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 울리는 미끼 구인...'재무설계사' '금융전문가'라더니 '보험 설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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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 울리는 미끼 구인...'재무설계사' '금융전문가'라더니 '보험 설계사’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8.04.24 00:03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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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전환' 내건 보험사 과장·허위 구인 광고 극성...실상은 "청년층 유입 노린 인맥팔이 다단계" / 정인혜 기자

취업준비생 김모(28) 씨는 얼마 전 한 보험사로부터 면접 제의를 받았다. 전화 너머 목소리는 자신을 해당 회사의 ‘지점장’이라 소개하며 금융 전문 재무 인턴을 뽑고 있다고 말했다. 시작은 인턴이지만, 사내 시험과 업무 실적에 따라 정규직 전환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고민 끝에 면접을 보러 간 김 씨는 담당자의 설명을 듣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담당자에게 들은 업무 내용은 금융업 인턴이라기보다는 보험 영업을 위한 '보험 설계사'에 가까웠다.

김 씨는 “나름 대기업인데도 이런 사기를 칠 줄은 몰랐다”며 “이름만 그럴싸하게 바꿔서 부르면 그게 재무 전문가냐. 처음부터 영업할 보험설계사를 뽑는다고 했으면 가지도 않았을 텐데 차비에 시간만 버린 것 같아 불쾌했다”고 말했다.

젊은 신입사원 충원에 나선 보험사가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금융 전문 인턴’, ‘정규직 전환 조건’을 앞세우며 광고하지만, 막상 들여다보면 ‘보험 설계사’를 모집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들은 모호하지만 그럴듯한 단어로 포장한 직책을 내세워 사회 경험이 부족한 대학생·취업준비생들을 현혹한다.

이렇듯 보험사가 청년 구인에 목매는 이유는 간단하다. 업계 내 청년층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당초 중년 여성을 중심으로 호황을 누렸던 보험업계에서 최근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보험업계는 청년 설계사 유입이 어느 때보다 간절하다. 보험 영업의 흥망성쇠는 ‘인맥’에 달린 만큼, 새로운 설계사가 꾸준히 유입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청년 보험 설계사가 늘어나면 청년층을 타깃으로 한 영업이 가능하다는 점도 보험사가 청년층에 눈독 들이는 이유 중 하나다.

이에 많은 보험사들이 청년 설계사 채용을 위해 ‘전문가’, ‘인턴’ 등을 내세워 취업에 쫓기는 대학생들과 취업준비생들을 유혹하고 있다. 주로 구인 사이트에 이력서를 등록한 졸업예정자들과 취업준비생들이 타깃이다.

보험 설계사에 씐 부정적인 이미지 탈피를 위해 명칭을 변경하는 추세도 나타난다. 최근 보험사들은 보험설계사 명칭을 ‘금융 전문가’나 ‘재무 설계사’, ‘FC(Financial Consultant)’, ‘FP(Financial Planner)’ 등으로 교체했다. 공시되는 채용 조건도 다소 까다롭게 변경했다. 학사 졸업이 필수이며, 수습 기간에 전문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채용이 불가하다는 조건을 내거는 식이다.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 보험만 판매하는 사람이 아닌, 고객의 재무를 관리하는 능력 있는 인재를 양성한다는 목표도 홍보한다.

보험사 과장·허위 구인 광고에 속는 청년들이 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다만 실상은 이와 전혀 다른 듯 보인다.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보험사에서 일했다는 김모 씨는 “손해보험, 생명보험 등 각종 보험 자격시험도 치게 하고 연수 프로그램도 많아서 전문가를 육성하는 프로그램인가보다 하고 생각했는데, 시험은 문맹만 아니라면 모두가 통과할 수 있는 수준인데다가 실제 업무는 하루 종일 돌아다니면서 지인 영업하는 것”이라며 “초반에 지인 영업이라도 활발하게 될 때는 돈이 좀 들어오지만, 석 달째부터 인맥 바닥나고 나면 한 달에 50만 원 버는 것도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주변에 보험업으로 성공했다는 사람 이야기를 위안 삼아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시스템은 보면 볼수록 엉망진창에 젊은 사람들 등쳐먹으려고만 하는 회사에 환멸이 느껴져 퇴사했다”며 “그나마 조금 벌었던 돈도 계약 몇 개가 해지되면서 환수금으로 뱉어내 지금은 빈털터리”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 씨는 구직을 위해 중소기업 면접을 보고 다니는 중이다.

보험사의 ‘과장 광고’도 문제로 꼽힌다. 정규직 전환 조건을 내건 보험사가 다수지만, 일반 설계사가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경우는 극소수에 그친다. 보험설계사는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판매 실적에 따라 수익을 가져간다. 4대 보험 적용이 되는 근로소득자 신분이 아닐뿐더러, 기본급도 없다.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하면 벌 수 있는 돈이 단 한 푼도 없다는 뜻이다. 초기 정착수당을 제공한다고 하지만, 대개 3개월 안팎에 그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보험사 팀장을 역임했다는 A 씨는 “재무 설계사, 정규직 전환, 열심히 하면 지점장까지 달아준다고 하면서 유혹하지만, 뚜껑 열어보면 인맥 팔이에 내 돈 들여서 회사 다니는 구조”라며 “나도 과장 광고에 속아서 입사해 팀장까지 달았는데, 정규직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멀쩡한 회사라기보다는 사실상 다단계랑 똑같다”고 말했다. 승진을 위해서는 하위 설계사 모집이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보험 200만 원어치 파는 것보다 사람 두 명 구해오는 걸 더 높은 실적으로 친다. 사람들의 인맥은 한계가 있으니 새로운 사람 들어와서 계속 인맥팔이 하라는 뜻 아니겠냐”며 “따기 쉬운 시험에 합격해서 교육 며칠 들었다고 전문적인 재무 설계사가 될 거라는 생각 자체가 멍청했다. 괜히 실적 올리겠다고 주변 사람들한테 폐 끼친 게 미안할 뿐”이라고 씁쓸해했다.

보험사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신규계약 체결을 위해서는 청년 설계사 유입이 절실한데, 보험 설계사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 과장 광고가 아니면 청년층 고용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한 지점장은 “본사에서도 계속 신규 계약을 위해 사회 초년생 등 젊은 층을 구인하라는 지시가 떨어진다”며 “모집 공고를 내도 사람이 오지 않으니 좋은 말로 포장해 직접 구인에 나설 수밖에 없다. 나름의 고육지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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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18-06-14 12:17:02
맞는 말이구만 뭘

キム 2018-04-28 12:50:23
こんな記事はやめてもらいたい

キム 2018-04-28 12:49:50
こんな記事はやめてほしい!

2018-04-28 12:48:44
글 쓰는 사람이 편향된 생각으로 기사를 만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