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에 갖다주면 되지," 카트 끌고 집으로
상태바
"다음에 갖다주면 되지," 카트 끌고 집으로
  • 취재기자 정은주
  • 승인 2014.09.01 09: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형 마트들, 양심불량 고객으로 골머리..."막을 방법이 없네요"

롯데마트 부산 반여점에서 장을 보고 나온 한 손님이 보도 경계석을 넘어 아무렇지 않게 물건이 한가득 실린 카트를 끌고 자신이 사는 인근 아파트 단지로 유유히(?) 사라진다. 이런 손님들은 대부분 마트 바로 옆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다. 굳이 차를 끌고 가기 귀찮은 이들은 마트에서 집까지 직접 카트를 끌고 간다. 마트 카트를 집까지 자주 끌고 오는 주부 김모(55,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 씨는 “마트에서 사는 봉투 값이 아깝기도 하고 물건들이 무거워 카트를 종종 집까지 끌고온다”며 그녀는 “집이 바로 앞이라 나중에 마트 갈 때 카트를 가져다주면 아무 문제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트와 손님 사이에 카트 외부 유출을 놓고 한 판 ‘전쟁’이 한창이다. 마트는 손님들이 카트를 외부로 끌고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마트 출입구에 묵직한 경계석을 일정 간격으로 세워 놓기도 한다. 하지만 유모차나 휠체어를 이용하는 손님들이 경계석을 치워달라고 불만을 토로하는 바람에 마트들은 이를 치울 수밖에 없었다. 그 다음 마트들은 자석으로 된 빨판을 마트에서 도로로 나가는 부분에 부착해서 카트를 끌고 나가지 못하게 했지만, 이것 역시 카트를 힘주어 밀면 자석이 제구실을 못하기 때문에 카트 유출을 막지 못하고 있다.

사태가 여기에 이르자, 마트는 카트를 밖으로 끌고 나가면 안 된다는 안내문을 여기저기 붙여놓거나 카트를 밀고 외부로 나가려는 ‘용의자’가 발견되면 일일이 직원이 나가 몸으로 막기도 한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카트를 끌고 외부로 나가려는 고객에게 직원이 고객에게 크게 항의할 수 없어서 카트는 밖으로 끌고 나갈 수 없다고 사정하다시피 양해를 구하고 몸으로 저지하고 있지만, 막무가내인 고객에게는 속수무책”이라고 말했다.

최근, 마트들은 고객들이 떨어져 나갈까 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단지 주기적으로 인근 아파트 단지로 직원을 보내서 카트를 수거하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카트를 수거하러 나가지는 못한다. 사람이 부족하다 보니 카트가 많이 빈다 싶으면 수거하러 나갔다 오는 정도다”라며 “카트 분실 개수에 대해 매번 조사를 하지 않아 자세히 알 수 없지만, 아파트 단지와 붙어 있는 마트는 분실되는 카트 수가 확실히 많다”고 말했다.

▲ 어느 아파트 현관 앞 놓여 있는 마트 카트(사진: 취재기자 정은주).

부산 이마트 사상점도 카트를 끌고 사라지는 양심불량 고객들과 전쟁 중이다. 여기는 한 달에 무려 20% 정도의 카트가 분실되고 있지만, 경계석과 안내문 등으로 카트 유출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마트 사상점 관계자는 “카트를 자기 것처럼 끌고 나가는 고객에게 끌고 나가면 안 된다고 말만 할 수 있을 뿐 그 이상으로 강력하게 대응할 방법이 따로 없다”고 말했다.

▲ 마트 밖 외벽에 붙어 있는 카트 외부 유출을 하지 말라는 안내문(사진: 취 재기자 정은주)

마트 밖으로 나온 카트는 아스팔트와의 마찰로 시끄러운 소음을 낸다. 인근 주민들은 이 소리가 듣기 싫다고 고객들이 마트 밖으로 카트 끌고 나오지 못하게 막아 달라고 역시 마트에게 항의한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이런 민원 때문에 카트를 밖으로 끌고 나가면 소음이 발생하니 그러지 말라는 현수막을 걸어 놨다. 그래도 별다른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주부 김모(32, 부산 사상구) 씨는 “카트를 끌고 자기 집 앞까지 갔다가 다시 마트에 가져다 놓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냐”며 “카트는 고객의 편리를 위해 구비해 놓은 마트 재산인데, 이를 가져가는 것은 절도죄다. 산 물건이 많으면 배달 서비스를 신청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트 관계자는 “카트를 밖으로 끌고 나간다고 해서 고객을 처벌할 수도 없는 일이어서 당분간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고 말했다.

▲ 대형마트들은 경계석 사이로 카트가 지나가다 자석에 붙어 나가지 못하도록 자석으로 된 빨판을 깔아 놓기도 한다. 그러나 힘을 주어 카트를 밀면 카트는 자석 깔판을 그대로 통과하게 된다(사진: 취재기자 정은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