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지는 옛말?“ '스승의 날' 다가오는데 일부 학교선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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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지는 옛말?“ '스승의 날' 다가오는데 일부 학교선 여전
  • 취재기자 조윤화
  • 승인 2018.04.24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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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시행 후 많이 줄었지만 일부 지역선 불법 찬조금 조성·촌지 수수 민원 제기 / 조윤화 기자
국민 대다수가 ”촌지 관행이 옛날보다 줄어들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지만 촌지 수수 관련 비리는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대학교 3학년 김소윤(22, 부산시 남구) 씨는 초등학교 2학년 담임교사 A 씨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김소윤 씨는 A 씨를 ‘학부모에게 무엇이든 당연하게 요구했던 선생님’으로 기억한다. 김 씨는 한번은 수업이 다 끝나고 알림장을 쓰고 있는데 선생님이 다가와서 ‘요즘 목에 딱 달라붙는 목걸이가 유행하던데 엄마한테 한번 알아보라고 해라‘고 말한 기억을 털어놨다. 그는 “그때는 어렸을 때라 선생님 말에 담긴 은근한 요구를 몰랐다”며 “선생님 말을 엄마에게 그대로 전하면 며칠 뒤 내 손에는 선생님께 가져갈 선물이 담긴 종이 봉투가 들려 있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또 “선생님 옷, 스카프 심지어 속옷까지 선물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그때 당시 부반장을 맡고 있어서 나에게 더 요구했던 것인지는 몰라도 내 단짝 어머니한테는 반찬을 해다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엄마는 내 딸이 선생님께 잘 보였으면 하는 마음에 선생님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겠다고 이해한다”면서도 “상식 밖의 행동을 한 그 선생님을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관행으로 여겨지던 학부모의 촌지나 선물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의 시행으로 확연히 근절됐다고 여기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특히 교육계에서 10만 원 이상 촌지 수수 교원에 대해 파면, 해임 등 배제 징계 원칙을 내세우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가 적용되면서 학교에서 먼저 학부모에게 ’촌지나 선물은 일절 받지 않겠다‘는 가정통신문을 각 가정에 전달할 정도다.

교육계는 그 동안 김영란법과 촌지 수수 근절을 위한 각고의 노력으로 교육 현장을 크게 바꿨다고 밝혀왔다. 대다수 학부모도 ’촌지는 옛날 말‘이라며 이 같은 교육계의 의견에 동의하는 모양새다. 네티즌 B 씨는 학부모들이 자주 찾는 한 인터넷 카페에다 "우리 애 신경 안 써줄까 봐 걱정된다“며 ”진짜 촌지 안 해도 될까“라는 고민 글을 게재했다. 해당 게시글에는 ”촌지는 다 옛날 말“, ”요즘 준다고 주는 대로 받는 교사 없다“, ”정상적인 선생님들은 촌지 바라지도 않는다“며 B 씨의 고민을 일축하는 댓글이 여럿 달렸다.

실제로 서울시 교육청이 청탁금지법 도입 1년을 맞이해 발표한 ‘학부모, 교직원 설문결과’에 따르면, ‘촌지 등 금품수수 현상이 사라졌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학부모의 83%(3만 688명), 교직원의 85%(1만 5488명)가 ‘그렇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사결과와는 달리 일부 지역에서는 암암리에 여전히 촌지가 오가는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1월 서울교육청은 일부 교사가 학부모에게 촌지를 요구하고, 요구에 응하지 않은 학부모의 자녀를 학급에서 대놓고 차별대우했다는 의혹을 받는 서울 송파구의 한 초등학교에 대한 감사에 들어갔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경제에 따르면, 이번 감사는 문제가 불거진 해당 초등학교에서 한 담임교사가 학부모에게 지속해서 촌지를 요구하다 담임에서 물러났다는 의혹이 제기돼 전격 실시됐던 것.

이 밖에도 촌지 관행은 서울의 강남, 송파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학부모가 담임에게 직접 전달하는 ’촌지‘가 아니더라도, 최근에는 찬조금 형식으로 ’학부모회‘ ’운동부 후원회‘ 등의 이름을 가진 학부모 단체들이 학교 교육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임의로 모금 혹은 할당을 통해 금품을 학교에 전달하는 경우도 교육청에 제기되는 주요 민원 유형 중 하나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서울특별시교육청 감사관은 ”학부모와 교원의 꾸준한 노력으로 불법 찬조금 조성 및 촌지 수수행위가 많이 사라졌다“면서도 ”아직도 일부 학교에서는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며 ’2018년 불법 찬조금 및 촌지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에 의하면, ’공익신고 보상금제‘ 운영을 통해 교직원의 직무와 관련한 촌지 수수 등 비리 행위를 신고하는 공무원 및 일반 시민에게 ’금품 수수액의 10배 이내에서 최고 1억 원까지 지급한다'고 밝혔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은 제공자에게 거절 의사를 표하는 문제 메시지 예시를 공개하기도 했다(사진: 2018년 불법 찬조금 및 촌지 근절대책 보고서 캡처).

이어 ”교직원이 촌지나 금품 등을 받은 경우 신고와 함께 지체 없이 제공자에게 거절 의사를 표시하거나 반환해야 한다“며 제공자인 학부모에게 거절 의사를 표하는 문제 메시지 예시를 공개하기도 했다.

한편, 다가올 스승의 날을 앞두고 ’카네이션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에 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민권익위원회는 ”교사와 학생 사이의 선물은 가액기준인 5만 원 이하라도 원활한 직무수행, 사교 의례 목적을 벗어나므로 청탁금지법 예외 사유에는 해당할 수 없다“고 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다만, 학생 대표 등이 스승의 날에 교사에게 공개적으로 제공하는 카네이션은 ”사회 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 등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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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철 2018-04-24 15:04:33
이런 소설이 뜨는 걸 보니 또 스승의 날이 다가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