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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송한' 현실에 문과생들 너도나도 복수전공...기업의 문과생 기피현상 맞물려기업의 인문사회계열 채용 6.8% 불과..."보험 드는 심정으로 복수전공" / 조윤화 기자
문과 계열 대학생들이 이공계열을 복수전공으로 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해 열린 한 채용박람회에서 취업준비생들이 면접에 응하고 있다(사진: 더팩트 임세준 기자, 더팩트 제공).

문과 계열 대학생들이 취업전선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자연, 이공계열을 복수전공으로 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취준생에게 '문과생들이 취업에 성공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를 뜻하는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의 줄임말)’와 ‘문과의 90%는 논다’는 뜻의 ‘인구론’은 익숙한 단어다. 취업 한파가 만들어낸 어쩐지 쓸쓸한 두 신조어는 문과생들의 취업문은 이과생과 비교해 더없이 비좁은 현실을 담아내고 있다.

지난해 12월경 문생원 페이지 운영자가 출간한 책 <문과생존원정대>는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사진: 문과생존원정대 페이스북 캡처).

페이스북 ‘문과생존원정대(이하 문생원)’ 페이지는 팔로워만 8만여 명에 달한다. 해당 페이지에서는 지금까지 약 200명에 달하는 문과생들의 이야기가 연재됐다. 문생원의 이야기는 취업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는 문과생들의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12월경 문생원 페이지 운영자가 출간한 책 <문과생존원정대>는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2017년 12월 31일,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게시글로 문생원 운영자는 “언젠가는 ‘문과부귀영화위원회’를 만드는 날을 꿈꾸며, 우리 내년에도 꼭 같이 생존해요”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문생원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그만큼 ‘문과생’ 타이틀을 달고 취업전선에서 부담감을 느끼는 대학생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기업들의 인문학도 기피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며 앞으로도 계속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해 상반기 발표한 ‘2017채용 동향’ 조사에 따르면, 918개의 상장사 중 34.6%가 자연·이공계열 전공자를 채용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인문·사회계열 졸업생을 뽑겠다는 기업은 6.8%에 불과했다. 기업의 인문·사회계열 전공생 선호도는 자연·이공계열 전공자들의 5분의 1수준에 그치는 셈이다.

부산의 한 대학에 다니고 있는 백지현(22, 부산시 금정구) 씨는 심리학과와 컴퓨터공학과를 복수전공을 하고 있다. 백 씨는 “아직 진로가 확실하게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변 동기들이 이공계열로 복수전공을 많이 하기에 나도 일종의 ‘보험’을 들어둔다는 생각으로 복수전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복수전공을 하겠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렸더니 ‘잘 생각했다’고 좋아하시더라”며 “한편으로는 사회에서 그렇게 인문학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하더니 정작 현실에서 인문 계열을 전공하겠다고 그러면 '문송하다'며 다들 말리는 현실이 아이러니하다”라고 토로했다. 인문계에서 공대로 복수전공을 하는 몇 대학생들은 공대 수업을 따라잡기 위해 코딩 전문학원을 따로 다니는 경우도 허다하다.

문과 계열 대학생들의 공과대학 복수전공 추세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머니투데이가 서울대, 중앙대, 부산대 등 14개 대학의 최근 5년간 복수, 부전공자 선발 현황을 발표했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2013년 해당 대학에서 문과 계열 출신이 공과대학 전공을 복수·부전공한 경우는 95명에 불과했지만 2017년에는 836명으로 9배 가까이 늘었다.

교수진들은 문과생들의 이러한 선택을 두고, ‘학생들이 높아진 취업 문턱 탓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내린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에 따르면, 2016년 고등교육기관을 졸업한 취업대상자 51만 6620명 중 실제 취업한 사람은 34만 9584명으로 취업률 67.7%를 기록했다. 전공 계열별 취업률 조사에 따르면, 공학 계열은 71.6%, 자연계열은 64%를 기록했다. 인문계열은 57.6%로 다른 계열에 비해 유일하게 60%를 넘지 못했다.

김병호 한양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문과 계열 학생들의 공학 복수전공이 늘어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인공지능으로 촉발된 과학기술에 대한 사회적 관심 고조와 그에 따른 일자리 수요 증가라는 현실적 요인도 무시할 수는 없다”면서 “이는 오랜 세월 동안 문과 이과로 양분화됐던 한국 교육의 패러다임의 한계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취재기자 조윤화  reporter1@civic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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