의 커피의 맛이나 인테리어를 보고 가지, 오로지 아르바이트생의 얼굴 때문에 지갑을 여는 손님은 많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아르바이트 지원자의 외모가 채용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다수다. 부산시 토곡동 부근에서 아내와 함께 카페를 운영 중인 박모(37) 씨는 ”지금은 그만뒀지만, 얼굴이 예쁜 아르바이트생을 쓴 적이 있었는데 크진 않아도 확실히 매출이 오르긴 올랐다“며 ”매장 인근에서는 예쁜 아르바이트생이 일한다고 소문도 났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어차피 고용하고 말고는 전적으로 업주 마음이니 이왕이면 예쁘고 잘생긴 아르바이트 생을 선호할 순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실제 취업전선에서 ’잘생기고 예쁜 외모‘의 구직자 선호현상은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시보다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 페이스펙을 확보하려 면접에 임하기 전 피부과, 성형외과를 방문하는 취준생들의 모습은 우리 사회에서 더는 낯선 모습이 아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취준생들의 외모가 채용 과정에서 영향을 미칠까.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답은 ’그렇다‘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인사담당자 1000명을 상대로 '채용 평가에 외모가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 57.4%가 ’외모를 평가한다‘고 답했다. 기업 인사 담당자 10명 중 6명은 지원자의 외모를 평가하는 셈이다.

특히 실제 '지원자의 외모 때문에 감점 또는 탈락시킨 경험이 있다'는 기업 인사담당자는 응답자의 45.8%였으며, '스펙이 부족해도 외모 때문에 가산점을 주거나 합격시킨 경험이 있다’고 답한 기업 인사담당자도 37.6%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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