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20대 여자와 40대 남자의 사랑'..."나이 차가 불쾌감 초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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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20대 여자와 40대 남자의 사랑'..."나이 차가 불쾌감 초래" 논란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8.04.18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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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남성의 판타지 충족", 업계 "남자 배우 기근", 전문가 "시청률 경쟁의 부작용" / 신예진 기자

“나이 차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은 옛말이 됐다. 최근 엄청난 나이 차를 뛰어넘는 드라마 커플들이 등장하자, 시청자들이 불쾌감을 내비치고 있다. 아저씨와 젊은 여자, ‘원조교제’ 같은 커플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눈초리가 예사롭지가 않다.

주연 배우들의 과한 나이 차로 논란이 된 드라마는 tvN <나의 아저씨>다. 최근 시청률 급상승 길을 걷는 드라마 중 하나다. 지난 12일 5%를 돌파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 평가는 극명하게 갈린다. 여자 주인공 아이유와 남자 주인공 이선균의 나이 차 때문이다. 이들의 나이 차는 각각 1993년생, 1975년생으로 18세다.

논란이 불거지자, tvN에서는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나의 아저씨> 홈페이지에 등록된 드라마 기획 의도에도 "삶의 무게를 버티며 살아가는 아저씨 삼 형제와 거칠게 살아온 한 여성이 서로를 통해 삶을 치유하게 되는 이야기"로 설명돼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 방영된 스토리를 봤을 때도 아저씨와 젊은 여성의 부적절한 만남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젊은 여성인 아이유가 이선균을 위기로부터 구해낸다. 로맨스 유무에 관심이 모이는 지금, 앞으로의 전개가 흥행의 당락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tvN <나의 아저씨>의 인물 관계도. 주인공 이선균 (박동훈 역)은 45세, 아이유 (이지안 역)은 21세다(사진: tvN 홈페이지).

드라마에 등장하는 남녀 주인공의 나이 차가 도마에 위에 오른 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아저씨 로망’이 팽배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 비현실적인 나이 차이는 꾸준히 문제가 됐다. 오는 7월 방영 예정인 tvN의 <미스터 션샤인>도 같은 문제로 시끄럽다. 남자 주인공인 이병헌이 1970년생인데 비해 여자 주인공 김태리는 1990년생. 특히 <미스터 션샤인>의 집필을 맡은 김은숙 작가가 로맨스에 일가견이 있다는 점이 문제로 꼽혔다.

지난해 한국을 휩쓸었던 tvN의 <도깨비>도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주연배우는 공유와 김고은. 공유는 900세의 도깨비, 김고은은 18세 고교생으로 출연했다. 그러나 드라마에 나타난 것은 18세 고교생이 첫사랑인 30대 남성과 “아저씨랑 결혼할래요”를 외치는 고교생이었다.

드라마 속에서 고등학생인 김고은은 부모를 잃고 구박하는 이모 밑에서 생활했다. 사실상 정신적 지지를 해줄 수 있는 보호자가 없는 셈. 그 가운데 아저씨 공유는 김고은의 든든한 나무가 됐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보호자 없이 사회로 나온 여자 고등학생은 아저씨들에게 오히려 ‘위협’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지난 2월에는 30대 남성 A 씨는 광주 서구에서 미성년자를 고용해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구속됐다. 같은 시기, 30대 남성 B 씨는 아동복지센터에서 교사로 근무하며 자신이 돌보던 초등학생에게 몹쓸 짓을 했다. 지난 2017년 7월에는 40대 남성이 미성년자를 성폭행하고 동영상을 촬영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tvN <도깨비> 속 한 장면. 사진 속 여성 배우 김고은은 고등학생으로 출연했다(사진: 도깨비 홈페이지 캡처).

극단적인 나이 차를 보여주는 드라마 행진에 여성들은 “한국 남자의 판타지를 반영했다”고 꼬집는다. 현실 속에서 40대 남성이 20대 여성에게 사랑을 갈구하며 쫓아다닌다면 범죄가 되기 때문. 대학생 신모(21, 부산시 진구) 씨는 “서른 살이 넘은 남자가 나를 연애 대상으로 본다면 섬뜩할 것 같다”며 “실제로도 결코 겪고 싶지 않은 이야기”라고 고개를 저었다.

직장인 진모(31, 서울 마포구) 씨는 “드라마에서 분위기를 조성하니까 상사들이 예쁜 신입이 들어오면 로맨스를 꿈꾼다”며 “드라마에서는 부유하고, 멋있는 남자와의 연애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드라마 시장 전반에 우리 사회의 남성주의 분위기가 깔려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네티즌은 “사회적으로 나이 많은 남성은 능력이 있고, 여성은 결혼이 늦은 히스테릭한 여자로 여겨진다”며 “나이 많은 남성이 어린 여성과 연애하는 것이 자랑거리인 사회에서, '아저씨가 준 사탕 하나에 고마워하는 여자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남성의 시선이 드라마에 투입된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믿고 쓸만한’ 남배우가 없다고 토로한다. 연기력과 대중성을 갖춘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남배우들이 대거 입대했단다. 현역 입영 제한연령은 만 30세다. 현재 군복 무 중인 배우는 김수현(31), 임시완(31), 지창욱(32) 등이 있다. 그러자 온라인에서는 “40대 남성 배우와 맞는 30대 중후반 여 자배우를 찾길”이라는 일침이 뒤따랐다.

전문가들은 드라마 등장인물들의 극단적인 나이 차가 시청률 경쟁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 만한 신선하고 더 자극적인 소재를 찾다 보니 등장인물들의 나이 차이를 상상을 초월하는 10세 이상으로 설정했다는 것. 실제 과거에는 40대 아저씨와 20대 아가씨의 조합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양혜승 경성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최근 사회가 변하면서 다양한 소재의 드라마들이 등장했다”며 “현실에서 드문 40대 남성과 어린 여성의 이야기도 그중 하나”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다만 “이들의 이야기가 남성 중심적인 사회적 인식과 결부된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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