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 잠적 후 "돈 넣으세요"…아르바이트생 ‘을질’에 점주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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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 잠적 후 "돈 넣으세요"…아르바이트생 ‘을질’에 점주 속앓이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8.04.25 05:03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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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통보 없이 일 그만두는 ‘알바 추노’ 갈수록 극성…노동청 "'근로계약서' 작성이 중요" / 정인혜 기자

사전 통보 없이 돌연 잠적하는 아르바이트생들 탓에 속앓이하는 점주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알바 추노’라 불리는 현상이다. 알바 추노는 아르바이트와 노비를 쫓는 내용의 드라마 <추노(推奴)>를 합성한 용어다. 업주들은 갑질하는 업주보다 ‘을질’하는 아르바이트생이 더 많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파스타 가게를 운영하는 윤진서(52, 부산시 서구) 씨는 지난주 금요일부터 아들의 일손을 빌려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달 초에 뽑은 아르바이트생이 문자 한 통을 끝으로 잠적했기 때문이다. 윤 씨는 당시 받은 문자를 '가관'이라고 표현했다.

아르바이트생은 출근을 2시간도 채 앞두지 않은 시간에 "저 사정이 생겨서 오늘부터 일 못 나갑니다. 돈은 제 계좌번호로 부쳐주세요. 돈 바로 안 부쳐주시면 근로계약서 미작성, 수당 등 다 첨부해서 노동청에 신고하겠습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윤 씨는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괜스레 복잡한 일에 휘말릴까 걱정돼 아르바이트생의 일당을 그날 바로 송금했다.

윤 씨는 “아들이 휴학 중이라 바로 일을 시킬 수 있었으니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사람 구해질 때까지 일손이 없어 가게 문 닫을 뻔했다”며 “아르바이트생도 함부로 뽑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애들 무섭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막상 당하니 정말 기가 차서 인생에 회의감이 들 정도”라고 혀를 찼다.

작은 이자카야를 운영하는 최진규(44, 부산시 해운대구) 씨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최 씨의 가게에서 일하던 아르바이트생은 돌연 잠적한 뒤 '내용증명서'까지 보냈다. 임금을 보내주지 않으면 고소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최 씨는 “돈을 안 준다고 한 것도 아닌데 4개월간 성실히 일하던 학생이 갑자기 저렇게 돌변해서 사람을 협박하니 어이가 없더라”며 “내용증명까지 받은 마당에 더 이상 뭘 어떻게 하겠냐. 그냥 돈 보내주고 조용히 마무리했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이후 최 씨는 안면이 있는 사람만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한다. 새로운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했다가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걱정되기 때문이란다.

알바 추노 현상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지난해 8월 알바천국이 고용주 211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고용주 75.8%가 “알바생의 갑작스러운 사직 통보로 난처했던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중 문자로 사직을 통보받은 업주는 37.9%, 무단 퇴사를 경험했다는 업주도 11.9%나 됐다.

사전 통보 없이 돌연 잠적하는 아르바이트생에 속앓이를 하는 점주들이 늘고 있다(사진: 구글 무료이미지).

아르바이트생의 잠적에 업주들이 당하기만 하는 이유는 대응할 방안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은 업주는 오히려 처벌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하고, 근로계약서를 썼다고 하더라도 절차와 비용 문제에 부딪혀 아르바이트생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어렵다.

개인 카페를 운영 중인 김모(30, 충남 천안시) 씨는 잠적한 아르바이트생 탓에 노동청까지 출두했다. 일주일간 일을 한 아르바이트생이 당일 아침 돌연 문자로 퇴직을 통보하기에 “책임감 없게 무슨 짓이냐. 그만둘 때 그만두더라도 와서 제대로 정리하고 가라. 유니폼도 반납해야 하지 않느냐”라고 답장한 게 화근이었다.

김 씨의 답장에 아르바이트생은 “신고하기 전에 돈을 보내달라”고 받아쳤고, 김 씨는 “누가 돈을 안 준다고 했냐. 정 분하면 신고해 봐라”라고 응수했다. 그 후 아르바이트생은 정말로 김 씨를 신고했다.

김 씨는 “노동청에서 아르바이트생이 쓴 민원서만 보고 나를 못된 업주로 몰아가는데, 답답하고 속상해서 죽을 뻔했다”며 “억울함을 토로해도 노동청에서는 ‘아르바이트생이 근무한 만큼의 임금은 지급하셔야 합니다’라는 대답만 앵무새처럼 계속하더라”라고 가슴을 쳤다.

업주들은 한목소리로 아르바이트생의 ‘을질’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최근 늘어나는 아르바이트생 보호 제도만큼 자영업자에 대한 대책도 구축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갑작스러운 인력 손실이 매출 타격으로 이어지는 만큼 이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 씨는 “최저임금도 엄청나게 오른 마당에 업주들 처지도 아르바이트생과 다를 게 없다. 오히려 아르바이트생 월급보다 더 적게 가져가는 달도 있는데 우리나라 노동법은 너무 알바 편에만 서 있는 것 같아서 답답하다”며 “아르바이트생들은 노동청에 민원만 넣으면 다 알아서 해결된다지만, 나 같은 영세 자영업자들은 피해를 호소할 곳이 없다. 제대로 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롯데리아에서 한 아르바이트생이 휴지통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도망치는 아르바이트생들도 할 말은 있다. 업무량이 지나치게 과도한 경우에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1월 알바몬이 남녀 알바생 154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알바생 중 23.6%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사전 통보를 하지 않고 갑자기 잠수를 탄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잠적한 이유로는 ‘생각했던 것보다 일이 너무 힘들어서’가 45.6%로 1위를 차지했다.

이 같은 경험이 있다는 대학생 정모(25) 씨는 “일주일 정도 출근했는데, 처음에 들었던 설명과는 달리 일도 너무 힘들고 업무 환경도 최악이었다”며 “3일 차에 그만두고 싶다고 말했는데도 ‘사람 구해질 때까지는 있으라’고 해서 그만둘 수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도망친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청에서는 근로계약서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분쟁이 발생했을 때 시비를 가릴 수 있는 유일한 증거물인 만큼 업주, 아르바이트생 양측이 이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현행법은 사용자가 근로계약 체결 시 임금, 소정근로시간, 휴일, 연차유급휴가 등 주요 근로조건을 적은 계약서를 근로자에게 주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노동청 관계자는 “업주들의 피해도 안타깝지만, 근로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은 약자인 아르바이트생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줄 수밖에 없다”며 “고용질서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양측 모두 근로계약서 작성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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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을병정 2019-01-23 06:13:59
갑이니 을이니 하는 분들 계신데 글의 핵심을 이해를 못하시나봄
정당하게 근로계약서 쓰고 고용해도 알바들 더 편한자리
나오면 돼도않는 이유 들어가면서 잠적하는데 고용주 입장에서는
근로계약서 작성, 최저임금, 주휴수당 다 따져서 주고 있었더라도
그 알바생한테 책임을 묻기위해서는 그 잠적한 알바생에 의한 손해를 구체적으로 사용자 스스로가 '입증'을 해야만 책임을 물을수가 있음.
고용주가 알바한테 책임을 물을때랑 알바가 고용주에게 책임을 물을때의
수고로움이나 법률적인 차이가 엄청나게 기울어져있음.
확실하게 법적으로 고쳐질 필요가 있음

tt 2018-07-10 23:54:55
을질이 얼마나 심한건지 당하봐야압니다
당일 수업시작에 못나온다 문자 달랑 끝
전화해도 안받고
나중에 급여달라고
노동부에 신고하겠다고
합니다 본인 권리만 찾지 의무는 전혀 상관없어요
법으로 정해주시죠 몇일 전에.사직 의사 표시해야된다고요
자영업이 죄인이에요?

이기사 2018-05-02 01:41:20
내가 말 먼저 놓을게~~ 하는 순간 을입장에서는 갑과을의 관계가 시작 됐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대부분 잠수탑니다. 사장님들 나이드셨다고 어린친구들 무시하지 맙시다.저역시 그러고 있고요, 우리때는 맞으면서 컸지만 요새 아이들은 그때보다 훨신많이배우고 참을성 없으니깐요...

이기사 2018-05-02 01:37:46
일단 기사를 잘정리해서 적어주신 기자님 고생 하셨습니다.

아무리 요새 아르바이트분들이 잠수를 탄다고 해도 개인적으로 갑(사장님들)의 위치가 더 높
다고 생각되고, 사람을 돈주고 쓴다는 개념보다는 도와줘서 고맙다의 개념으로 접근 하셔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현재 아르바이트생도 사업자도 아니지만 양쪽다 경험한 바로는,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아무리 어린 친구한테도 상대방이 먼저 권유하지 않을 시 반말부터 하면 안된다 생각합니다. 사람은 모두 존중받아야 할 인격체 입니다. 이글의 팩트는 편하다고 먼저 말 놓지 말자는거죠

뿌뿌 2018-04-29 23:04:17
장사해보면 알게됨 기사보다 훨씬 무개념많음~
술먹고 안오고 출근 십분전 아프다 뻥치고 놀러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