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의금 "10만 원? 5만 원?" 여전히 고민...네티즌 이구동성 “결혼식 문화 간소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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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의금 "10만 원? 5만 원?" 여전히 고민...네티즌 이구동성 “결혼식 문화 간소화 필요”
  • 취재기자 조윤화
  • 승인 2018.04.16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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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10명 중 9명 ‘경조사 참석에 부담’... 결혼 간소화 동의하지만, 이행률은 저조 / 조윤화 기자
축하의 마음을 담아 성의 표시를 하는 축의금에 대한 부담을 토로하는 사람이 많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꽃피는 봄 4월은 지인들의 결혼 소식이 자주 들려오는 시즌이다. 친구 또는 지인의 결혼 소식에 “축하해”라는 말과 함께 곧 축의금 액수에 대한 고민이 뒤따라 온다.

대학교 3학년 김소윤(23, 부산시 남구) 얼마 전 고교 동창생 A 씨에게서 청첩장을 받았다. 김 씨는 “친척들의 결혼식, 부모님 지인의 결혼식은 여러 번 참석해 봤지만, 직접 청첩장을 받아본 적은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동창의 결혼을 축하하는 마음과 처음으로 본인이 청첩장을 받았다는 사실에 신기함도 잠시, 얼마를 축의금으로 내야 할까 고민이 생겼다.

김 씨는 대학교 동기 4명이 속해있는 단체채팅방에 “축의금으로 얼마를 내야 할까”라고 고민을 토로했다. 그러자 동기들은 “A와 얼마나 친분이 있는지, 평소 A와 연락은 자주 하고 지냈는지”를 물어왔다. 이후 김 씨가 “연락도 평소에 꽤 하는 편이고 친하다”라고 답하자, 어떤 동기들은 “친하니까 10만 원”이라는 의견을 제시하는 반면, 또 다른 동기들은 “대학생에게 10만 원은 무리이고, 5만 원이 가장 무난한 것 같다”는 답을 내놨다. 채팅방에서 열띤 토론을 이어가던 그들은 결국 7만 원에 합의를 봤다. 김 씨가 A 씨와 평소 친하게 지내기도 했고, 7이 홀수라는 이유에서였다.

직장인 조모(49,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이번 달 들어 청첩장 넉 장을 받았다. 아내로부터 다달이 40만 원 씩 용돈을 받아 쓰는 그에게 네 번의 결혼식 참석은 큰 부담이다. 조 씨는 “경조사비 같은 경우는 5만 원 씩 용돈을 제외한 금액에서 따로 받고 있지만 그래도 친한 지인 결혼식은 용돈에서 3만 원에서 5만 원씩 더 보탠다”고 말했다. 그는 “결혼식이 조금 띄엄띄엄 있으면 좋겠는데 이번 달은 유독 결혼식이 몰려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인터넷에서도 축의금 부담을 표현한 글이 많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결혼을 앞둔 지인과 자신의 친분을 나열하며 댓글로 “축의금을 얼마만큼 내는 것이 좋겠냐”며 조언을 구하는 글이 여럿 게재돼 있다.

대다수 직장인이 경조사 참석에 부담을 느낀다는 사실은 통계자료로도 증명된다. 구인·구직 사이트 잡코리아가 지난 5일 직장인 81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 중 90.4%가 ‘경조사 참석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같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의 월평균 경조사비는 한 달 평균 12만 9000원으로 조사됐다. 연령별로는 40대가 15만 1000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30대는 13만 6000원, 20대는 12만 1000원으로 비교적 적은 금액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첩장을 돌리는 사람들은 지인들이 축의금에 부담을 느끼는 줄 알면서도 결혼 비용을 감당하려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결혼 정보회사 듀오가 발표한 ‘2017 결혼비용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신혼부부의 평균 결혼 비용은 총 2억 6332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어 신혼부부 결혼자금 용도별 금액은 ▲주택 1억 8640만 원 ▲예식장 1905만 원 ▲결혼패키지(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309만 원 ▲예물 1798만 원 ▲예단 1767만 원 ▲혼수품 1417만 원 ▲신혼여행 496만 원으로 집계됐다.

국내에서 결혼절차 간소화에 대한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으나 쉽사리 정착돼지 않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고비용 혼례문화 개선을 위한 작은 결혼식 국민 인식 및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상당수가 국내 결혼문화에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고 있으나, 전반적으로 실제 결혼 과정에서 절차가 간소화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조사에 따르면, 경제적 부담이 적고 예물, 예단 부담 없는 결혼식을 의미하는 ‘작은 결혼식’에 대해 91.7%의 응답자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바지 음식(갓 혼인한 신부가 시댁에 갈 때 음식을 장만해 가는 것)은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지만, 그래도 했다’고 답한 응답자가 85.1%에 달했다. 이는 결혼 절차 간소화에 대한 인식은 높지만, 실제 혼인 과정에서 이행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간소화된 작은 결혼식을 하고 싶어도 부모의 반대에 부딪혀서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직장인 강모(33) 씨는 결혼 전제로 만나고 있는 남자친구와 결혼 계획을 세우고 있는 와중, 부모님에게 ”최대한 간략하게 지인들도 진짜 친한 사람들만 몇몇 초대할까 한다“고 말했다. 이에 강 씨의 아버지는 ”그렇게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아버지는) 이제껏 다른 사람 결혼식에 축의금으로 나간 돈이 얼만데, 남들 하는 만큼은 해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부모와의 이견 때문에 강 씨는 ”당장 결혼할 것은 아니니, 시간을 갖고 좀 더 고민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관계자는 고비용 혼례문화 개선을 위한 보고서에서 ”정부가 작은 결혼식에 대해 맞춤형 지원과 홍보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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