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신 몸 애완견'...강아지 유치원 300여 곳 성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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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신 몸 애완견'...강아지 유치원 300여 곳 성업 중
  • 취재기자 김제니
  • 승인 2014.09.17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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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료 월 40만원... 통학버스, 수영장까지 갖추고 배변훈련, 재롱 교육

‘초롱이’는 출근하는 엄마와 함께 집을 나선다. 그는 엄마의 배웅을 뒤로 한 채 셔틀버스를 타고 유치원으로 향한다. 유치원에 도착해 친구들과 인사를 나눈 뒤, 시간표에 따라 가정예절교육을 받고, 점심식사를 한다. 초롱이는 식사 후에 친구들과 함께 운동장에 나가 뛰어놀고 더운 날에는 수영장에서 시원하게 물놀이를 한다. 한바탕 신나게 논 후, 깨끗하게 씻고, 엄마의 퇴근시간에 맞춰 셔틀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초롱이는 한 가정의 귀염둥이 반려견이다. 이런 하루 일과는 바로 애완견 ‘초롱이’의 것이며, 최근 많은 애완견들이 이와 같은 유치원 생활을 하고 있다.

▲ 부산의 한 애완견 유치원의 하루 일정표(사진: 취재기자 김제니)

이제는 어린 애완견도 유치원을 다니는 시대가 됐다. 다 큰 애완견이 묘기를 부리거나 주인 말에 잘 따르기 위해 애완견 훈련소에 다니는 것이 아니라, 생후 얼마 되지 않은 어린 애완견들이 애완견 유치원에 다니면서 체계적으로 짜여진 일정표에 따라 먹이를 먹고, 산책을 하고, 훈련을 받는다.

애완견 유치원이란 사람의 어린이집과 비슷한 개념으로 약 20마리의 정원 내에서 주인 대신 강아지를 맡아주며 식사를 제공하고 각종 교육을 시키는 곳을 말한다. 교육과정에는 다른 애완견들과 잘 지낼 수 있도록 돕는 사회화 교육, 가정에서 지낼 때 필요한 배변 훈련이나 짖음 훈련 등 가정 예절교육, 주인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동작을 배우는 퍼포먼스 훈련 등이 포함돼 있다.

애완견 유치원은 애견 훈련소와 큰 차이가 있다. 애견 훈련소는 보통 문제가 있는 애완견들의 행동을 훈련을 통해 교정하는 곳이다. 그러나 애완견 유치원은 어린 강아지들에게 평생을 통해서 사람과 다른 동물들과 함께 생활하는 사회화의 수단인 것이다. 애완견 유치원에 자신의 애완견 ‘코코’를 보내고 있는 안소현(23, 경남 김해시 삼계동) 씨는 “강아지 유치원에 보낸 이후로 ‘코코’가 누구와도 잘 어울리게 돼서 함께하는 산책이 너무 즐겁다”고 말했다.

현재 애완견 유치원은 전국적으로 약 300여 개가 있으며, 포털사이트에 지역명과 ‘애견 유치원’을 검색하면 전국 도시 단위에서는 근처에 애완견 유치원이 나타난다.

애완견 유치원이 난립하다보니 서비스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 매일 집 앞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해서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고 훈련, 목욕, 미용은 기본이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애완견 돌봄원’은 애견전용 운동장 3개를 구비하고 있으며 호텔방, 애견 수영장까지 갖추고 있다. 또,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소풍’ 애완견 유치원은 재활운동이 필요한 애완견이나, 비만견들을 위한 수중 런닝머신을 가지고 있으며, 부산시 해운대구에 위치한 ‘해운대 강아지’ 유치원은 애완견을 위한 히노끼탕을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도 애완견 유치원들은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유치원 내부를 견주들이 볼 수 있는 CCTV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으며, 하루 일과를 적은 애완견 ‘발달수첩’을 유치원에서 작성해서 견주들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애완견 ‘두리’를 보낼 애완견 유치원을 알아보고 있는 고혜숙(46, 부산시 동래구 온천동) 씨는 “유치원마다 뽐내는 장점들이 하나같이 매력적이지만, 가족과 같은 우리 ‘두리’가 다닐 곳이니 꼼꼼하게 따져보고 가장 좋은 곳에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급격하게 생겨난 애완견 유치원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우선 고가의 유치원 가격이 문제다. 평균 한 달에 4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들며, 애완견의 무게에 따라 가격이 다르게 책정된다. 산책, 목욕에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유치원도 있다. 지망생이 몰리는 애완견 유치원에서는 ‘입학 면접’도 한다. 이 과정만 1주일이 걸리고, 항체 검사를 포함한 건강진단서 비용이 입학 비용과는 별도로 10만 원 정도가 부과된다. 애완견을 기르는 임해정(22, 부산시 남구 대연동) 씨는 “반려견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견주들의 심리를 자극한 지나친 상술”이라고 비판했다.

훈련 후 성과를 보장받을 수 없으며 그에 대한 환불 같은 보상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도 문제다. 실제로 한 익명의 누리꾼은 자신의 애견이 배변훈련을 받았음에도 하나도 배변 습관이 고쳐지지 않았지만 돈을 지불해야했다며, “법적으로 규정된 것이 없어 오히려 (애완견 유치원 측이) 당당하게 굴었다”고 말했다.

애완견 유치원의 신뢰성도 문제다. 아직 애완동물 유치원 사업에 관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애완견 유치원은 전문기술이나 자격증 없어도 누구나 쉽게 창업할 수 있다. 견주 한혜빈(22, 부산시 연제구 연산동) 씨는 인터넷에서 최근 창업 트렌드로 ‘반려동물’ 유치원을 차리면 유망하다는 기사를 봤다. 그녀는 “여기저기서 유치원 창업을 부추기고 있으니 강아지 유치원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동물에 대한 기본 지식 등을 신뢰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부산 동래구에서 애완견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는 강모(43) 씨는 “강아지 유치원들이 전문적인 방법으로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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