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액정필름 바꿔드릴게요” 통신사 대리점 호객행위 극성
상태바
“휴대폰 액정필름 바꿔드릴게요” 통신사 대리점 호객행위 극성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8.04.12 23:04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길 막고 서서 행인과 실랑이 일쑤..."길거리 호객 행위 단속·처벌 강화해 달라" 진정 빗발 / 신예진 기자

부산의 대표 상권인 부산 진구 서면역. 하루 유동인구가 40만 명에 달한다. 붐비는 인파 속 눈에 띄는 이들이 있다. 검은 정장을 맞춰 입은 이들은 손에 전단지를 들고 오가는 사람들을 잡아 세운다. “액정필름 무료로 바꿔드릴게요.” 바로 휴대전화를 파는 통신사 대리점의 호객 직원들이다.

날씨가 따뜻해면서 통신사 대리점 호객 행위가 뜨거워지고 있다. 호객 직원들은 대리점 앞 인도 가장자리에 서서 손님 모시기에 열을 올린다. 마치 영화제 레드카펫이나 왕의 행차를 떠올리게 한다. 12일 서면 곳곳을 둘러본 결과, 이들의 타깃은 주로 젊은 여성이었다. 만약 휴대전화를 손에 쥐고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먹잇감이 된다.

호객 직원들의 목표는 손님을 일단 가게 안으로 이끄는 것. 손님이 가게를 방문해야 신제품 설명이 가능하고, 운이 좋으면 판매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리점은 일종의 미끼로 고급 액정필름이나 주전부리, 제비뽑기 이벤트 등을 내건다. 최근 대세는 액정필름 교체다. 손님 휴대전화의 액정필름을 천천히 교환하는 동안 직원은 제품 설명에 박차를 가한다. 고객이 지금 사용하고 있는 휴대폰에 대한 험담(?)은 덤이다.

소비자들은 호객 직원들의 과도한 호객 행위에 불쾌감을 토로한다. 대학생 A(23,여) 씨는 지난 11일 서면에서 한 호객 직원에게 붙잡혔다. 친구와 카카오톡을 주고받던 중이었다. 호객 직원은 A 씨에게 “휴대폰 액정필름 필요하지 않으세요”라고 말을 건넸다. A 씨는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직원을 쳐다봤다. 그러자 직원은 재빨리 A 씨의 휴대전화를 잡아챘다. A 씨는 자리를 벗어나려 했지만 남자 직원의 악력을 이기기엔 역부족이었다.

A 씨는 휴대전화 매장으로 그를 데려가려는 직원과 5분간의 실랑이를 벌였다. A 씨가 직원에게서 풀려났을 때는 대리점에서 약 50m가량 벗어난 상태였다. 타 영업장 앞까지 호객 행위를 이어간 것. A 씨는 “내 휴대전화를 잡을 줄 상상이나 했겠냐”며 “너무 당황스럽고 무서워서 끝까지 나를 붙잡았으면 경찰에 신고한다고 말하려고 했다”고 토로했다.

온라인에는 통신사 대리점의 호객행위가 불쾌하다는 글이 쏟아진다. 국민신문고에는 경찰이 호객 행위를 단속해 달라고 주문하는 민원도 꽤 있다. 한 민원인은 지난 5일 “부산의 휴대폰 호객 행위가 너무 심하다”며 “여성을 상대로만 호객 행위가 지속해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동통신사 대리점의 휴대폰 판매 호객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호객 직원들은 주로 대리점 앞을 지나가는 여성에게 말을 걸며 판매에 열을 올린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통신사 호객행위를 포함한 모든 길거리 호객행위는 현행법상 불법이다. 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1항 제8호 호객행위 위반에 해당한다. 10만 원 이하의 벌금 및 즉결심판에 회부될 수 있다. 호객 과정에서 강압적인 신체적 접촉이 발생한다면 강제추행 혐의도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3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1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

그러나 호객행위 처벌을 위한 필수 조건은 피해자의 신고다. 경찰이 매장에 상주하며 순찰이나 단속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 지구대로 피해 신고가 접수되면 현장 점검을 통해 처벌 여부를 결정한다. 경찰 관계자는 “호객 행위 처벌에는 피해자 진술이 중요하다”며 “범죄 신고 전화 112로 신고하면 관할 지구대(파출소)에서 즉시 출동하여 단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호객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등 적극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뿌리를 뽑기에는 벌금 10만 원이 너무 적은 액수라는 것. 일본 도쿄도는 현장에서 호객 행위가 적발될 경우 최대 5000만 원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한다. 호객행위를 반복할 경우 최대 6개월의 징역형도 감수해야 한다. 일부 문제 점포는 구청 홈페이지에 점포 이름과 주소, 위반 내용 등이 공표되기도 한다.

한편, 호객 직원들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자신들도 울며 겨자 먹기로 호객을 한다는 것. 직원들의 월급은 기본급과 휴대전화 판매 대수에 따른 인센티브로 책정된다. 보통 대리점들의 기본급은 100만~150만 원 선이다. 인센티브는 휴대전화 한 대당 약 10만~15만 원. 인센티브를 제공받지 못하면 최저시급보다 더 적은 월급을 받게 되는 셈이다.

한 통신사 대리점 직원은 “실적 때문에 주 6일 근무하고 하루 12시간가량 일한다”며 “4대보험이나 퇴직금은 사장 잘 만나야 가능하다”고 밝혔다. 높은 노동 강도에 1년도 못 버티고 나가는 직원들도 많단다. 그는 “우리도 '폰팔이'라고 무시당하는 현실을 잘 안다”고 씁쓸함을 내비쳤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명불허전폰팔 2018-05-25 13:56:57
여윽시 폰팔이 클라스~

더스토리 2018-04-18 02:44:07
유독 부산 한대리점에서만 이런다 더스토리라는 사기집단 제발정신좀 차려라!!더러운